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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스티지고릴라 Apr 18. 2019

점잖고 파격적인 일본 신생 항공사

ZIPAIR를 소개합니다

일본항공(JAL)이 새로운 저비용항공사(LCC) ZIPAIR TOKYO를 런칭했다!


(출처: 일본항공)


일본의 신생 LCC? ‘일본에는 이미 저가항공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 (피치 못할 때만 탄다는) 피치항공부터 바닐라에어, 젯스타 재팬, 스카이마크, 솔라시드 에어, 스프링 에어라인 재팬까지 개성 있는 LCC 춘추전국이 따로 없다. 그런데 또 다른 항공사 출범이라니! ZIPAIR라는 이름의 이 새내기 항공사는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나서는지 샅샅이 살펴보자.


1.    언제까지 FSC와 LCC 사이에서 고민하실래요? 


ZIPAIR는 ‘무엇이든 들어주는 풀 서비스 캐리어(FSC)’ ‘품질을 희생시키는 저비용항공사(LCC)’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겠다고 명시한다. ZIPAIR의 지향점은 시대에 맞는 서비스 품질과 최고의 가성비가 양립하는 것. 



사실 이런 선택은 ZIPAIR의 것만은 아니고, 현재 전세계적인 추세다. FSC로 나서기에는 기존 대형항공사들의 자본이 막강하고, LCC로 나서자니 이미 출혈 경쟁이 펼쳐지고 있어 신생항공사로서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하이브리드 서비스 캐리어(HSC)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스스로를 정의하고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항공사들이 있다. 



미국의 젯블루(Jetblue)와 사우스웨스트항공(Southwest Airlines), 노르웨이의 노르웨지안(Norwegian), 독일의 유로윙스(Eurowings), 베트남의 뱀부항공(Bamboo Airways) 등이 대표적인 HSC다. 얼마전 항공면허를 취득하고 다음해 첫 운항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에어프레미아도 마찬가지다. 



2.    ZIPAIR의 숨은 뜻


이름이 ‘ZIP’AIR라니, ZIP은 ‘압축 파일’의 확장자 아닌가. 얼마나 탑승객들을 꽉꽉 눌러담아 비행기에 채워넣으려고 이름을 저렇게 지은 걸까…. 싶지만, ZIPAIR측의 설명은 조금 다르다.



‘ZIP’은 영어로 화살이 빠르게 날아가는 모습을 나타내는 의태어에서 따온 것으로, 빨리 간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또 ‘ZIP CODE(우편번호)’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장소에 갈 수 있다는 이미지와 디지털 파일형식 ‘.zip’에서 ‘곳곳에 일본의 창의력을 채웠다(?)’는 의도를 표현했다고.



로고 디자인은 칸느 라이온스를 비롯해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상을 수상한 ‘SIX’가 맡았는데, 최고를 의미하는 ‘Z’와 AIR를 표현하는 블랭크(_)를 함께 넣었다. 공백은 변화하는 시대와 고객의 진정한 요구에 부응하는 서비스를 무한정 추구하겠다는 포부에서 비롯됐다. 


로고에 사용된 메인 컬러는 그레이, 서브 컬러는 그린으로, 그레이는 비용과 만족도의 조화를 뜻하는 ‘하모니 그레이(Harmony Gray)’, 그린은 안전 운항 정시 운항 등 고품질을 의미하는 ‘트러스트 그린(Trust green)’으로 각각 명명한다.  


3.    운항 기종과 노선 


어떤 기종을 운항하는지를 보면 그 항공사가 어떤 노선에 치중하려는 계획인지 알 수 있다. 보잉의 737이나 에어버스 A321 기종 같은 경우 단거리 노선에 적합해 저비용항공사에서 애용하는 기종인데, ZIPAIR는 중장거리를 종횡무진하 보잉의 787-8 드림라이너 기종을 택했다. 모회사인 JAL로부터 공급받은 기재다. 


