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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스티지고릴라 Dec 14. 2018

항공사는 신규 취항지를 어떻게 정할까

그 많은 비행기에 사람들이 다 타긴 하나요 

최근 2주간 있었던 신규 취항 소식들만 추려도 이렇게나 많다. 

이렇게 노선이 확대되어도 감당이 가능한지 궁금했다. 아니, 이 많은 비행기에 사람들이 다 타긴 하나요?

(프리미어 빌리지 푸꾸옥 리조트 매니지드 바이 아코르 호텔스)

지난 8월에 푸꾸옥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그때만 해도 직항이 없어서 호치민에서 베트남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다녀왔어야 했는데, 그땐 없었던 인천-푸꾸옥 노선이 오는 12월 23일 첫 운항을 시작한다고 한다.

왜? 그때와 지금 뭐가 달라졌길래 없던 노선이 생기는 걸까? 


대체 항공사는 신규 취항지를 어떻게 정하는 걸까.




 수요 : 뭐니 뭐니해도 머니!


정확한 수요 예측은 항공사의 매출에 직결된다. 비행기 한 대 값이 수십 억에, 항공 유류비도 어마어마하다. 

수요 한번 잘못 예측해서 엉뚱한 취항지에 비행기를 띄웠다가는 항공사가 감내해야 하는 손실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대신 정확한 수요 예측이 이루어지면 이런 엄청난 그래프를 볼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9월에 바르셀로나로 비행기를 띄우자 마자 그래프가 말 그래도 천정을 뚫었다(!) 불과 3달 사이에 인천-바르셀로나 노선 이용객이 2배 이상으로 폭등한 것. 

아시아나항공은 이 정도 대박을 예측했을까? 개인적으로도 매우 궁금하다.


수요 예측이 망하는 경우도 있냐고? 당연하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노선들이 대부분 그렇다. 어떻게 매번 대박만 치겠어요…


△ 잊지 말자 환승 고객

(출처: 인천국제공항 공식 홈페이지)

항공사는 단순히 A~B라는 노선의 직항 고객만 수요 계산에 넣는 것은 아니다. 

인천공항이 허브 공항이라고 불리는 데에는 환승 고객을 잡기 위한 항공사들의 치밀한 계산이 선행되었기 때문이다. 환승 연계성을 확보하여 환승 고객을 유치하는 것도 항공사들의 중요한 수요 계산이다. 


대한항공이 운항 중인 일본 노선을 보자.

도쿄, 삿포로, 오사카, 오키나와, 후쿠오카 빼고는 당최 어디 있는지도 모를 소도시가 태반이다. 

이런 소도시에 충분한 직항 수요가 나올 리가 없다. 수요가 없을 것 같은 소도시에도 취항하는 건, 바로 이 환승 수요 때문이다.


이 중 가고시마 공항은 이용객 수가 일본 열도 내 9위에 달하는 중요한 공항이지만 국제선은 인천, 대구, 상하이, 타이베이, 홍콩만 운항하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작다. 


질문 하나! 가고시마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파리에 어떻게 갈까?

국적기를 이용하는 것보다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게 더 빠르다! 

일본-유럽 행 고객을 잡기 위해 대한항공이 운항시간 스케줄을 짤 때도 이 환승 고객을 고려했음을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항공협정 : 우리도 너희 하늘길 쓰게 해줘

그럼 취항하면 되지 않느냐고? 안된다. 

항공사들이 다른 나라에서 운항을 할 수 있으려면 ‘항공 협정’을 반드시 맺어야 한다. 

올 한 해 핫했던 베트남을 생각해보자. 

베트남 여행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하노이, 호치민, 다낭, 나트랑, 푸꾸옥에 신규 취항을 결정하는 항공사도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고 있다. 

‘아까 광저우는 안된다면서 다낭에는 맘대로 취항해도 돼요?’

(반얀트리 랑코 리조트)

베트남은 항공 협정이 이미 체결된 지역이다. 항공 협정 중에서도 항공 자유화 협정(오픈스카이)이 맺어진 지역이라 항공사들이 신고만 하면 얼마든지 취항이 가능하다.

▶베트남항공 비즈니스석 탑승기가 궁금하다면?

▶다낭의 보석, 반얀트리 랑코 리조트가 궁금하다면?




 공항 사정 : 너무 많아도 안되고 너무 늦어도 안돼

(출처: 인천국제공항 공식 홈페이지)

공항 사정도 살펴봐야 한다. 

특히, 시간당 항공 수용능력을 말하는 ‘슬롯’의 확보가 아주 중요하다. 이 슬롯은 활주로 개수와 공항시설, 관제, CIQ(세관, 출입국 관리, 검역) 능력을 고려해 결정된다. 

즉, 공항의 소화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항공사가 슬롯을 따내지 못하면 그 공항을 이용할 수 없다. 

참고로 인천국제공항의 슬롯은 시간당 63회.

(출처: 후쿠오카 국제공항 공식 홈페이지)

잠자는 공항도 있다. 

김포국제공항처럼 민가와 인접한 공항은 소음 등의 문제로 심야에 항공기 운항을 통제한다. 이 야간통행금지 제도커퓨(Curfew)이라고 한다. 

김포공항은 오후 11시부터 익일 오전 6시가 커퓨 타임. 아, 도심과 매우 가까운 후쿠오카 공항도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가 커퓨타임이다.

▶후쿠오카행 대한항공 프레스티지석 후기는 여기




 운항권 : 누가 뭘 할지는 정부가 결정한다


위에서 언급한 항공 자유화 협정이 맺어지지 않은 경우엔 국가가 해당 국가의 국적항공사에 운항권을 배분한다. 특정 항공사가 어떤 노선을 한 주에 몇 회 운항할지를 국가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보면 쉽다. 


당연히, 인기 노선의 운항권을 따내기 위한 항공사들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정부는 부산-싱가포르 직항 노선의 운항권을 내년 2월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여기에 벌써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의 불꽃 튀는 경쟁이 눈길을 끈다. 

(출처: 이스타항공 공식 홈페이지 / 출처: 티웨이항공 공식 홈페이지)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은 나란히 항속 거리가 긴 B737MAX 기종을 들여올 예정이라며 부산-싱가포르 운수권 확보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과연 정부가 어느 항공사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가는 부분!




 항공사 사정 : B737로는 파리 못 가요


단거리 수송용 비행기만 구비 중인데 장거리를 뛸 순 없는 노릇이고 보유 비행기가 2대뿐인데 20개 노선을 커버할 수 없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내 비행기나 운항 승무원 인력이 충분치 못하면 그것이 바로 그림의 떡…

결국, 항공사 입장에서 아무리 탐나는 노선이 있다 하더라도 항공사의 현재 상황을 고려치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군침 흘릴 만한 노선이 많다면 비행기를 더 들여오면 된다. 

(출처: 대한항공 공식 홈페이지)

대한항공은 추후 B777과 B787-10 기종의 항공기 추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두 기종 모두 장거리용 여객기다. 

아마도, 차후에 대한항공이 장거리 노선을 증편/확대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신규 취항지를 결정하는 의사 결정은 항공사마다 다르다. 각 항공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에 대한 가중치도 다를 것이다. 다만,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노선을 그렇게 빵빵 늘려 대는지가 궁금했던 나 같은 이들에게 이 글이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줬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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