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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s A Mar 11. 2024

심화 이해 과정(3)

언제적 김영란법이 남긴 것(2)


사실 언론사, 더 나아가 언론계에 있어 김영란법이 끼친 영향 중 가장 큰 영향은 역시 '이벤트 행사 취재'와 관련된 부분일 것이다. 회사가 아예 별도의 '이벤트'를 열고, 여기에 참여해 기사를 쓰는 형태에 있어 김영란법이 끼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했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을 것이다. 아예 행사에 참여하는 형태와 구조 자체가 통째로 바뀌어 버린 셈이니까.



기존에 기자가 행사에 취재를 가는 방식은, 보통은 언론사에게 행사 주최 측이 취재 요청을 하고, 관련해서 언론사가 취재를 위해 기자를 보내면 기자가 취재를 해서 기사를 쓰는 방식이 디폴트로 알고 있을 것이다. 이 구조는 사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매우 FM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과거 현실을 더 파보자면, 행사에 대한 취재 요청에 있어, 만약 행사가 입장료 등을 받는 유료 행사라면 어떻게 되는 걸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중에 비용을 후청구 하더라도 입장료를 내고 가겠지'라고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럴 리가. 당연히 기자임을 밝히고, '기자' 이름표를 달고, 공짜로 들어간다. 행사를 취재하고 기사를 써서 홍보해 주는 사람인데 나에게 돈을 받을려고? ...내 개인적으로는 이런 생각을 했던 기자들이 과연 없을까는 솔직히 장담을 못하겠다. 워낙 기이한 분들을 많이 본 바닥이라서.



물론, 실제로는 '취재 편의를 봐주고' '홍보 효과가 분명히 있으니' 입장에서의 편의를 봐주는 케이스라고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이제 여기에 추가적인 상황을 붙여보자. 기자는 서울에 있고, 행사는 부산 등 전혀 다른 지역에서 한다고 보자. 그러면 기자는 어떻게 행사장으로 갈까?



과거에는 1. 기자가 행사장까지 가는 교통비 2. 행사의 분량이 많고 행사 기간도 길 경우 씻고 자고 해야 할 숙박비 3. 행사 이후 관계자들과의 만남 + 뒤풀이 + 기타 등등에 필요한 장소 섭외, 식사비, 기타 등등을 모두 '행사 주관 업체'가 전담해서 제공했다. 행사 당일 아무런 연락 없이 벼락치기로 내려오는 양아치 같은 자들만 아니라면, 1번에서 3번까지 사실상 풀코스로 준비되어 쾌적한 환경에서 최대한 많은 기사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만약 행사가 '해외'로 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추가로 붙게 되는 1. 비행기 값 2. 단체 출장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담당 업체 섭외 3. 기타 등등이 추가로 붙고, 이것 역시 '자연스럽게' 무료 제공이 된다. 물론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국내에서 하는 행사와 달리 '각 매체별 인원 제한'이라던가, 아예 참가 언론 매체를 추려서 그쪽 집단의 기자들만 추려서 보내는 방식을 써서 어떻게든 규모를 조정하려고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김영란법'이 적용되면서 기자들의 행사 참가 비중 및 지원이 급감하게 된다. 저런 취재 편의 제공 및 지원이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이에 대한 시도가 감소는 커녕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급감하게 된다.



물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낸다고 행사를 주최하는 측과 언론사가 '협찬/광고 계약'을 맺고, 광고 지급 비용을 저 출장 지원 비용으로 퉁치는 경우가 생겼다. 하지만 절차가 복잡해지고, 서류 기반의 물증이 남으며, 협찬 등을 통한 성과를 분석해서 실적보고 등을 통해 보고해야 하는 여러 절차가 추가적으로 생겨나면서 그 빈도가 급감하거나, 더욱 철저히 규모와 효율을 따지게 된다.



그리고 이런 비어버린 시장에, 새롭게 반사이익을 누리는 케이스도 생기게 된다. 바로 '블로거'와 '유튜버'로 대표되는 인플루언서 집단이다. 이들은 이전에 언론사들에게 취했던 포지션과 마찬가지로 홍보를 위해 위의 코스를 제공해서 비슷한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동시에 피드백이 바로 온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저 '인플루언서'들은 법적으로 '언론인'으로 분류가 되지 않기 때문에 '김영란법'에 걸리지도 않는다. 이에 따라 과거 기자들이 누렸던 어찌 보면 혜택, 어찌 보면 취재 편의성을 인플루언서들이 모두 가져가 대신 누리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조금만 자료를 찾아보더라도, 특정 기간 이후 지방 행사, 혹은 해외 행사에 기자들의 참가는 급감하고, 대신 인플루언서들의 참가기가 대거 증가한 시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기자들은 조금 추해 보이지만 편의를 챙기기 위해 '개인 자격'으로 인플루언서가 되는 경우가 있다. 간단한 예시로, 자동차 관련 언론사의 경우 신차 시승 행사를 통해 기사를 썼는데, 이 시승 행사 역시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경험기가 언론사 차원에서 기사 출고량이 급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의 시승식 참가와 관련 포스트는 볼 수 있는데, 자세히 보면 기자가 '기자' 자격으로 행사에 참가한 것이 아니라 '개인 블로거' '인플루언서' 자격으로 참가해 행사 취재를 하고, 관련 내용을 블로그 포스트나 유튜브 영상 등으로 올린 케이스다. 물론 이걸 취재하지 않으면 밥그릇 자체가 사라지는 거기 때문이 이해는 간다면서도, 그러면 취재를 하지 않는 다른 기자들, 더 나아가 언론사들은 봉으로 보는 건지 입장을 한번 물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이 김영란법 덕분에 기자들의 기본 시급이 올라가는 시발점이 되었고, 더 나아가 영업과 광고 관련 압박에서 기사로라도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졌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 최소한 '이 기사는 광고 받아서/돈 받고 쓴 거에요!' 라고 말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생겼기 때문이다. 정말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더더욱 견고히, 그리고 촘촘히 법이 개선 보완되어서 범위가 더욱 확장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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