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항공 비행기값이 싸지나요
대한항공은 지난달 6일,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 협약에 따라 내년 4월 12일부터 인천~보스턴 노선(KE090)을 운항한다고 발표했다. 원래 보스턴은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항공, 캐세이퍼시픽, 하이난항공 등만 운항하고 있던 노선인데, 이제 매주 화·수·금·토·일요일 오전 9시 30분에 대한항공을 타고 보스턴으로 갈 수 있게 된 것. 기재도 좋다. 차세대 기종인 B787-9이 투입된다. 그런데, 조인트벤처? 그게 뭔데?
사실 대한항공은 지난 5월 조인트벤처라는 엄청난 쾌거를 이뤄냈다. 항공 업계에서는 경사가 아닐 수 없는 일이었지만 총수일가의 갑질 파문(-_-) 때문에 잔치 분위기도 못 내고 조용히 묻혀버린 조인트벤처… 총수 일가의 갑질 및 불법 행위는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마땅하나, 항공 전문 에디터로서 ‘조인트벤처’라는 이슈는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이득이 분명 있으니 말이다.
서로 다른 2개의 법인이 특정 노선을 한 회사처럼 공동 운영하며 수익을 공유하는 항공업계 최고 수준의 협력을 말한다.
흔히 알고 있는 코드셰어(Code Share, 공동운항)가 항공기 좌석 중 일부를 제휴 항공사가 위탁 판매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조인트벤처는 파트너사의 항공기 좌석 전부를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스카이팀, 스타얼라이언스 등의 항공동맹(Alliance)이 마일리지, 라운지 등을 공유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조인트벤처는 공동운항뿐만 아니라, 비용 및 수익도 공유한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조인트벤처가 승인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델타항공의 모든 노선을 대한항공과 똑같이 예약 및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대한항공 탑승 시와 동일한 수준으로 델타항공에서도 스카이패스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다.
· 2017년 3월: 조인트벤처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 2017년 6월: 조인트벤처 협정 체결
· 2017년 11월: 미국 교통부(DOT·Department of Transportation) 승인
· 2018년 3월: 한국 국토교통부 승인 (3년 후 재검토 조건)
· 2018년 5월: 1일 조인트벤처 공식 출범 (최소 10년간 유효)
1. 선택할 수 있는 항공 스케줄이 많아졌다
대한항공이 조인트벤처의 메인 광고 카피로 내세운 것이 ‘미주 내 290개 도시를 보다 편리한 스케줄로 모십니다’이다. 양사의 조인트벤처로 미주 290여개, 아시아 80여개의 도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가능한 스케줄이 훨씬 많아졌다.
단적인 예로, 지난 6월 1일 대한항공의 발표에 따르면 양사 공동운항 노선은 조인트벤처 시행 이후 기존 164개에서 370여개(192개 도시)로 약 2배 이상 증가했다. 미주 내 모든 주요 도시에 공동운항편을 제공하게 된 셈이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미국 샌디에이고를 여행하려면 인천-로스앤젤레스-샌디에이고 여정만 가능했지만 공동운항 확대를 통해 시애틀이나 라스베이거스를 경유지로 추가 선택할 수 있게 됐다.
6월 6일부터는 델타항공이 운항 중인 나리타-애틀랜타, 시애틀, 디트로이트, 포틀랜드 및 나고야-디트로이트 노선에도 공동운항을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한-미 직항 노선 외에 도쿄 나리타 공항을 경유하는 미주행 항공 노선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영남지역 승객들의 미국행이 더 쉬워진다. 대한항공의 부산-나리타, 나고야 노선과 연계한 미주행 스케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2. 직항 노선의 선택지가 늘어났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양사가 운영하는 한-미간 직항 13개 노선(대한항공 10개, 델타항공 3개)에 대해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기 시작했다. 이말인즉슨, 이전에는 대한항공에서 예약할 수 없었던 직항 노선도 이제 쉽게 예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인천-애틀랜타, 시애틀,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 시카고, 댈러스, 워싱턴, 호놀룰루 등 10개 노선을, 델타항공은 인천-애틀랜타, 시애틀, 디트로이트 등 3개의 한-미 노선을 각각 운영 중이다. 내년 4월에는 15개 노선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대한항공이 인천-보스턴 노선에 취항하고 델타항공이 미니애폴리스-인천 노선에 취항할 계획이기 때문.
3. 델타항공 탑승 시 대한항공과 동일한 마일리지가 적립된다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회원이 델타항공을 이용할 경우 대한항공 탑승 시와 동일한 수준으로 마일리지가 적립된다. 예전에 델타항공 일반석 Q class 항공권을 구매했을 때는 스카이패스 마일리지 적립이 50%만 됐다면 이제 100%가 가능해졌다. 두 회사가 한 회사처럼 운영된다는 조인트벤처의 정의가 가장 와닿는 대목이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한 회사처럼 움직이게 되면서 승객들을 위해 스케줄을 최적화하고 있다. 출·도착 시간 및 연결편을 조정하거나 환승 시 필요한 최소 연결 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으로 미국 내 환승이 쉬워지도록 시간표를 다시 짜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대한항공,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KLM이 독점 사용하면서 환승이 편리해졌다. 기존에 나리타 공항을 경유하던 델타항공의 미주-아시아 노선도 인천공항으로 대거 옮겨올 것으로 보인다. 델타항공 입장에서는 독점 사용하는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리할뿐더러 이제 대한항공의 방대한 아시아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많은 미국 항공사들이 델타항공의 한미 노선 독과점을 우려하며 조인트벤처를 반대했지만 딜은 성사됐다. 아메리칸항공-일본항공, 유나이티드항공-전일본공수(ANA) 등이 이미 조인트벤처를 설립한 상황에서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합작은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인천공항의 입장에서도 중요한 이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환승 수요를 가져와 인천공항을 아시아 허브 공항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전략적인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제 대한항공은 한미 노선에 있어서 강력한 우위를 점하게 됐다. 소비자들의 편의성이 실제로 얼마나 상승할지, 인천국제공항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그리고 불미스런 잡음으로 시끄러웠던 대한항공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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