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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스티지고릴라 Jul 08. 2020

양양 월화여인숙, 신비롭지만 어려운 그 곳

이번 여름, 어떤 이들의 선택을 받을까

프고가 처음으로 리뷰하는 에어비앤비, 

양양의 ‘월화여인숙’

월화여인숙은 70년대 말 문을 열었던 여인숙 자리에 새롭게 지은 독채 숙소다. 2016년 문을 열었는데 국내에서는 ‘양양 에어비앤비’로 유명하다. 위치는 죽도해변과 인구해변 근처. 지도에 점을 찍고 찾아가다보면 3층짜리 작은집이 보인다. 여름이라 바로 앞 가로수가 우거져 있어 겨울의 여인숙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출처: 월화여인숙 홈페이지

 

‘월화’는 ‘영롱한 달빛’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달빛이 영롱하게 빛나는 검은 바다 옆 작고 하얀 여인숙’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주중(일~목) 37만원, 주말(금~토)과 성수기(7/19~8/18, 설연휴, 추석연휴)에는 43만원에 예약 가능하다. 기준인원은 4인이며 최대 5인까지 입실 가능하다. 단, 성인만 입실 가능하며 2~12세 어린이 동반 시 예약이 불가능하다. 반려동물 금지, 워크샵/MT 금지, 전체 금연구역이다. 


문을 열고 계단을 한참 올라오면 복층 공간이 나온다. 아래층에는 거실, 다이닝공간, 침실1개, 화장실이 있다. 


오크원목 소재의 헤링본 마루, Standard.A의 가구들, 루이스폴센 팬던트 조명까지. 거실과 다이닝 공간은 쇼룸에 온 것처럼 감각적이었다. 특히나 원목 테이블과 의자가 정말 개인적으로 찾아헤매던 스타일이었다. 주인장 부부의 인터뷰를 보니 원목 가구들이 대부분 중후하고 무거운 느낌이 있어 좀더 가늘고 경쾌한 느낌을 찾다가 ‘스탠다드A’의 가구들을 썼다고 한다. 루이스폴센 조명은 찾아보니 140만원대. 


하지만 하루 묵어가야 하는 숙소에서 인테리어가 다는 아닌 법. 커피머신이 있었지만 원두는 없었고, 냉장고는 컸으나 생수 한 병이 없었다. 10만원짜리 에어비앤비에서도 생수 정도는 준비해주기 마련이다. 평일 기준 37만원이라는 서울 5성급 호텔도 갈 수 있는 가격에 이 정도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건 매우 아쉬웠다. 


식기류는 모두 갖춰져 있다. 대가족이 와도 무리없을 수준.


내 집에 고대로 옮겨 놓고 싶었던 원목 서랍장과 그에 꼭 맞는 ‘어쿠스틱 리서치(Acoustic Research)’사의 빈티지앰프와 AR-2AX 빈티지 스피커. 70년대 출시된 것이라고 한다. 이 앰프와 스피커만으로도 이곳에 와 볼 가치가 있다는 후기도 있었다.


위에서 봐도, 가까이서 봐도 색감 조합이 참 좋았던 쇼파 공간. 


1층 침실이다. ‘다 막혀 있는데 왜 이렇게 채광이 좋지?’ 했는데 위쪽으로 햇빛 가득 들어오는 얇고 긴 창이 있었다. 작은 방을 더 넓고 깔끔하게 보이게 하면서도 채광을 잃지 않은 바람직한 설계였다. 침구는 모두 '드로잉엣홈' 제품이다. 


1층에는 샤워실과 화장실이 각각1개씩 있다. 여기서 의문인건 세면대에 전면 거울을 놓지 않았다는 것. 1층 방을 BEIGE가 썼는데 거울이 손바닥만해서 드라이하고 화장하는데 아주 애를 먹었다고 한다. 어메니티는 ‘아베다(AVEDA)’인데 샴푸와 바디워시만 있다. 비누도 펌핑하는 핸드워시 밖에 없어서 기타 필요한 목욕 제품들은 꼭 챙겨와야 한다. 호텔들에서 제공되는 덴탈키트, 헤어캡 같은 일회용 어메니티들도 당연히 없다. 


곳곳에 있는 이것은 1950년에 창립해 올해로 70년을 맞이한 스페인의 스위치 전문 브랜드 ‘Fontini’의 스위치다. 이 스위치가 숙소의 감성에 정말 한 몫 했다. 똑딱거리는 기분이 어찌나 좋던지. 스위치 하나만으로 벽면 전체가 특별해지는 기분.


이건 Nest 스마트 온도조절기. 


아래층 구경 다 했으니 위층으로 올라가본다. 복층 계단을 오르면서 왼쪽으로 보이는 창과 조명들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위층 침대는 노오란 침대보다 좀 더 넓다. 그리고 화장실과 욕실이 합쳐져 있고 욕조도 있다. 계단이 꽤 많아 오르내리는게 (매우) 귀찮지만 그것만 감수하면 좀 더 아늑한 스테이를 즐길 수 있다. 


위층 사람도 아쉽지 않게 ‘보스(BOSE)’ 스피커.



"신비롭지만 어려운 그 곳"

월화여인숙은 장단점이 확실한 곳이었다. 서핑의 도시 양양에서 이 정도 고급스러움을 가진 독채숙소를 찾기는 어렵다. 언택트가 트렌드를 넘어 생존방식이 되어가고 있는 시대에 아무와도 마주치지 않고, 심지어 호스트와도 독대하지 않은 채 조용히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는건 분명 장점이다.


하지만 30만원 후반대에서 40만원 초반대를 오가는 높은 가격에 비해 서비스는 부실했고 양양 바다를 창 밖으로 누워서 구경할 수 있는 메리트도 없었다. 대가족 여행이나 파티공간으로 쓰이는 것이 가장 알맞을 법한 넓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노키즈에 어떤 시끄러운 모임도 불가하다는 조건은 장벽이 높았다. 


특급호텔에 갈 수 있는 돈을 지불하면서 부대시설도, 어메니티도, 서비스도 없는 이 곳을 찾아오는 게스트는 누구일까. 그리고 이 공간이 원하는 손님들은 누구일까. 궁금해졌다. 



에디터들이 직접 가보고 솔직하게 리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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