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ress A Mar 06. 2024

기본 이해 과정(4)

기사를 쓰기까지 넘어야 하는 산



솔직히 이전까지 쓴 글은 이미 많은 기자들이, 그리고 언론사가 직접 '언론의 모습을 스스로 고발합니다' 등의 포지션을 취하며 공개했던 자료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보도자료'나 '업계 관계자'와 같은 요소는 지금 이 순간에도 구글에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고발성 기사를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니까.



그러면 조금 더 진솔한 부분으로 접근을 해서, 이야기를 털어볼까 한다. 사실 이건 거의 모든 기자들이 공통적으로 한번 이상은 겪은 시스템적인 항목이기 때문에 기자 생활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거나, 언론사가 굴러가는 형태 중 하나를 바라보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이렇게 적는 내용조차도 일부 매체에서는 구조상 등 여러 이유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내부 시스템 개혁 등을 통해 바꾼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는 '이런 기본적인 시스템' 조차 형성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인 기사 양산을 하는 매체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제발 인적 개선 및 시스템적인 변화가 이루어진 결과이길 빌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피부로 이미 느낀 상황이라... 여튼, 한번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들이 기본 교육을 받고 왔든, 수습 딱지를 붙이고 있든 모 언론사의 기자로 들어왔다고 상상해 보자. 여러 가지 업무 외적인 이슈도 있겠지만, 이제 단순 보도자료 처리나 기사 우라까이가 아닌, 정말 제대로 된 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보자.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여러 자료를 수집하고, 기사에 적을 내용을 정리하고, 취재도 다니며 인터뷰를 뽑고, 여하튼 여러분이 생각하거나 상상하며 떠올릴 수 있는 기자의 업무를 통해 자신만의 기사를 완성했다고 보자. 당신은 자신의 원고를 하나의 완성된 기사로 텍스트를 만들었고, 이를 이제 바로 노출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노출이 되기 위해선 당신은 넘어서야 하는 여러 단계들이 있다. 사실 이 부분은 당신의 연차가 차거나, 기사 출고의 최종 결정권자가 기자에게 있다면 바로 사라지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언론사라면 대부분 이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이는 크게 언급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



우선, 당신이 기사를 언론사 웹페이지에 올린다면, 그 기사는 다이렉트로 신문사 웹페이지에 노출이 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출고 대기 상태'로 수많은 기사들 사이에 끼워져 차례를 기다리게 된다. 무슨 차례인고 하니, 편집장급 인사의 기사 체크 및 검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아는 사람들이 실수로 기사가 잘못 나가는 경우, '그럴 리가 없다' 라거나, '의도가 있는 것'이라거나, '다르게 해석을 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내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자가 단독으로 기사를 노출시키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데다가, 그다음에 편집장이 어떻게든 기사를 건드린 다음 출고를 하는 부분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단순히 자신이 속한 언론사에 기사를 노출시킨다 해도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기사를 접하는 창구의 비중이 해당 언론사의 웹페이지인 경우가 솔직히 얼마나 될까. 대부분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에서 노출되는 기사를 확인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 '역시' 단번에 기자가 올리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부분은 더더욱 기자가 직접 올리는 부분이 아니며, 시스템 상으로 언론사에서 노출을 설정한 기사들을 시스템적으로 크롭해 자동으로 노출을 시키는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포털에 노출된 기사의 경우 기자가 단독으로 올린 내용이라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으며, 최소 2-3단계의 검수와 교정을 거친 상태에서 노출이 되는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이 정도 상황이라면, 오히려 궁금증이 생기는 사안도 있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실수'들은 실제로 발생을 하는데, 이 경우에는 어떻게 설명이 되느냐?라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먼저 언급했던 '의도'가 분명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런 기본적인 장치가 없는 언론사들이 하는 실수가 대부분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오히려 이런 시스템 자체가 전무한 곳에서 실수가 발생하고, 그 실수가 커져서 기사가 잘못 출고되는 실수가 발생, 온갖 커뮤니티에 짤로 돌아가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번 편에서 내가 하고자 했던 말은 '기자는 기사를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담아내 쓰고 있다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실제로 대다수의 기자들은 자신들의 의견과 생각보다는, 데스크의 의견과 방향성, 더 나아가 언론사의 가이드에 맞춰 기사를 출고하고 찍어내고 있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사실상 '이런 기사를 쓰다니, 완전 기레기구만?'이라는 방향성을 '기자의 단독적인 기사가 아닌, 편집장, 더 나아가 언론사의 의도가 섞여있는 아주 주도면밀한 물건이구만?'이라고 생각을 해 주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전 05화 기본 이해 과정(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