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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io Library Jul 06. 2023

미국독립기념일이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미국도 생각보다 비슷한 역사사건들을 겪었음에도



우리는 매 년 독립기념일에 구글 캠퍼스 근처에 있는 Shoreline Amphitheatre 에서 하는 'Fireworks Spectacular with SF Symphony’에 간다. 샌프란시스코 시티 자체는 여름 저녁에 안개가 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불꽃놀이를 보기 어려우므로 근교로 나가면 좋다. 이 행사는 커다란 야외무대 베뉴에서 샌프란시스코 심포니가 공연을 하고 그 마지막에 음악에 맞춰서 불꽃놀이를 하는 것으로 화려하게 끝이난다. 좋은 점은, 의자좌석 말고 그 뒤에 잔디좌석을 구매하면 돗자리를 펴 놓고 맘껏 피크닉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5시 쯤 입장해서 공연이 시작하는 8시가 되면 잔디가 가득 찬다.

조금 가파르지만 잔디의자까지 빌려서 앉으면 공연을 보는 데에 손색이 없다. 아이들, 가족, 친구 모두가 모여 맛있는 것도 먹고, 베뉴 안에 어린이를 위한 공연이나 페이스페인팅, 풍선 등과 같은 게임부스도 많이 있다. 하늘은 파랗고, 주전부리를 주워먹으며 누워있는 기분은 뭐라 형언할 수 없다.


음식은 버거/핫도그/피자/타코 같은 느글한 것 위주. 주류와 음료도 비싸다. 오른쪽은 심포니 무대


공연이 시작하면 미국의 국가에 대한 경례를 연주한다. 모두가 일어나서 모자를 벗고 손을 가슴에 댄다. 이 때는 어색하기 짝이 없는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진다. 나는 미국에서 살고있고 미국인이랑 결혼했지만 한국인이다. 차마 손이 올라가질 않는다. 두 나라 모두를 사랑하지만 모두에게 배신같이 느껴져서 언제나 혼자 속상하다..


각 군대 대표곡을 연주하면서 군대를 마쳤던 사람들이 이러나면 박수를 치는 시간도 있다. 한국이었다면 인구 절반이 일어났겠지, 하면서 웃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걸 하면 좋겠다. 해군 대표곡을 연주하면 해군출신들이 일어나고 모두가 박수를 치며 감사를 표현하는.


심포니 공연이 막바지쯤, 해가 완전히 지고 나면 대망의 불꽃놀이를 시작한다. 첫 곡은 언제나 스타워즈 음악으로 시작한다. 웅장한 별들의 전쟁, 음악과 어우러져 하늘 높이 날으는 불꽃놀이. 아이들의 함성. 여러분도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






7월 4일은 미국 독립기념일이다. 흔히 Independence day 보다는 4th of July라고 더 많이 부른다. 정확히 말하면 독립선언서를 반포한 날이고 독립이 공식적으로 선언된 날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그냥 미국의 독립을 축하하는 날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하긴 한국의 광복절도 알고보면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라디오로 선언한 날이지 공식적으로 독립한 날은 아니니, 다 같이 날짜 정해서 기억하고 축하하는 날 자체에 의미가 있으면 된 것 아닌가.


한국의 광복절, 삼일절을 생각하면 어떤 생각과 감정이 떠오르는가? 마구 기쁘고, 축하하고 싶고 사람들 전부 초대해서 시끌벅적한 파티를 열고 싶은가? 물론 공휴일이라 쉬니까 좋기는 하지만, 나는 그렇다기 보단 좀 더 복잡미묘한 감정이 든다. 한국이 역사적으로 겪었던 서럽고 슬픈 식민지배의 날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이루어내고자 모든 것을 바쳐 싸워낸 사람들이 있으나 국제정세 속에서 남의 손으로 뚝 떨어진 광복. 광복 이후에 이어진 일제지배 청산실패와 한국전쟁.. 감사하지만 마냥 기뻐하기엔 너무나 서글픈, 그래 바로 이것이 '한'이라는 것의 정의일까?


나는 그래서 4th of July가 놀라웠다. 즐거움과 자랑스러움으로 반짝반짝 빛난다. 평소에는 불법인 불꽃놀이를 국가나 시 차원에서 팡팡 터뜨리고, 크고 작은 행사가 벌어지면서 축제 같다. 나는 그게 이상하면서 보기 좋았다. 어떻게 이렇게 다르게 독립기념일을 기리는 거지?


미국은 역사가 짧지만 생각보다 우리나라와 굵직한 역사적 사건에서 비슷한 점이 있는데, 바로 '식민지에서의 독립'과 '남북전쟁' 이다. 왜 미국이 우리나라와 독립기념일에 대한 감정이 다른지는 이 두 사건이 어떻게 결론났는지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미국은 독립을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이루어냈다. 게다가 전제군주정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 처음으로 대통령제를 자유민주주의와 함께 도입했다. 그 당시에 발로 뛰어다니다가 비행기를 본 것과 같을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는 현대 미디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해밀턴'이라는 뮤지컬을 보면 (아직 안 보셨다면 꼭 보시라고 권유드리고싶다) 미국 첫 대통령이었던 워싱턴이 자신의 임기를 마치고 스스로 내려오자, 당시에 영국 왕이던 조지 3세 캐릭터(개그캐)가 "아니, 이런 건 본 적이 없는데. 이게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고 물러나는 것)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 그래서 다음엔 어떻게 되는데? 계속 이렇게 대장을 바꾸는거야?" 하고 노래하는 장면이 나온다.


남북전쟁 또한 많은 갈등을 겪었지만 제 3의 세력이 아닌 국가 내에서 해결을 봤고, 어찌됐든지간에 노예제 철폐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냈다.


때문에 미국사람들은 자랑스럽다. 혼란과 갈등이 있을 때, 자신들이 주체가 되어 보다 나은 결과를 도출해 내었다는 점. 자신들이 처음으로 시작한 대통령제는 현대 사회에서 많은 국가들이 채택하여 운영하고 있고, 자유민주주의를 통해 국가가 성장하고 강력해졌다는 점에서 미국의 역사를 자랑스러워 한다. 그러므로, 독립기념일은 즐거운 날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이 "어ㅓㅓㅁ뭬리카!(특유의 운율이 있다) 의 자긍심은 정말 그 역사를 알고 발전하고자 하는 이에게는 득이지만,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미국만 최고고 나머지는 거지소굴이라는 오만함을 불러오기도 한다. 그 오만함에 빠져 다른 이들을 배척하고 무시하고 사실 스스로는 미국에서 태어났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이 모든 것에서 최고이며 모두가 미국으로 오고싶어한다고 믿는 사람들. 사실 이들은 미국은 커녕 자기 사는 주 밖으로 나가본 적도 없는 경우가 많아 대화를 이어가기가 어렵다



우리의 광복절과 삼일절도 좀 더 자랑스럽고 행복한 날이 될 자격이 있다. 그 속에 있었던 슬픔과 희생에 깊이 감사하고, 우리도 조금 덜 슬픈 방법으로 이 날들을 축하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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