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항공 B777-300ER 멜버른-싱가포르
이거 반칙 아닌가요…? 저는 분명 1인석을 예약했는데요…
팔다리를 있는대로 벌려봐도 아주 넉넉한 여기는
심지어 1인석에 둘이 누워도 충분한 여기는
싱가포르항공 B777-300ER 퍼스트클래스입니다!
오늘의 비행기는 멜버른에서 10:35 출발해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15:25 도착하는 SQ238편이다. 비행시간은 약 7시간 30분이다. 마일리지는 편도에 약 5,600마일 적립됐다.
오늘 탑승할 B777-300ER 기종.
싱가포르항공의 B777-300ER은 [일등석이 4개인 4클래스]와 [일등석이 8개인 3클래스]로 나뉜다. 본 에디터는 4클래스 기재에 탑승했다.
· 4클래스: 퍼스트 4석, 비즈니스 48석, 프리미엄이코노미 28석, 이코노미 184석= 총 264석
· 3클래스: 퍼스트 8석, 비즈니스 42석, 이코노미 228석= 278석
싱가포르항공은 운항하고 있는 항공기들의 평균 기령이 낮기로 유명하다. 2019년 10월 기준 ‘평균 6년’이라고.
· A380-800 19대, A350-900 41대, A330-300 12대, B787-10X 14대, B777 (total) 40대 등 총 126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A350-900 26대 추가 주문, B787-10X 33대, Boeing 777-9 20대 등을 추가 확정 주문했다.
기종에 대해서는 ‘업계 최초’ 타이틀을 여러 개 갖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7년에 업계 최초로 세계 최대 점보 여객기 A380을 도입했고, 2018년에는 업계 최초로 B787-10 드림라이너를 도입했다. 또한 2018년 업계 최초로 A350-900ULR로 세계 최장거리 19시간의 싱가포르-뉴욕 직항 노선을 운항했다.
정말 엄청나게 널찍한 좌석이 딱 4개 있다. 좌석 하나가 얼마나 넓냐면,
이 정도다. 풀플랫으로 좌석을 펴지 않아도 160cm의 여성은 옆으로 앉거나, 쭈그리고 누울 수 있는 정도다.
나중에 가로 35인치 세로 82인치의 대형 평면 침대로 변형된다.
창가자리 모습. 이 날 일등석 승객이 나와 BEIGE 둘 뿐이었으므로, 나중에는 가운데 침대를 펴고 각자 창가 쪽에 앉아서 쉴 수 있었다.
이 시트는 BMW 그룹 디자인웍스 USA에서 디자인했다고 한다. 조가비 모양의 고정 등받이와 곡선의 측면 파티션으로 최적의 프라이버시를 제공한다.
좌석이 넓은만큼 앞 옆으로 설명할 디테일들이 많다.
일단 정면으로는 엄청나게 큰 24인치 스크린이 있다. 비디오 터치 스크린 단말기와 터치스크린을 통해 1,800개 이상의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
여기에 퍼스트/비즈니스 클래스 승객들에게는 뱅앤올룹슨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이 제공된다.
+ 너무나 충분한 정면 수납공간들
좌석 너비가 얼마나 넓은지 24인치 스크린이 들어가고도 옆에 거울이 달려 있다.
충전기와 HDMI포트가 있어 24인치 스크린을 개인 미디어 플레이어로 이용할 수도 있다.
칸막이가 있는 측면에는 3단 조명과 작은 수납공간이 하나 더 있다. 여기에 USB 충전기도 있기 때문에 여러 디바이스들을 한꺼번에 충전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기내에서 업무를 보기에 굉장히 효율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복도 쪽 측면에도 3단 조명이 있어 기내 조명이 다 꺼져도 환하게 좌석을 사용할 수 있다.
좌석에는 기본적으로 라리끄(Lalique)의 어메니티 파우치와 파자마, 슬리퍼가 세팅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은 가져갈 수 있다. 헤드폰과 침구류는 안된다.
퍼스트클래스 어메니티는 싱가포르-시드니 구간의 A380 퍼스트 스위트 클래스와 달랐다.
싱가포르-시드니 노선에서는 향수와 스킨케어 제품 3종이 들어있었고 남성용 여성용이 따로 있어서 파우치와 구성품이 달랐는데, 멜버른-싱가포르 노선은 유니섹스용이었고 향초와 비누, 핸드크림, 립밤이 들어있었다.
후자가 더 최신 버전이라고 승무원이 설명해줬지만 개인적으로는 향수가 들어있는 전자가 더 좋았다. 왠지… 일등석 어메니티로는 향초와 비누보다 향수가 갖고 싶다고 할까…
이번 탑승에서 본 에디터는 북더쿡(Book the Cook)을 했고 BEIGE는 인플라이트밀(Inflight meal)을 주문했다.
1998년 업계 최초로 선보인 북더쿡 서비스는 스위트, 퍼스트, 비즈니스,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 고객을 위한 싱가포르항공의 차별화된 맞춤형 기내식으로 최소 출발 24시간 전 기내식 메인 요리를 미리 주문할 수 있다.
