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억과 상상 Apr 25. 2020

둘째의 기타 소리

내 품에서 날아갈 준비를 하는 중

즐거울 때나

심심할 때나

엄마에게 야단을 맞거나

우울할 때도

항상 현악기를 켜던 둘째


방에 처박혀서 해금 켜는 소리를 들으면

그렇게 서글플 수가 없었다.


사춘기가 와도

음악으로 이겨내겠구나 싶어

기쁨의 안도도 했는데

예상은 빗나가라고 있나 보다.


연주 듣고 싶다고 애원해도 들은 척도 안 하더니

오늘은 해달라는 대로 응한다.

이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기쁜 마음에 가족들에게 영상을 전송했다.

어머니께선 바로 전화를 주셨다.


"우리 하윤이 기분 좀 개안은 가 보구나."

아이공... 얼마나 가시를 세웠으면 전 가족을 눈치 보게 하네.


오랜만에 연주를 들으니 엄마 눈물 나게 행복하다고 했더니 죄송하다네. 연주 좀 해보란 엄마 말 들이 명령으로 들리니 자꾸 반항심이 생긴단다. 엄마가 자기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단단했던 마음이 눈 녹듯이 스르르 풀렸단다.


엄마 말이 하늘이고 법이던 시절이 끝나간다. 이런 생각에 꽂힐 때면 눈물도 핑 돈다. 참 섭섭하고 허하지만 잘 날아갈 수 있도록 비껴줘야 할 시기인가 보다.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 주고 인정해 줘야 할 때, 지금인가 보다.


주변에서 종종 듣는 말

'네가 하윤이 안 낳았음 인간 됐겠나?'


그래 맞다 맞아.


육아 만렙 달성에 지대한 공을 한 네 덕분에

세상은 내 뜻대로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강압을 단호함으로 포장해 왔지만

너에겐 절대 통하지 않았다.


'알아서 할게요'란 말로 자유를 줬으면서

방종이다 싶으면 휘어잡으려 한 나의 모순도 봤다.


엄마 노력해 볼게.

네 덕에 오늘 엄마 가슴이 말랑말랑하다.









작가의 이전글 아침식사에 관한 엄마, 아내의 선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