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는 어떻게 돈을 버는가(2) 실제 사례로 보는 돈줄과 싸우는 과정
언론사가 다른 회사, 기관, 개인 등과 싸우는 일은 요즘에는 보기 힘든 일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최근 '일부' 언론 매체와 '일부' 정부 기관이 대립각을 세우며 법원까지 가는 진흙탕 싸움을 보여주고 있지만, 내가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일반적인' 부분이니 과감히 시선을 돌려보도록 하자.
사실 언론사가 회사, 특히 협찬 기사나 광고를 집행하는 광고주와 의견 대립을 이유로 '싸우는' 포지션을 보이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되도록이면 언론사가 회사의 의견을 들어주고, 광고를 노출시키거나 기사에 반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현실을 보더라도 돈을 주는 곳은 '회사'고, 그 돈을 받아 직원들 월급 주고, 비용 처리하고,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언론사'이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내가 이번 편을 통해 언급하고자 하는 사례는 두 케이스다. 물론 각 업체 명과 사유는 어떻게든 변형을 가해볼 생각이지만, 이상하게 찾아보면 바로 찾을 수 있는 사례들일 것이다. 이런 걸 잘 써야 국내에선 사연 렉카용 대본도 잘 써서 잘 팔린다고 하지만, 난 영 그게 안되다 보니, 팔자려니 하고 있다.
여튼, 첫 사례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카메라 퀄리티에 대한 이슈였다. A업체는 자사의 신형 스마트폰을 출시해 한창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IT 전문 B 매체에서 신제품의 카메라 퀄리티에 대한 지적을 하는 기사가 등장하면서 발생한 대립이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A업체가 해당 기사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고, B 매체에서 이것을 담아낸 추가 보도를 내며 지속적인 기사 노출로 마무리되는 형태가 일반적인 케이스다. 하지만 B 매체는 A업체의 반론을 수용하지 않은 채 문제가 된 기사의 후속 기사를 내 버린다. 사실상 기자가 '내 취재엔 문제가 없으니, 반론 수용이 아니라 후속 기사 그대로 가겠다'라는 입장을 보인 것이고 그걸 B매체의 데스크 역시 그대로 수용하고 회사의 입장을 정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A업체도 강경 노선을 결정한다. 보통 이럴 경우 A업체의 홍보팀 윗 선이 B매체 편집부 윗 선을 만나 회사 입장 조율 및 해결 방안을 결정하기 나름인데, A업체는 그 어떠한 의견 조율 제스처 없이 정정보도 요청을 공개적으로 한 것이다. 특히 정정보도 형태, 위치, 문구까지 모두 A업체가 정해 통보하는 형태를 보임으로써 '너흰 언론사도 아니다'라는 입장을 돌려서(사실 이 정도면 직구로 표현했다고 하지만) 한 셈이다.
더욱 세부적으로 가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행태가 될 게 뻔하니 줄이자면, A업체는 언론중재위원회를 거치지도 않고 소송전에 돌입했고, B매체 역시 지속적인 특집 기사로 강경 대응을 유지했다. 이후에는 당연히 A업체의 광고 집행이 끊겼고, B매체는 버티기에 들어갔다.
...물론 이런 행태는 6개월 만에 B매체가 '알립니다'라는 기사를 게시하면서 마무리되었지만.(물론 B 매체 역시 완전히 허리를 숙이지는 않았다. A업체가 요구했던 '정정보도' 요청은 하나도 수용하지 않은 채 '알립니다' 기사 한 칸을 노출했을 뿐이니)
사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희망하는 '치열한 다툼' '사이즈 큰 전면전'은 이런 메인 매체보다 아웃사이드로 분류되는 전문매체, 특히 새로운 분야로 자리 잡은 '게임' 분야에서 치열하게 발생한 바 있다. 사실상 두 번째 사례로 넘어가 보자.
당시 온라인 게임 히트작을 꾸준히 서비스하며 이름값을 끌어올리던 업체 C. 하지만 갑작스럽게 터진 개인정보 해킹 사태로 인해 부랴부랴 대책 마련을 하고, 사과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래도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주기적으로 언론사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해서였을까. 대부분의 매체에선 일회성 질타와, 사과하는 모습에 포커스. 그리고 향후 대책 마련의 가이드를 짚어주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물론 갑자기 '언론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보이던 매체 D가 총력전 수준으로 C업체를 난타를 하기 전까진 말이다. D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창구(인터넷 신문, 종이 신문)를 모두 동원해 C 업체의 문제점을 '단독' '취재'라는 이름으로 들쑤시기 시작했고, C업체 역시 적극적인 해명과 함께, D 매체에 대한 교류 차단으로 이어진다.
이 C-D의 사건이 앞에 언급관 A-B 사건과 급이 다른 건, 기간과 사이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A-B 사건의 경우, 대립 기간은 6개월에, 그 기간 동안 광고 및 협찬이 끊긴 게 전부였지만 C-D사건의 경우, 그 기간이 무려 5년이었으며, 그 기간 동안 C업체는 D매체에게 광고나 협찬은 물론이거니와 기본적으로 제공했던 보도자료조차 끊어버리면서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던 것이다. 물론 이런 입장이 D매체 역시 절대 타협은 없다는 입장으로 버텼고.
...물론 C-D도 현재는 보도자료도 잘 오고 가고, 관계자 미팅도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광고도 잘 받고 있다. 정확히는 5년이 되는 때에 C업체 홍보팀에 새로운 인물이 들어왔고, D매체 역시 당시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편집-취재 라인이 영전 및 이직을 하면서 새롭게 구성된 취재팀이 만들어지면서 '언제나 그랬냐는 듯' 다시 관계를 회복했다. 거창한 이슈와 규모에 비하면, 정말 시시한 결말인 셈이다.
제일 처음에도 말했지만, 사실 언론사가 회사와 싸움을 하게 되면, 결국 이기는 것은 회사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기본적인 정보 제공부터 협찬, 광고까지 거의 모든 카드를 회사가 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잘해야 두 번째 사례처럼 무승부 수준일까...?
이것에 비하면 언론사와 정부부처의 싸움은 꽤 재미있게 볼만하다. 정부 자체가 정권이 바뀌면 모든 게 다 바뀌는 경우도 허다하고, 정권이 그대로인 상태라 하더라도 공무원들은 순환보직을 하기 때문에 기존 언론과의 싸움과 비교하면 훨씬 언론사의 승점 포인트가 높은 편이다. 그런데도 싸울 생각을 하지 않고 타협하고 한 발 물러나는 모습만을 보인다? 그렇다면 확실히 그 상황은 취재부 선을 떠나 윗 선에서 결정한 사안이라는 점은 분명할 것이다.
이번 시간에는 알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이슈를 수박 겉핥기로 건드려 봤다면 다음 시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물어보는 '기사에 매번 나오는 업계 관계자는 누구냐?'에 대해서 적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예상외로 현재도 많은 질문을 받는 부분이기도 해서, 내가 설명할 수 있는 선에선 풀어서 적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