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미리쓰기(정말로)
사실 기자 영웅문을 쓰면서 첫 구상은 '무협소설의 기본 구조를 가져가면서, 동시에 비법서 같은 구성으로 가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으로 단계를 나눠 구성을 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냥 필자가 경험했던 것을 순서에 맞춰, 그리고 떠오르는 대로 정리해서 쓰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이번 항목의 제목인 '미리쓰기'가 제대로 복기가 되었다면, 이런 글 쓰면서의 신세한탄은 그렇게 크게 나오지 않았으리라 감히 생각을 하면서, 이번 챕터 역시 시작을 해 보고자 한다.
제목에 언급한 '미리쓰기'는, 단어 그대로 미리 쓰는 것이다. 대신 이 미리쓰기의 대상이 '아직 행사가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은' 행사를 주 내용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자 업무의 차별성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우선적으로 저 '미리쓰기' 하면 미리 생각이 나는 케이스가 있을 것이다. 스포츠 경기나 대회 등에서 모든 경기 결과를 구성해 기사를 뼈대 수준으로 미리 세워 놓고, 경기 결과에 따라 빈칸을 채워가며 기사를 넘기는 방식이다. 사실 이 방식은 기사를 빨리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기자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생각을 하게 되며, 경기가 길어지거나, 다른 업무가 겹친 상황에서 꽤 유용하게(?) 사용되는 방식이다.
필자의 경우, e스포츠 취재를 같이 진행했었는데, 내가 한창 취재를 했을 때(2013-2014)가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 SK텔레콤 T1이 그야말로 맹위를 떨치던 때라서, 아예 '이변은 없었다. T1이 통산 [ ] 전 전승 기록을 이어가며 리그를 이어갔다'라는 리드와 내용을 미리 준비해, 경기가 끝나자마자 빈칸의 단어를 채워 바로 웹페이지에 송고시키는 방식을 애용했다.
물론 이 방법이 어떻게 보면 편법이고, 편하게 일하는 방법이라고 손가락질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생존이 달린 문제였다. 당시 e스포츠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온라인, 콘솔, e스포츠, IT 기사는 내가 전담해서 처리하고 있던 자칭 '인력 부족의 시대' 였으니까. 이렇게 당당히 기자 영웅문을 통해 관련 사항을 고백하는 것도, 편법을 썼지만 최소한 부끄러운 짓은 아니라고 자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챕터'로 뺄 정도의 이슈는, 단순히 편법이자 노하우 전수의 순간은 아니라는 것을 이제 모든 읽는 분들은 알 것이다. 기사의 생명은 정확한 내용도 내용이지만, 소식이 빠르게 퍼질 수 있도록 하는 '속도'에 있고, 이 속도는 소식이 공개되었을 때 바로 기사화되는 것이 가장 빠르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신속성'을 이유로, 기자들은 예상외로 많은 곳에서 공식 발표 이전에 여러 정보를 먼저 얻을 수 있다. 단순히 취재나 인터뷰 등을 통해 관련 이슈나 프로그램, 이벤트 등이 언제쯤 진행이 된다는 것을 아는 선을 벗어나, 홍보팀이 직접 정리한 문서를 통째로 받게 되고, 그 문서에는 정확한 일정과 회사의 코멘트, 향후 일정까지 세부적으로 적혀 있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내가 직접 경험했던 케이스를 적자면, 게임 기자 시절에는 하반기 제일 큰 행사 중 하나는 역시 '대한민국 게임대상'일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심사 기준과 데이터가 매년 계속 개편되어 왔기에, 여러 수상 리스트를 짐작하는 기사들도 나오고 하지만, 사실 기자들에게는 행사 시작 전후로 수상작 리스트가 정리가 되어 있는 보도자료 및 문서가 기자들의 메일과 자리로 전달이 된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그 내용을 바탕으로 텍스트를 쓰고, 실제 발표 이후 진행되는 시상 및 사진 촬영 데이터를 더해 속보로 기사를 내는 방식이다.
물론 이런 경우에는 취재의 편의성과 빠른 행사 진행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아닌 케이스도 '당연히' 존재한다. 왜 다른 직종 종사자보다 IT 및 게임 매체 종사자의 썰 중에 '주식 투자' 이야기가 항상 단골 소재로 나오고, 이슈가 되는 걸까.
주식투자와 관련해서는, 과거부터 꾸준히 논란이 되어 왔던 사안이긴 하다. 일부 매체에서는 아예 서약서까지 쓰고 주식 투자를 금지하는 곳도 있다는 자료를 찾아볼 수 있지만 '단순 서약'일 뿐 물리적인 제한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는 사안이다. 막말로, 내 경우에도 기자일 그만두고 쉬러 간다는 선배 기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지막 한 탕으로 A사의 주식으로 이득을 보고 털고 간다는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하던 모습에서 기가 찼던 경험이 왜 한 두 번이 아니라 꽤 자주 있을까?
이 부분은 더 나아가면, 과거 주식 상장을 준비하던 여러 게임 업체와 관련한 언론사 단위의 커넥션으로 이야기가 확장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당시 현역이었던 현 편집장급 이상 멤버들에게 따끈따끈하게 상장한 주식 보유는, 이미 '주식 경험담'의 소재로 활용될 정도로 어렵게 보기 힘든 케이스였다. '난 모 회사 주식을 8만 원일 때 받아서 16만 원일 때 팔았는데, 지금은 마구 떨어졌다 해도 그때의 2배라지?'와 같은 이야기를 지금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언젠가 제대로 터질 화약고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사례는 실제 사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극히 일부'의 사례라는 점도 분명히 하고 싶다. 현재 현업으로 뛰고 있는 선임 기자들 중에 저런 사전 정보 청취를 통해 이득을 보거나, 경제적 부유를 얻지 않은 사례가 훨씬 더 많으며, 기자들의 평균 월급이 기대 이하라는 점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한번 더 말하고 싶다. ...물론 이게 좋은 건 역시 아니지만ㅋ
다음 심화과정에서는 이번 이야기와 살짝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는, 아닐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내년이면 시행 9년, 유예기간을 빼고 친다면 시행 10년차를 맞이하는 '김영란법'이 언론사, 그리고 기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적어보고자 한다. 왜 당시 김영란법이 적용된다 이야기가 나왔을 때 다른 곳 보다도 언론과 기자들이 난리를 피웠는지 기억을 되돌아 적어볼 수 있도록 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