싱항의 북더쿡은 맛있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프리미엄석을 탑승한다면 반드시 신청하기를 추천한다. 2014년 9월부터는 인천발 노선에서도 도입돼 총 12가지 메뉴 중에서 선택 가능하다. 소갈비찜, 전복삼계탕 등의 메뉴가 있다.
일등석이라 그런지 메뉴판이 참 길다… 샴페인-식전빵-애피타이저-수프-샐러드-메인코스-디저트-치즈-과일-프랄린초콜릿-커피와 티까지 무려 11코스다.
많은 메뉴들 중에서 고민되는 승객들을 위해 셰프의 초이스를 따로 소개하는 센스- BEIGE는 이 주방장 추천메뉴를 그대로 먹었다.
영롱한 돔페리뇽!
그리고 크룩!
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일등석을 탔으니 돔페리뇽(Dom Perignon)과 크룩(Krug) 샴페인은 먹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둘다 시켜서 보틀샷까지 찰칵 ;)
돔페리뇽은 2009년산 크룩은 2004년산이었다.
술알못인 나에게 맛은 거의 비슷했지만 크룩이 약간 더 달았고 돔페리뇽이 드라이했다.
대망의 일등석 기내식 코스가 시작됐다.
테이블이 세팅되고 서빙되는 빵. 원하는 만큼 고를 수 있지만 나올 코스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한 개만 고르기
애피타이저로는 캐비어(Chilled Malossol Caviar)를 주문했다.
캐비어 자체는 (비싼건 알겠는데) 약간 비린데 이렇게 비스킷과 양파, 달걀 지단 등과 함께 먹으면 어우러지는 맛이 있다. 함께 원샷해야 한다는 보드카도 한잔 받았다. 음주 리뷰를 할 수 없기에 살짝 맛만 봤다. 쓰지만 왜 캐비어와 먹는지 알겠다 ;)
수프는 치킨수프(Double Boiled Chicken Soup)를 골랐다.
넉넉한 양의 닭가슴살이 버섯과 함께 끓여진 수프였는데 슴슴하고 따뜻한 국물이었다. 가벼운 삼계탕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간이 세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맛있지는 않았다ㅎㅎ
치즈가 함께 토핑된 샐러드. 무난한 맛이었다.
드디어 메인코스! 이게 바로 북더쿡으로 주문한 ‘비프 스테이크(Grilled Beef with Green Peppercorn Sauce)’다. 중량을 물어보니 200g으로 서빙된다고 한다.
굽기를 따로 물어보지는 않지만 알맞은 미디움으로 잘 구워져서 나온다. 소스도 간이 적당하고 함께 나온 가니쉬도 정말 맛있었다. 뜨거운 감자 위에 치즈가 주르륵 녹아져 있는… 딱 일등석스러운 스테이크였다.
사실 싱가포르항공은 북더쿡 메인도 맛있지만 ‘디저트 맛집’이다.
프고가 싱항을 참으로 여러 번 탔지만 디저트는 대부분 성공이었다. 뭐 나야 알아주는 빵순이니까 다 맛있을지 몰라도 BEIGE는 단걸 별로 안좋아하는 알탕 선호자 김아저씨인데 그런 BEIGE조차도 싱항의 디저트는 다 먹는다. 진쯔아 맛있거든여…
이건 ‘에스프레소 파르페(Espresso Parfair)’로 커피맛 무스케이크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곁들여져 나온다. 진짜 게임오버다.
사실 이 코스 이후에 치즈와 과일이 더 있었지만, 촬영 시간이 촉박하고 배가 너무너무너무 불렀기 때문에 나중에 먹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중에 또 밥이 나와서…(ㅠㅠ) 먹지 못하였다고 한다. 진정한 사육의 현장.
이제 셰프 추천 메뉴로 먹은 BEIGE의 기내식이다. 애피타이저와 수프, 메인 3종류만 나와 다르게 먹었다.
이건 애피타이저인 ‘관자 호박 퓨레(Warm Spiced Scallops on Pumpkin Puree)’다. BEIGE는 “채소가 싱싱했고, 살이 알찬 관자가 세 덩이나 있어서 행복했어요. 간도 짭쪼름하니 맛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치킨 양배추 수프(Chicken and Savoy Cabbage Soup)’다. BEIGE는 “닭육수에 양배추가 빠져있는 비주얼은 매우 낯설었지만, 막상 먹으니 맑게 고운 육수 맛이 나 속을 진정시키기에 좋았습니다”라고 말했다.
메인코스인 ‘펜네 파스타(Pork and Fennel Sausage Pasta with Red Wine)’이다. BEIGE는 “소고기가 잔뜩 들어간 미트 소스가 짱. 식감도 좋고 파스타도 적당히 삶아져서 맛났습니다”라고 말했다.