(출처: boeing.com)


보잉 드림라이너 시리즈는 크지 않아 좌석을 채워야 하는 부담은 적지만 연료효율은 좋아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팔방미인이다. 드림라이너의 맏이로 출시된 B787-8은 우리나라에서 멕시코 직항 운항이 가능한 정도. 우리나라 HSC 에어프레미아는 B787-8보다는 수송량이 좋은 B787-9를 단일기종으로 계약하는 등 신생 하이브리드 항공사들이 사랑하는 기종이 바로 이 드림라이너다. 



2020년 여름 취항을 준비하고 있는 ZIPAIR의 첫 노선은 6시간 30분이 소요되는 도쿄(나리타)-방콕(수완나품) 중거리 구간과 2시간 30분이 소요되는 도쿄(나리타)-서울(인천) 단거리 구간이다. 시험적인 첫 노선의 판매와 비행이 안정적인 경우, 장거리인 미서부 지역에도 연이어 취항할 예정이다.


4.    ZIPAIR의 얼굴


항공사의 인상을 결정하는 두 가지 요소, 바로 항공기의 도장과 승무원 유니폼이다. 


(출처: ZIPAIR)


이번에 공개된 ZIPAIR의 도장은 이런 모습으로, 창문을 가로지르는 낮은 채도의 그린 컬러 라인과 그 아래 검은 명조체로 새겨진 ‘ZIPAIR’라는 글자가 눈에 띈다. 무엇보다 시선을 사로잡는 건, 꼬리 부분 큰 글씨로 새겨진 알파벳 ‘Z’. 클래식하면서 결연한 인상이다. ‘항덕’들 사이에서는 지나치게 특색이 없다는 의견도 나오는 등 호불호가 갈린다. 확실히, 눈에 띄는 컬러나 무늬로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항공기들로 가득한 활주로에서 지나치게 점잖게 보일 것 같기는 하다.


(출처: 일본경제신문)


유니폼은 더 점잖아서 오히려 파격적이다. 컬러라고는 스카프에 손톱만큼 들어간 초록색이 전부인, 온통 까만 정장 느낌이다. 잘 봐주면 교복, 어떻게 보나 상복(…)으로 보이는 이 유니폼은 패션 디자이너 호리우치 타로가 제작한 것으로, ‘着まわし(키마와시, 한 벌의 의복을 여러 가지로 조합해서 입음)’가 컨셉이라고 한다. 그날의 업무 내용, 날씨, 기분이나 컨디션에 따라 다양한 아이템을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라고. 


(출처: ZIPAIR)


즉, 승무원의 의지로 자유롭게 조합해 입을 수 있는 옷이라는 말. 조끼, 원피스, 긴팔 셔츠, 반팔 셔츠, 스커트, 팬츠 등을 입는 사람의 개성에 맞게 골라 입을 수 있다. 발은 유니폼에서 오는 경직되고 단정한 인상을 조금이나마 경감시켜줄 수 있는 화이트 또는 블랙 컬러의 스니커즈다. 



그간 컬러풀하고 타이트한 유니폼에 익숙해져서 그렇지, 낙낙하고 밋밋하게 디자인된 ZIPAIR의 유니폼이 나쁜 건 아니다. 스카프 정도만 제외하면 평상복으로도 입을 수 있을 정도로 눈에 띄지 않는 컬러와 디자인, 너무 달라붙지 않는 핏과 장시간 서있거나 민첩하게 움직여야 하는 승무원에게 제격인 스니커즈까지. 지금껏 캐빈 크루와 그들이 입는 작업복을 아이캔디로만 여겨왔던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게 되는 신선한 시도다.



새로운 항공사의 출격은 언제나 하늘 위에 활기를 불어넣는 법! 내년 취항을 앞둔 우리나라 에어프레미아와 일본의 ZIPAIR를 포함한 다양한 신생 하이브리드 항공사들이 상식을 타파하는 멋진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프레스티지고릴라의 더 많은 항공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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