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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s A Mar 12. 2024

기출문제 분석(1)

그 '취재 정보'는 어디서 오는가


많은 사람들이 기사를 보다 보면, 이러한 생각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다. '기사의 내용도 신선하고, 새로운 정보도 많네. 그런데 이 정보는 이 기자는 어디서 듣고/보고 오는 거지?' 사실상 정보의 출처에 대한 의문점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기사의 구성과 내용에서 이 부분을 확인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조금만 검색을 해 보면, 해당 정도가 적혀있는 공보나 텍스트, 사진 등을 찾아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사는 기자가 확인한 취재원의 제보, 직접 확인한 취재 내용 등을 기반으로 기사를 쓰게 된다. 그러면 과연 그 정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사실 이런 이야기는 여러 가지 예시를 드는 것보다, 실제 기사를 가지고 보는 것이 가장 빠르게 이해가 되고, 분석이 편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감히 현재 다른 선후배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를 가지고 와 이야기를 이어서 해 보고자 한다. 가장 최근 이슈이자,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해 기사 하나를 가지고 와 보고자 한다. 지난 8일부터 속보로 나오기 시작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회장으로 승진' 기사와 관련된 내용이다.



해당 기사는 매일경제에서 '단독'으로 뛰운 것([단독] 정용진 이르면 오늘 신세계 회장 승진)이 가장 빠른 기사 출고 순서라고 체크되고 있다. 물론 종이 신문이나 다른 검색에서 걸리지 않는 신문 등도 있겠지만, '공식적인 신뢰성을 가진' 데이터를 기준으로는 그렇다. 기사 출고 시간은 3월 8일 오전 4시 정각. 수정은 약 5시간 뒤인 오전 8시 58분 54초에 이루어진 기사다.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내면서 저 '기사 출고 시간'을 언급하는 것은 왜일까. 사실상 정보가 돌고, 기사를 작성하는 데 있어서 최소 반나절 전에 작업이 이루어진 흔적이 저 기사 출고 시간으로 확인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당직을 서고 있는 기자가 있거나, 그것을 관리하는 데스크가 있다면 새벽에 기사 출고가 될 수는 있지만, 저렇게 초 단위 오차 없이 기사가 출고되는 것은 딱 하나밖에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미리 기사를 작성해서 시간을 맞춰 예약을 걸어놨다'는 것.



기사는 사실상 반나절 전에 쓰여진 것이고, 그 반나절 전에 쓰게 위한 '정보'가 어떻게 퍼지게 된 것일까? 사실 이런 승진과 관련한 뉴스는 정식 창구(홍보팀)를 통해 언론에게 전달되는 것이 기본적인 케이스다. 일부 언론에서는 아예 인사 동향을 정리해 기사로 노출시키는 경우도 있기에, 정보 전달의 목적으로 공식적인 루트로 관련 사항을 전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것은 사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에서도 승진 인사를 매 분기 별로 정리해 보도자료로 전달하는 것이 관례화 되어있는 상황이다.



그러면 '공식적으로' 해당 소식이 전파된 것은 언제일까. '단독' 기사를 지나, 조그만 위로 올려보자. 연합뉴스와 위키트리, SBS 등이 단독이 나온 후 약 4시간 뒤인 7시 46분부터 기사를 출고시키기 시작했다. 시간 계산을 해보면, 얼추 7시 30분 이후엔 공식적으로 신세계 측의 보도자료가 악 언론사로 들어갔다는 소리다.



그러면 한발 빠른 단독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이 부분은 여러 가지 사안을 고려해 '추측'이라는 점을 먼저 언급하고 진행을 하고자 한다. 여러 이유가 있고, 있겠지만, 난 그 여러 사안을 고려해 추측성 이야기를 한다. 좀 더 세부적인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비공식적인 루트로 이야기를 듣거나, 당신이 기자가 되면 내용을 100% 확인하며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언론고시의 문턱은 없다시피 하니, 도전해 볼만하다고 감히 추천하고 싶다.



여튼,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정 회장의 승진 소식은 7일 저녁부터 이야기가 돌기 시작한다. 이야기의 출처는 홍보팀 임원진. 출입 및 담당 기자에게 '내일 승진 보도자료가 나갈 것이니, 관련 분석 기사 등을 같이 부탁드린다'라는 내용이 같이 오고 간다. 최근 그룹의 분위기 쇄신이 필요한 상황이고, 쇄신의 가장 좋은 케이스 중 하나는 역시 여론 조성이니 관련 기사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하기 적절한 케이스가 될 것이다.



그런데 아차, 관련 기사를 바로 나가게 할 준비는 되었지만, 이걸 동시에 노출시킬 키워드인 '엠바고'를 깜빡했군...! 이를 파악한 매체들 중 한 곳이 먼저 치고 나가기 시작했고, 이를 파악한 신세계 측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파악, 다른 쪽에도 준비된 보도자료를 뿌리기 시작한다.

...가 어떻게 보면 '예측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다.



저렇게 먼저 튀듯이 기사가 나가버리면 결국 저 언론사만 손해가 아니냐고? 글쎄, 과연 그럴까? 1)다른 곳에서는 실리지 않은 단독, 그것도 업체가 사실 확인까지 해준 단독인데 먼저 치지 않을 이유는 없음 2)단독 내용도 회사의 의도와 반대되는 내용도 아니고, 별다른 메시지도 없으니 뭐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3)단독이기 때문에 딸려오는 페이퍼뷰와 그에 따른 광고 수익 vs 업체와의 관계 악화. 어느 것이 더 비중이 높은 지 계산을 해 보면 단독을 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결론이 나올 것이다.



예상외로 기자들은 '정보'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서, 다시 말해 없는 것을 새롭게 창조해서 쓰는 기자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것이 사실이다. 물론 새로 창작해서 만들어내는 것보다, 이미 있는 취재 정보를 기반으로 쓰는 게 훨씬 더 편하고, 빠르고, 임팩트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거지만. 대부분 취재원과 관련한 이슈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로만 알려진 취재 정보가 부정이 되거나, 반대 사례가 튀어나오면서 발생하는 것이니 말이다.



여기서 기사를 분석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이 포지션을 분명히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감히 조언을 하고 싶다. 저 기자가 작성한 기사는, 100% 맞는 말은 아닐지라도 '일부분은 실제로 확인한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한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동일한 정보로 제공되는 내용에서 정 반대의 해석을 하거나, 자신의 사견을 붙이거나 등의 변주를 할 수는 있겠지만 '아예 없는 내용'은 아니라는 점에서 보다 깊은 팩트 체크와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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