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residio Library Jul 11. 2023

샌프란시스코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 보는 영화 라따뚜이

여유롭게 흐르는 음악, 밤하늘이 빛나는 에펠타워와 파리의 야경

미국에 살면 스몰 톡 주제로 제일 좋아하는 00는 무엇입니까? 하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제일 좋아하는 음악장르, 뮤지션, 스포츠 팀 같은 질문은 사실 나를 머뭇거리게 한다. '제일 좋아하는' 이라는 단어는 왠지 좀 압박이 느껴진달까. 하나만 꼭 집어서 얘기하면 기타 다른 것들은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고, 왠지 이 하나가 나와 나의 취향을 대변해야한다는 나만의 부담감.


다만, 가장 좋아하는 디즈니 영화라 하면 주저없이 '라따뚜이'와 '라푼젤'도 을 꼽는다. 이 둘은 내 머리 속에서 자주 엎치락 뒤치락 한다.


쥐가 요리를 하는 이 이야기는, 생각해보면 뭔 얼토당토 없는 뜬금없는 장르다. 쥐를 싫어하는 사람은 시작하기 조차 어려울 수 있는 영화. 나는 질병이나 위생적인 문제 외에는 쥐 생김새에 별 거부감이 없지만, 아마 통상적으로 공유하는 쥐에 대한 경멸이이 영화를 탄생시키지 않았나 싶다. 좀 사족으로 잡담하자면, 영어로는 'Rat'과 'mouse'의 종이 좀 다른데, Rat은 좀 더 커다랗고 우락부락스러운 쥐를, mouse는 좀 더 몸집도 작고 꼬리도 가느다란 귀염스런 쥐다. 영화에서는 주인공 레미를 포함한 모두를 Rat이라 부르지만, 개인적으로 래미는 좀 더 귀염귀염 꼬리도 가느랗고 코도 핑크핑크 한 것이 Mouse 스럽고, 레미의 아빠나 먹을 것 훔칠때 함께 온 덩치 큰 쥐 정도가 Rat 느낌이다.


회사에서 너무 긴 하루를 보내고 나서 세상 피곤하고 지친 날이면, 집에 와 소파에 늘어져 라따뚜이를 보곤 했다. 아마 한 30번은 더 봤을 것이다.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특유의 파리에 대한 동경과 분위기가 잘 나타난다. 실제로 새로운 기회를 위해 파리에서 모험을 시작하는 주인공 쥐 레미와 사람 링귀니는 미국식 영어를 하며 낭만적인 미래를 꿈꾼다. 여유롭게 흐르는 음악과 밤하늘이 빛나는 에펠타워와 파리의 야경. 다양한 노란 빛의 치즈, 지글지글 구워지는 스테이크, 누르면 파스스 소리나는 갓 구운 빵, 녹진해 보이는 소스와 수프. 이 보다 더 내 마음을 녹이는 영상미가 있을 수가 있나!


샌프란시스코에 가장 큰 심포니홀은 SF Davies Symphony Hall이다. 샌프란시스코 교향악단의 베이스이기도 한 이 곳에서는 전 연령을 대상으로한 다양한 무대가 벌어진다. 저번에 미국 독립기념일 글에 불꽃놀이와 함께 연주하던 것도 그들이다. 오케스트라 연주는 지루하다고만 느낄 수 있는데, 더 많은 시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해온 공연이 바로 명작 영화와 함께하는 오케스트라 연주이다.


심포니홀에는 극장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관람을 한다. 영화극장에 가 본지 한참 되었는데, 몇 백 명의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보면 각각의 포인트에서 다 같이 웃고, 놀라고 즐기는 게 참 즐거운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된다. 작년에는 갓파더를, 올해 초반에는 디즈니 메들리를 봤다. 어린이들도 즐겁게 관람할 수 있고, 무엇보다 음악은 스피커나 아이패드같은 기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뭐 그렇기도 하지만 그래도 오리지널은) 진짜 악기와 이를 연주하는 사람들의 열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영화 라따뚜이에서 이 낭만을 하드캐리하는 것은 음악이다. 새앙쥐 래미가 빠르게 어딘가를 기어오르거나 달려갈때는 어김없이 작은 금관악기음이 또르르르 가볍고 민첩하게 굴러간다. 서로 다른 금관악기가 서로 얽혀 다른 캐릭터와 감정을 표현한다. 군데군데 드럼과 일렉트릭 기타도 가미되어 현대적인 느낌을 낸다. 레미가 건물을 오르고 올라 파리의 야경을 만날 때에는 음악도 함께 절정에서 녹아내린다.


무대에서 지휘자의 스크린을 보면 영화가 플레이되는 동시에 음악 비트도 함께 표시된다. 오케스트라는 일사분란하게 지휘자의 시그널을 따르고, 영화가 고조될 때에는 모두가 드라마틱하게 자신의 라인을 묵묵히, 그러나 모두 다 함께 연주해 낸다. 음악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어린시절, 지휘자는 그냥 잘 차려입고 대우받으며 팔을 흔드는 사람인 줄 알았다. 대학교 때 합창단에서 다년간 지휘자를 맏게 되면서 지휘자란 얼마나 대단한 이들인가 깨달았다. 곡을 그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연구가. 각 파트, 음, 특성을 모두 섭렵하고, 듣고, 조율할 줄 아는 음악가. 또한 결국은 사람과 함께하는 일이라 각 연주자들을 이끌어 개인의 합 그 이상을 도출해 내는 지도자.


나는 간간히 스크린에서 눈을 떼고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바라보았다. 모두 함께 연주해 내는 것의 아름다움. 열정. 그것이 내 마음에 닿는 순간 새카만 커피에 햐안 우유를 넣으면 사르르 안개가 퍼져나가는 것 처럼 행복이 퍼져나갔다. 연주회와 뮤지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종류의 행복. 내가 저 열정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의 찰나를 느낄 수 있다는 감사함.


영화 크레딧이 올라가고, 영화관에서 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떠나는 것과는 달리, 여기서는 그 음악도 끝까지 플레이한다. 간간히 크레딧 사이에 환호성이 들리는데, 아마도 픽사 직원들(혹은 지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픽사 본사는 이 근처 이스트베이- 크레딧에도 에머리빌, 캘리포니아 라고 써서 올라간다). 하나의 잘 만들어진 영화는 이를 만든 모든 사람들의 창의성과 열정이 녹아있다. 나는 그저 감탄하며 이를 누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혹시 한국에서나 어디선가 이러한 공연 일정을 보게된다면, 꼭 보러 가시라고 추천해드리고 싶다.





다음 달에는 내가 참여하고 있는 합창단이 이 샌프란시스코 심포니홀에서 단독 연주회를 앞두고 있다. 노래를 하며 자라면서 이런저런 무대에 많이 서 봤지만, 여기는 그것과는 다른 전문 클래식 콘서트홀이다. 아마추어 싱어로서 이런 큰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이 무한히 설렌다. 무대 뒤는 어떻게 생겼을까, 저 무대에서 보는 객석은 어떨까, 목소리가 퍼져 나가는 느낌은 어떨까.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독립기념일이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