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로 과거와 현재를 먹고 살면서 드리는 말씀
불현듯 이 텍스트를 끄적이기 시작한 것은, 프리랜서 생활을 일주일 하고도 사흘 가량 이어가고 있었을, 한창 일하기 싫은 감정과 돈은 벌어야겠다는 감정이 뒤섞이고 있을 때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포털 등으로 대표되는 국내 인터넷 미디어들의 기사를 모니터링하고, 짧게 요약하거나 보도자료를 그대로 복사해서, 업체 웹페이지에 옮기는 일명 '뉴스 모니터링/정리' 업무를 아무 생각 없이 이어가고 있던 때였을 거다.
문득 기사들을 메인 모니터와 보조 모니터에 널브러트려 보니,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튀어나오는 게 아닌가.
'옛날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전혀 없구나'
라고 말이다.
매체를 대상으로 업체가 발송하는 보도자료나, 그것을 바탕으로 쓴 분석 기사나, 현장과 시장을 조사 및 취재하며 쓴 취재 기사 등 모든 기사가 내가 처음 언론 분야에 발을 담근 2010년대 초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기사들이 노출되는 언론사는 배 이상 늘어난 것 같지만.
나는 현재 모든 신상 정보를 만천하에 공개할 수는 없는 입장에 놓여 있지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언론사 업무를 가지고 있다. 짧다와 길다를 모두 언급한 이유는 정말 애매하게도 경력을 계산하면 7년 2개월 정도의 기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평균 한 가지 업무를 5년 이상 이어서 해 왔다면 결코 짧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동시에 '기자 일은 최소 10년은 채워야 타 직종 1년 차라 할 수 있다'라는 선배들의 가르침도 있었기에, 애매하게 발을 걸쳤다고 말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애매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5년 가까이 일을 건드리지도 않다가 다시 업무를 바라봤을 뿐인데, 100% 동일한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점은 이 바닥이 얼마나 발전 없고 정형화되어 있으며, 누구나 기초적인 구조만 알면 빌어먹고 살 수는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다시금 드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단순한 구조의 생태계를 부족한 내 글로나마 설명할 수만 있다면, 나도 어찌어찌 입에 풀칠은 하며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사리사욕도 생겼다. 10년이 넘게 같은 구조, 같은 내용, 같은 형식으로 결과물이 쏟아져 나오는데, 매번 같은 반응으로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문제 풀이를 한다면 어떻게든 콩고물을 주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지극히 사욕이 젭중한 결심이다.
그런 고로, 전직이었다가-현직이었다가-또 둘 다 아닌 이상한 포지션의 기자 A가 과거와 현재의 기억, 그리고 경험을 살려 텍스트로 무언가 옮겨보려고 한다. 그 어느 때보다 기사가 쏟아지고, 그리고 기사를 분석해서 봐야 하는 시대에, 택도 없는 정보지만 최소한의 이정표가 되기를 감히 기대해 보면서. 이 정도 꿈은 누구나 꿔도 되지 않을까?
서울 강남 모처의 공유오피스에서,
자리 이용료를 주고 공짜로 퍼먹을 수 있는 시리얼과 커피, 토스트를 꾸역꾸역 입에 넣으면서
기자 A가 적음.
*시리즈를 나눈 이유는, 부족한 기억과 경험, 실제 자료가 되는 항목의 카테고리가 시리즈 별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항목은 아무래도 가장 길게 업무를 본 'IT/게임'으로 분류되는 현장에서의 경험이 바탕이 됨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원작 소설이 되는 김용의 3부작 무협 소설의 국내 해적판의 명칭을 사용한 것은, 너무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30%, 실제 제 파란만장했던 무협 뺨치는 기자 생활을 담아내고 한 의도가 30%, 나머지 40%는 슈카 전석재 아저씨의 영웅문 영업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것으로 봐주십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