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키키 4회차 인간과 쿼카
레이오버 보너스로 얻어진 하와이 오아후에서의 하루. 하와이 5회차 중 와이키키는 4번째기 때문에 대충의 지리는 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7시간 가량. 이미 여독으로 지친 나는 혼자서 여유롭게 돌아다니기를 목표로 했다. 어디 멀리 나가기도 귀찮고 와이키키는 번쩍번쩍하고 먹을 것도 많으니 어려울 게 없다.
1. Five Star Poke https://maps.app.goo.gl/eqrnubXutSbNooEZ7
하와이에 왔으니 포케를 먹어야겠다는 집념으로 대충 평점이 높은 곳을 찾아갔다. 원래는 Poke Fix Hawaii라는 평점이 더 높은 곳을 가려고 했으나 하필 쉬는 날이어서..
무튼 파이브스타 포케는 푸드트럭이었다. 나는 시그니쳐 맛으로 레귤러 먹었는데 값도 저렴하고 날씨가 좋아 야외에서 먹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여기 시그니쳐 맛은 음 마늘간장맛? 포케집을 잘못 고르면 쌀이 주식이 아닌 주방장인 곳일 경우가 있는데 문제는 그럼 밥이 떡져있거나 날아다니 는 등 생선 다음으로 중요한 쌀밥이 아주 망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여기는 쌀밥이 꼬들꼬들한 것이 밥을 아시는 분. 맛있었다. 콤보나 라지로 고르면 여러가지 맛의 포케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으니 시도해 보시라.
요기 옆에 푸드트럭이 두 개 인가 더 있는데, 그 중 한 곳에서 아주 신기해보이는 거대한 핫도그를 팔았다. 옆 테이블이 먹는데 나도 먹어보고 싶었다. 그것도 나 대신 드셔봐 주시면 좋겠다.
그러고 나서는 그저 거리를 한량처럼 걸어다녔다.
아, 오랜만이구만.
2. Hawaiian Aroma Caffe At Beachcomber Waikiki. Beachcomber Waikiki Hotel, 2300 Kalākaua Ave, Honolulu, HI 96815
돌아다니다보니 커피 수혈이 필요했다. 여기 1층에는 'Art Gallery'라는 카페+맥주+칵테일 카페 겸 아트갤러리?가 있는데, 거기도 상당히 괜찮아보였다. 가 보신 분 계시면 어땠는지 알려주셔라.
하와이안 아로마 카페는 그 옆으로 호텔 로비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2층에 있다. 호텔 수영장과 연결되어 있고 여기도 커피는 물론 칵테일과 주류도 판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파밧 느낌이 왔다. 아, 이건 맛있는 커피다. 한국에 있으면서 고소하고 구수한 종류의 라테만 먹다가 가서 그런가 모르겠는데, 약간의 향긋함과 0.001초의 상큼함이 있는 커피를 먹으니 또 색달랐다. 내부도 깔끔하고 아주 예뻤는데, 테이블에 사람이 붐비지 않아 앉아서 바깥 구경하기 좋았다. 풀에서 끊임없이 사람들이 나와 칵테일을 사 먹더라. 또 한국에서는 자꾸 디카페인에 돈을 추가로 받던데, 미국에 돌아오니 안 받아서 좋더라.
길가나 몰에서는 공연을 많이 한다. 운이 좋으면 여러가지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다. 하와이는 그 문화와 언어를 되살리려고 여러모로 노력해왔다. 확실히 12년 전에 처음 왔을 때에는 영어를 주체로 하와이어는 부가적으로 더하거나 말거나 하는 분위기였다면, 현재는 훨씬 더 많은 것들이 하와이어로 먼저 제시되거나 영어-하와이어 2개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러다가 벌써 해질 시간이 됐다. 해변에서 일몰을 보기 위해 호텔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비치타월을 빌려서 황급히 해변으로 향했다. 비치에 앉아있는데, 문득 가방에 달고 다니던 쿼카가 보였다. 언니가 내가 생각난다고 사줘야 한다고 했던 이 귀여운 것. 얘가 들어가니 갑자기 사진이 너무 귀여워지기 시작했다.
해가 점점 지고 있었다. 어찌나 아름다운지, 두 손으로는 부드러운 쿼카를 쓰다듬고, 맨 발로 느껴지는 차갑고 까슬한 모래를 느끼며, 뭐 행복이 별거냐 했다.
해가 금방 넘어갔다. 사람도 하나 둘 줄어들었다. 왼쪽으론 배가 들어왔는데, 저 배에 재밌는 기억이 많다. 12년 전에도 탔었고, 4년 전에는 빌리기도 했었다.
해가 지고 나니 출출해졌다. 점찍어뒀던 무스비 집에 가기로 했다.
3. Pork Tamago Onigiri. 2301 Kalākaua Ave building C, Floor 3, Honolulu, HI 96815
하와이에 왔으면 무스비를 먹어야지. 치즈케이크팩토리가 있는 그 큰 빌딩 3층에 큰 푸드코트가 있다. 여기 3층까지 올라올 일이 잘 없어서 못 본 건지 모르겠으나, 느낌상 생긴지 몇 년 안 된 것 같았다. 하나만 간단히 사 먹으려고 했는데, 수요일인가에는 두 개를 사면 기본 무스비가 무료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다음 날 먹지 뭐 하고 두 개를 샀다. 새우튀김 들어간 것과 명란마요가 들어간 것을 구매했고, 기본을 무료로 받았다.
주방에서는 체구가 작은 아시안 할머니 한 분이 혼자 일을하고 계셨다. 새우에 튀김옷을 입혀 무심히 튀김기에 툭툭 던지는데, 뭔가 고수의 냄새가 났다. 곧이어 받은 세 개의 무스비 중에 새우튀김 들어간 것만 일단 열었다.
아, 정말 맛있더라. 여기도 역시 기똥찬 쌀밥을 만들 줄 아시는 분. 새우는 오동통하고 바삭바삭한데 마요네즈 베이스 소스와 계란, 햄, 밥이 모두 잘 어울렸다. 나머지 두 개는 다음 날 아침에 먹었는데, 명란마요는 냉장고에서 시간이 좀 지나서 그런가 비렸다. 오히려 기본 무스비가 더 맛있었다. 다음에 하와이 가면 반드시 또 가고 싶은 곳. 저 새우튀김 들어간 거 또 먹을거다!!!
와이키키는 저녁이 되어도 상점들이 늦게까지 문을 여는 편이라 여기저기 구경을 하며 잘 다녔다.
호놀룰루 쿠키 맛있는데. 타로 맛이 새로 나왔다길래 먹어봤는데 그냥 색깔을 위한 건지 별로 타로 맛은 나지 않았다. 언제든 넘나 맛있으나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살 수 있으니 패스.
다음 날에 무사히 잘 일어나서 비행기도 잘 탔다. 쿼카 데리고 사진 찍으면서 노니 비행기도 지루하지 않았다. 쿼카의 대모험 매거진을 하나 만들어야 하나.
하와이를 돌아자니자니 여러가지 옛날 생각이 났다. 말로만 하와이를 처음 왔던 것은 12년 전, 대학에서 운영하던 연수프로그램이었다. 그 때만 해도 미래에 내가 여기서 결혼식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와이에서의 스몰웨딩 대작전,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합니다. 매주 목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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