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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s A Mar 05. 2024

기본 이해 과정(3)

그 '업계 관계자'는 누구인가



우리가 뉴스, 특히 기사를 접하다 보면 어렵지 않게 기사 내부에 누군가가 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사를 써 나가는 기자와 관련 코멘트를 하는 인터뷰이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지금 이 글에서 그 부분을 언급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부분에 있어 의문점을 표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과연 기사에 수십번, 수백번 확인하게 되는 '업계 관계자'는 누구일까. 기사를 자세히 보면 '업계 관계자'라고만 할뿐 그게 누구인지 정확한 정보는 알려주지 않고 있다. 단순히 기사 내용과 연관이 있는 '업계'의 관계자라는 표시만 되어 있을 뿐 세부적인 내용은 전혀 알수가 없다.



그런데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에게서 기자는 기사의 내용을 묻고, 문제점을 체크하며, 팩트 체크도 하고, 더 나아가 인터뷰 내용까지 따와 기사에 첨부하고 있다. 기사를 접하는 사람들은 사실상 그 '업계 관계자'가 누구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기사의 내용을 접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 부분은 단순히 글로 구성되어 있는 인터넷 신문, 종이 신문을 매개체로 하는 기사뿐만 아니라, TV 및 영상으로 꾸려진 뉴스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인간 형태의 둥근 모양의 뒷모습과 함께 '00업계 관계자' '00업계 종사자' 등의 이름이 노출돼 코멘트를 내주는 모습은 심심찮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기도 하고, 전혀 감조차 오지 않다는 분도 계실테니, 내가 직접 적고 경험했던 '업계 관계자'에 대한 유형을 이참에 적어볼까 한다. 물론 2024년 현재 기자들이 '업계 관계자'를 어떻게 내세우고 있는지는 '이것이 정답이다!'라고는 말 못하지만, 최소한 내 경험을 적어보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으리라 단언하니까.



첫 번째, 정말 '업계 관계자'인 경우. 이 경우에는 사실 두 가지 케이스로 세분화가 된다. '자신의 신원을 밝히고 나갈 수 있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 신원을 밝히고 나갈 수 있는 경우라면 당연히 '업계 관계자'라는 타이틀이 아니라, 이름과 소속, 더 나아가 코멘트를 할 때 상황이 담긴 얼굴까지 더해져 '인터뷰이'가 누구인지 확인이 되는 경우다. 이럴 경우라면 당연히 '업계 관계자'는 소환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관계자라면 기자는 취재원을 보호해 줄 의무가 있다. 사실 의무가 아니더라도 그냥 신원을 까발리고 기사를 쓰면 기사의 신뢰성은 올라가지만 앞으로 그 취재원을 통해 정보 확인이나 코멘트는 영영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더 나아가 그냥 연락 자체가 끊겼다고 봐야지. 보통은 이런 상황에서 취재원의 신원을 보호해 주기 위해 '업계 관계자'라는 타이틀로 신원을 숨겨준 채 인터뷰 코멘트를 따고 기사 내 노출시키는 것이다.



두 번째, 업계 관계자는 맞는데, 해당 사안과 관련성이 떨어질 경우. 만약 당신이 공장 등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근로 실태를 다루는 기사를 쓴다고 가정해 보자. 하지만 당신은 이미 윗선의 연락을 받고 근로 실태에 큰 문제가 없다는 내용으로 기사를 써야 하며, 코멘트도 붙여서 기사를 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근로자들에게 코멘트를 따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까? 당연히 기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접근할 수 있는 게 해당 업체의 인사과, 사무직, 기타 등등일 것이다. 물론 이걸 본 당신은 '기사 내용과 전혀 상관 없는 집합군이잖아?'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시선을 돌리면 그들은 모두 '같은 그 업계, 아니 회사에 소속돼 있는 종사자'가 된다. 물론 이 과정에 있어 해당 기사를 부탁한 쪽의 다리도 자연스럽게 놓여지겠지만.



세 번째, 예상 외로 정말 사례도 많고,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케이스다. 기자는 열심히 코멘트를 따 기사 말미에 '업계 한 관계자는 ~~라고 말했다' 라는 내용을 썼지만, 그 말을 한 사람은 제3자가 아니다. 바로 그 기사를 쓴 '기자' 본인이 직접 생각을 해서 채워 넣은 코멘트다.



물론 이 경우에는 아예 기사의 방향성이 정해져 있거나, 기사를 노출시켜야 하는 방향성이 분명하거나,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한 기사 준비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쓰는 기자들에게 질문을 하면 이런 답변이 날아올 것이다. '난 이 분야에서 기사를 쓰는 기자다. 나 역시 이 분야 '업계 관계자' 아닌가?'


...물론 코멘트를 딸 수 있는 경우라면 코멘트를 따고, 취재원의 정보가 공개 가능한 상황이라면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기사의 신뢰와 퀄리티가 올라가기 때문에 당연히 대부분 취재원 공개를 전반에 깔고 취재를 한다(라고 해봤자 이미 위에 저렇게 적었기 때문에 믿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래도 대부분의 기자들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취재원을 찾아다닌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실제로 구해지는 경우가 없기도 하고, 시간 자체가 부족한 경우도 있고, 위에 말한 대로 압박이 심한 경우도 있고... ...뭐, 변명이야 무슨 말이든 하지 못할 게 있을까.



사실 이 경우에 있어서 영상 매체에선 여러번 지적이 되고,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모 시사탐사 프로그램에서는 대역을 써서 인터뷰를 재구성했다가 '사실상 인터뷰를 하지 않은 것 아니냐'라는 질타를 받기도 했고, 모 공중파 기자는 자신의 지인을 내세워 기사를 만들어 '기사를 취재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낸다'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언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사는 대부분 텍스트만으로 구성되어 있고, 내용의 진의를 기자의 양심과 언론사의 권위에 기대어 믿고 지나가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어떻게든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이 행태는 계속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신원이 노출이 되더라도 취재원의 향후 업무에 지장이 없는 업무 환경이 조성이 되든, 누구인지 공개는 하지 않더라도 '직접 코멘트를 딴 게 맞다'라는 인증마크라도 받지 않는 한, 언론이 스스로 자가복제하듯 찍어내는 '업계 관계자'는 이 순간에도 껍데기만 있는 채 등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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