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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억과 상상 Apr 25. 2020

지금 학교는

원격수업 준비 중

2020.04.02.


교사들의 정상 출근이 고지된 후 첫 출근이다. 초등학교 원격수업 운영에 관한 공문 내용이 35쪽에 달한다. 혼란 없이 진행이 되어야 하지만 그 누구도 최적의 매뉴얼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9시 반에 회의를 했다. 전 직원이 열감지기를 통과해야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다. 시청각실 의자를 세 칸씩 띄워 앉으라는 지침도 내려왔다. 회의 시작을 알리는 안내를 몇 번을 해야 수다가 줄어들곤 했지만 이제는 회의실 입장부터 침묵이다.


원격수업의 방법으로는 크게 실시간 쌍방향 수업, 콘텐츠 활용 중심 교육, 과제 수행 중심 수업이 있다고 안내되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세 방법을 모두 고르게 이용하라고 하신다. 매일매일의 수업 안을 자세히 짜서 안내하라고도 하신다. 아마 정식 출근보다 훨씬 힘들겠지만 지금은 학생과 학부모들을 위해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양해도 구하신다. 언제부터인지 학교 관리자들의 말씀 중에는 '민원이 없게 부탁드린다'는 것이 빠지지 않는다.


요즘 민원 없는 학교가 어디 있겠나 만은 특히 많은 민원으로 힘들어하는 학교라고 들었다. 교과서 배부를 위해 학교에 아무 때나 방문하시라고 안내했다가 강한 민원으로 교사들이 직접 가정배달을 가도록 결정했단다. 이런 민원은 합리적인 민원인지 의심이 된다.


현재 시각 오후 2시 20분

지금까지 엉덩이 한 번 뗄 새 없이 일을 했지만 해놓은 게 뭔지,  너무나 바쁘고 정신없지만 마무리된 일이 없는 느낌이다. 원어민과 수업을 어떻게 할지 의논하면서 올해는 일주일에 두 번 출근한다고 소개했다. 학교를 도는 영어전문회화강사로 착각하기에 올해는 시간선택제를 신청했다고 알려주려 했지만 '시간 선택제'는 영어로 뭔지 잠시 막힌다.


      '국가공무원인 교사인데 다양한 업무형태 선택이 가능해지면서 올해는 시간선택제로 일한다'


아휴 이걸 유창하게 표현했다면 벌써 외국으로 떴지; 친구한테 하소연했더니 part time job이라고 하지 그랬냔다. 미국의 코로나 상황부터 한국 의료 시스템은 최고라는 것까지 얘기를 나누며 사교성도 좋고 친절한 제이크와의 코티칭이 기대가 된다. 하지만 업무와 더불어 수업 방법 역시 마무리하지는 못했다.


첩첩산중이군.


어제 온라인 수업에 관한 한 댓글을 봤다. '코로나 덕분에 지난 50년간 변화 없던 교육이 단번에 바뀌는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다'는 댓글이었다. 실시간 온라인 수업에는 회의적이었지만 저런 초긍정의 자세는 항상 지향하는 바이다. 멋진 네티즌!


zoom은 자주 사용하니 ok, 어떤 프로그램으로 통일할지 몰라서 e학습터와 구글 클래스팅도 체크했다. 영어를 그것도 영어를 공교육에서 처음 시작하는 3학년을 데리고 영어수업을 어떻게 할지는 한참 더 고민해 봐야겠다.


개학을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초과근무까지 해가며 최적의 방향을 찾아가시는 선생님들 존경스럽습니다. 학부모님께서는 학교와 선생님을 믿어주시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만나는 날까지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길 바랍니다.


                                                      This too, shall pass away.



점심은 도시락이 제공되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말없이 먹어야 한다. 학교는 이런 곳이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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