이건 착륙 2시간 전에 서빙된 가벼운 식사다. 연잎밥과 딤섬이었다. 도저히 배가 불러 먹을 수 없을 것 같았지만 퀄리티가 너무 좋아서 거의 다 먹어치웠다. (치즈와 과일아 안녕…)
식사를 끝내고 나면 승객들의 요청에 따라 턴다운 서비스가 제공된다. 매트리스, 이불, 베개와 함께 이렇게 평면 침대를 세팅해준다.
위의 좌석 사진에서도 예상할 수 있었지만(본 에디터가 옆으로도 누울 수 있었을 정도) 역시나 침대는 매우 넉넉했다. ‘가로 35인치 세로 82인치의 대형 평면 침대’로 한 침대에 이렇게 둘이 누워도 될 정도였다.
A380 퍼스트 스위트의 완전히 합쳐지는 더블베드 정도는 아니어도, 칸막이를 내리면 충분히 그 느낌이 난다. 약간의 프라이버시를 원하는 커플이라면 이게 더 좋을 수도 있다^^
열심히 촬영하기 (언제 또 타보겠어)
본격적으로 잠들기 전에 화장실 다녀와주기는 필수!
퍼스트지만 화장실은 협소한 편이다. 스킨케어 제품으로는 라리끄가 준비되어 있다.
진심으로 내리기 싫었던 B777-300ER 퍼스트클래스.
2019 트립어드바이저 '세계 최고 항공사', 2018 스카이트랙스 ‘세계 최고 항공사’, ‘세계 최고의 퍼스트 클래스’, ‘최고의 퍼스트 클래스 좌석’에 선정될 만하다. 인정.
멜버른 공항(MEL) 2터미널에는 에어뉴질랜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캐세이퍼시픽, 플라자프리미엄, 콴타스 비즈니스, 그리고 싱가포르항공 라운지가 있다.
싱가포르항공 전용 라운지는 퍼스트클래스와 비즈니스클래스로 나눠져 있는데, 일등석 승객들은 비즈니스 라운지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퍼클 라운지가 훨씬 조용하고 음식도 주문 메뉴로 먹을 수 있어서 당연히 고급지다. 비즈니스 라운지도 가봤는데 사람이 많고 뷔페식으로 북적여서 얼른 다시 넘어왔다.
주문 메뉴는 원하는 만큼 여러 개 시킬 수 있다. 단게 먹고 싶어서 벨지안 와플을 주문했고 진짜… 끝내줬다… 정말 반죽해서 바로 구워서 아이스크림과 나오는데 (솔직히 기대 안했다가) 완전 맛있게 먹었다.
당일날 운이 좋게도 라운지에 한국인 매니저분이 계셨는데 퍼스트클래스 라운지에서만 제공되는 ‘익스클루시브(Exclusive to First Class)’ 메뉴를 먹어보기를 강하게 추천해주셔서 또 먹었다.
싱가포르 전통음식인 ‘나시르막(Nasi Lemak with Fried Chicken)’과 ‘시그니처 락사(Signature Laksa)’다. 특히 락사는 싱가포르인들의 영혼의 음식이라고 한다. 외국 갔다가 오랜만에 라운지에 들러 락사를 먹으면 그렇게 좋아한다고.
락사와 나시르막 모두 외국인인 내 입맛에도 아주 맛있었다. 락사는 코코넛밀크가 들어간 약간 매콤한 국물에 국수가 말아져 있고 안에 어묵과 다양한 야채가 들어있다. 고소하고 감칠맛이 난다. 나시르막은 좀더 한국 음식과 비슷한데 우리가 보통 먹는 후라이드 치킨에 매콤한 고추장 같은 소스를 비벼 먹는다. 싱가포르 음식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나시르막이 더 잘 맞을 것 같다.
간단한 뷔페도 물론 준비되어 있다.
“역시 싱항!”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던 B777-300ER 퍼스트클래스. 하드웨어 프로덕트도 물론 훌륭하지만, 싱가포르항공이 역사와 전통을 가진 레거시 캐리어(Legacy Carrier)임을 여실히 느끼는 포인트는 역시 서비스다.
싱가포르항공은 그들만의 서비스 철학과 퀄리티를 전세계 어디서나 일관되게 유지한다. 서비스의 매뉴얼은 어느 항공사에나 있을테지만 직원 한명 한명의 태도가 동일한 톤앤매너로 체화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한번도 불친절한 싱가포르항공 승무원을 본적이 없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들은 매우 숙련되어 있고 세심하며 최고의 무언가를 주기 위해 노력한다.
승객들의 신뢰는 이러한 일관성에 기반한다. 만족감의 격차가 크면 신뢰도는 아래로 수렴하기 마련인데 싱가포르항공은 평균적인 만족도가 보장되어 있다. 이러한 믿음이 공유되고 견고해지면 그것이 그 항공사의 이미지를 결정하게 되는 것 같다. 오일머니로 화려함을 강조하는 중동항공사와 실용주의 노선으로 티켓파워를 높여가는 미국 유럽 항공사들 사이에서 싱가포르항공이 꿋꿋하게 세계 1위를 지켜갈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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