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 팝콘각
샌프란시스코에서 홍콩까지 비행시간은 총 14시간. 다행히 카세이 항공에는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이용가능했다. 눕는 좌석은 아니지만 이코노미석에 비하면 좌석 자체도 크고 다리 공간도 훨씬 여유로웠다. 식사도 메뉴를 보고 고를 수 있고 컵라면 같은 간식이나 와인, 맥주, 다른 양주, 음료들도 무제한 포함이어서 나쁘지 않았다.
탑승 후 웰컴드링크를 나누어주는데 대각선 앞에 앉은 사람이 납작한 상자 두 개를 들고 괜히 분주했다. 우리 앞 두 사람과 일행인 것 같은데, 너무 티나게 상자를 들고 두리번 거리며 아 승무원에게 줘야한다고 했다. 얼핏 듣기로는 자기 친구가 승무원인데 얘기해줬다, 이러는 것 같았다.
음료를 들고 온 승무원에게 굳이 자기한테 꼭 다시 오라고 아주 뭐가 꼭 있는 티를 내며 이야기를 했고 직원이 곧 다시 그에게로 돌아왔다. 남자는 웃으면서 상자 두 개 (씨즈 캔디 초콜릿세트 상자 같았다-시아버지가 아주 좋아하는 초콜릿이고 자주 우리에게 선물해 줘서 상자가 익숙함) 를 승무원에게 선심쓰듯 내밀었고, 승무원은 놀란 미소를 가득 띄며 고맙다고 아시안 승무원 특유의 나이스함으로 거듭 인사했다.
나와 남편은 뒤에서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며 저 초콜릿의 저의는 무엇인가에 대해 속삭였다. 나는 저 사람 너무 온갖 티를 내면서 초콜릿을 주는데?ㅋㅋㅋ 했고, 남편은 “저것이 바로 승무원의 번호를 따는 방법인 건가? 내 사촌한테 물어봐야겠구만ㅋㅋㅋㅋ” 했다. 남편 사촌은 카세이 승무원 출신과 결혼해서 살고 있어서 할 수 있는 농담이었다ㅋㅋ 어휴 승무원들도 피곤하겠네, 하고 잠시 생각했다. 흠, 그치만 계속 보건대 저 사람은 딱히 특정 승무원에게 이성적 관심이있거나 해 보이지 않았다. 특정 한 사람에게 연락처를 물어보거나 먼저 계속 말을 걸거나 하지도 않았다.
초콜릿의 이유는 금방 드러났다.
곧 다른 승무원 하나가 또 와서 어머 너무 고맙다고 뭐 필요한 것 없냐고 아주 친절하게 아는 척을 했다. 그는 아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이것 저것을 주문했다.
그러더니 한 30분 후 쯤, 비즈니스 석 쪽에서 좀 더 상관으로 보이는 다른 크루가 비지니스 어메니티 파우치를 들고 와 그 옆에 앉았다. 승무원은 웃으면서 “What a suprising treat! (깜짝 간식이라니!)” 하고 또 고맙다고 거듭 정중히 인사하면서 그 고급져 보이는 파우치도 주고 가져온 다른 간식도 주었다. 남자는 웃으면서 (뭔가 이쯤 되면 속이 뻔히 보이는 아이~아닙니다~ 웃음이 ㅋㅋㅋ) 건너편에 앉은 친구 두명을 가리키며 저들도 뭘 갖다주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셋은 무슨 드링크를 건네 받았고, 셋이 신나서 건배를 했다. 영어와 스패니시를 왔다갔다해서 전부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네 덕분에 이런 것도 받다니! 휴가 시작이 좋구만” 하는 듯 했다.
승무원이 뭔가를 가지고 올 때 마다 나와 남편은 귀를 쫑끗 세우고 토끼와 햄스터같은 표정을 하며 "저기저기 또 뭐 갖고온다 ㅋㅋㅋ" 하며 구경했다. 가방에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져가는 초콜릿이 꽤 들어있었는데, 우리도 뭐 꺼내서 줘야하는거 아냐? 하고 우리끼리 웃었다. 쓰면서 생각해 보니 근데 초콜릿이 든 가방은 다 체크인 해 버려서 주고 싶어도 수중에 초콜릿이 없었구만.
마침내 랜딩 1시간 전, 다른 승무원이 또 무언가 들어있는 파우치를 들고 와 또 한 번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선물하고 나서야 감사 릴레이는 끝이 났다. 그 사람은 어메니티 파우치를 총 3개나 추가로 득템했다ㅋㅋ
아마 승무원이라는 저 사람 친구가 준 팁이라는게 프리미엄 이코노미에서 비지니스 어메니티와 서비스 받는 법 정도 아니었을까? 미국에서는 좋은 서비스를 받으려고 미리 팁을 주거나 하는 일이 꽤 흔한 일이다. 받는 직원은 기분 좋고, 기분 좋은 직원이 남는 이것저것 서비스를 해 주면 팁(이라고 쓰고 뇌물이라고 읽는ㅋㅋ) 을 준 사람도 좋은 거니까. 사실 저 씨즈 캔디 한 박스에 못해도 20불은 하는데 나름 좋은 걸 사온 정성이 보이긴 한다. 앞서 말했듯 웬만한 와인이나 간식은 프리미엄 이코노미에도 무제한으로 포함이라 뭐 엄청 큰 혜택을 따로 받은 것도 아니고 나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
그래도 우리도 다음엔 초콜릿 들고 타야 할까 보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