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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스티지고릴라 Dec 26. 2019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개악의 모든 것

“스카이패스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됩니다”


지금 대한항공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가장 크게 뜨는 문구다. 얼마 전 대한항공은 스카이패스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마일리지의 적립, 공제, 결제, 나아가 우수회원제도까지. 보다 합리적인 기준으로 마일리지를 적립·사용하고 보다 강화된 우수회원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변화시켰다 말하지만…글쎄…? 그 안을 살펴보니 엄청난 함정들이 숨어 있었다. 


지금부터 변화된 제도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새로운 스카이패스의 장/단점을 파헤쳐보자. 



◆ 이제 항공권 살 때 현금이랑 마일리지 섞어 쓰세요! 



먼저 그나마 좋은 쪽으로 변화된 제도다. 2020년 11월부터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일반 항공권을 구매할 때 현금과 마일리지를 복합결제 할 수 있다는 것. 공동운항을 제외한 대한항공편을 원화로 구매 시 500마일에서 구매 운임의 20%까지를 마일리지로 지불할 수 있다. (세금 및 유류할증료는 제외) 


다만 마일리지 사용 가치는 시즌, 수요, 노선, 예약상황 등에 따라 상이하며 실제 구매 시점에 결정된다고 적혀 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마일리지를…지불해야할 수도 있다는 것… 시범 운영 기간은 발권일 기준 2020년 11월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다. 



◆ 일등석은 챙겨주고 이코노미는 팽… 확 바뀐 마일리지 적립률


자 여기서는 승객들의 희비가 갈린다. 일등석/프레스티지석 승객에게는 기쁜 소식, 이코노미 승객들에게는 슬픈 소식이 되겠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어 일등석 및 프레스티지석의 적립률을 높이고, 일반석 적립률은 항공권 운임 수준에 따른 혜택 균형을 위해 보다 세분화합니다. 현행과 같이 마일리지는 운항거리에 예약등급별 적립률을 곱하여 적립합니다.”


대한항공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탑승 마일리지 적립률 변경에 대한 설명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여러분의 빠른 이해를 위해 번역하자면 이렇다. 


“일등석/프레스티지석 타는 사람들은 마일리지 더 줄 거고 이코노미 타는 사람들은 마일리지 아주아주 짜게 줄거야!”


현행 적립률과 변경된 적립률을 비교한 표다.  

(출처: 대한항공 공식 홈페이지)


국제선 풀페어 일등석의 경우 300%까지 마일리지 적립률이 늘어났지만 이코노미의 상황은 처참하다. 각종 할인가로 구매한 좌석이나 프로모션 항공권, 단체 패키지 상품(G)의 경우 마일리지를 거의 모을 수 없어 보인다. 변경된 적립률은 탑승일 기준 2021년 4월 1일부터 적용된다고 한다. 



◆ 그림의 떡이 된 보너스 항공권


이제 일등석/프레스티지석을 이용하려는 고객들에게도…(이코노미 고객이라면 더더욱) 슬픈 소식을 전하려 한다. 스카이패스 개편의 가장 큰 함정 부분인 항공 보너스 공제 기준 변경이다. 


대한항공은 보너스 항공권 및 좌석승급 보너스 이용 시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거리(마일)” 로 변경했다. 이용 노선의 실제 거리에 따라 공제 수준이 결정돼 보다 합리적인 기준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기존에는 국내선, 일본/중국/동북아, 동남아, 서남아, 북미/대양주/유럽/중동/아프리카, 남미로 구분했지만 앞으로는 국내선 1개, 국제선 10개로 기준 세분화된다.


항공사 측은 이번 변경을 통해 일반석 기준으로 전체 125개 대한항공 국제선 운항 노선 중 64개 노선의 보너스 마일리지가 인하되고, 12개 노선은 변경 없으며, 49개 노선이 인상됐다고 말했다. 


음…? 운항거리에 따라 공제를 다르게 하는게 더 합리적인 것 같은데? 설명 보니까 마일리지가 인하된 노선이 더 많은 것 같다. 좋은 개편 아닌가? 하시는 분들은 지금부터 눈 크게 뜨고 다음 표를 살펴 보셔야 한다. 


(출처: 대한항공 공식 홈페이지)


표를 분석해보기 전에 우리가 언제 보너스 항공권을 이용하는지 생각해보자. 


>> 단거리보다는 가격이 더 나가고 몸도 힘든 중,장거리 비행

>> 인생 살면서 한번쯤 일등석, 프레스티지석이 타고 싶을 때


그리고 다시 표를 찬찬히 살펴보면 함정이 보인다. 인하된 곳이 많은 척하지만 프레스티지석과 일등석은 대부분 마일리지가 인상됐다. 게다가 정말로 공제 인하가 됐다고 말할 만한 곳은 주로 일본, 중국, 동북아의 단거리 이코노미 노선인데…우리는 보통 단거리 노선에 열심히 모아온 마일리지를 쏟아 붓지는 않는다. 


조금 더 확 와닿도록 예시를 들어보자. 


뉴욕은 기존에 이코노미 3만 5천마일, 프레스티지 6만 2천5백마일, 일등석 8만 마일로 갈 수 있었다.하지만 이제는 9구간으로 분류돼 이코노미 4만 5천마일, 프레스티지 9만 마일, 일등석 13만 5천마일로 인상됐다. 이는 평수기 편도 기준이기 때문에 성수기 혹은 왕복으로 적용시키면 어마어마한 인상이다.


하와이의 경우 미주 지역으로 구분되던 현행과 비교해 이코노미 3만 5천마일에서 7구간인 3만 2천5백 마일로 인하됐다. 하지만 프레스티지석은 6만 2천5백마일에서 6만 5천마일, 일등석은 8만 마일에서 9만 7천5백마일로 오히려 인상된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에 한국을 경유하는 이원구간 출도착 여정에 대해서도 구간별로 마일리지가 적립되며, 왕복 여정은 편도 여정의 2배를 공제한다. 기존 한국 경유 이원구간 공제표는 운영이 종료된다.


Ex) 로스앤젤레스-인천-홍콩 일반석 평수기 이용 시

8구간 40,000마일 + 3구간 15,000마일 = 총 55,000마일 공제 


(출처: 대한항공 공식 홈페이지)


제휴항공사 공제 기준도 다음과 같이 변경된다. 공제 기준을 탑승 구간(Seg)으로 통일함으로써 기존에는 편도 이용 시에도 왕복 기준으로 공제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실제 이용 구간에 대한 마일리지만 공제된다. 또한 보너스 중 일부 구간만 사용했을 경우 미사용 구간의 환불도 가능하다. 제휴항공사 보너스도 가족 간 마일리지를 합산해 발급할 수 있다. 


다만 탑승 구간별 공제에 맞춰 세계일주 보너스 항공권 서비스가 종료된다. 앞으로는 원하는 여행경로 및 일정에 따라 구간별 공제 마일리지를 합해서 이용해야 한다. 


항공 보너스 사용에 대한 변경은 발권일 기준 2021년 4월 1일부터 적용된다. 



◆ 야! 너도 우수회원 할 수 있어!


다시 그나마 좋은 소식으로 마무리하겠다... 2022년 2월 1일부터는 우수회원제도가 싹 바뀐다. 기존의 모닝캄, 모닝캄 프리미엄, 밀리언 마일러가 사라지고 실버,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몬드로 변경된다. 변경과 함께 우수회원의 기준은 낮아졌다. 


기존에 모닝캄 회원이 되려면 (1)대한항공 탑승 마일리지가 5만마일이거나 (2)국제선 탑승 횟수 40회 또는 (3)대한항공 탑승 3만마일 이상이면서 제휴사 이용 실적 합산 5만 마일의 조건이 필요했다. 이제 실버의 경우 자격 마일 1만 마일 또는 자격 횟수가 10회 이상이면 우수회원으로 선정된다. 자격은 연간 단위로 재산정되며 2021년 1월 1일부터 2021년 12월 31일까지 신규 우수회원 자격을 심사한다.  기존 등급은 2022년 1월 31일까지만 부여된다. 


자격 마일과 자격 횟수 기준은 다음과 같다. 


(출처: 대한항공 공식 홈페이지)


출장이나 여행을 자주 가는 사람들은 실버회원은 우습게 달성할 것 같다. 하지만 우수회원이 많아지면서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는 추세.


실버,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등급은 모두 대한항공 이용 시 수하물이 우선 처리되며 예약 대기 시 좌석이 우선 지원된다. 그 외에도 보너스 항공권 우대, 수수료 면제, 좌석승급 쿠폰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등급별 기준과 자세한 혜택은 다음과 같다.  

(출처: 대한항공 공식 홈페이지)

지금까지 대한항공의 대대적인 스카이패스 개편을 살펴보았다. 물론 변화에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일리지 복합결제라는 편리한 서비스가 생겼으며, 실제로 몇몇 단거리 노선은 더 적은 보너스로 갈 수 있게 됐다. 일등석이나 프레스티지석을 탈 경우 더 많은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게 됐고, 대한항공을 조금만 이용해도 실버회원이 될 수 있다. 


다만 사람들이 이번 스카이패스 개편이 역대급 개악이라고 외치는 이유는 평소 고객들의 마일리지 사용패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변경이기 때문이 아닐까. 평소 저렴한 항공권을 돌고 돌아 찾더라도 대한항공을 이용하고 꼬박꼬박 마일리지를 적립해온 나 같은 사람들. 열심히 마일리지를 모아 나중에는 꼭 비즈니스를 타고 장거리 뉴욕여행을 떠나겠다던 그들의 꿈이 산산조각난 꼴이 됐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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