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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원 Aug 20. 2022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참고 살기 싫고...

나도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래!

더 이상은 고생만 하고 싶지 않았다. 결혼 후 크게 몇 번의 고비가 있었다. 물론 이유는 다 남편 때문이었다. 남편과 시댁 밑으로 큰돈이 몇 번 들어가고 우리는 빈털터리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나도 하고 싶은걸 하면서 살기로 결심을 했다. 지금껏 남편 밑으로 돈이 다 들어갔으니 나도 나 하고 싶은 거에 돈을 좀 투자하고 싶었다.


나에게 하고 싶은 거, 참고 살았던 것이 바로 농사이다. 촌에서 나고 자라서 인지 시골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은 항상 있었고 그 이유 중 한 가지는 농사였다. 난 농사를 너무나 갈망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모종 키우기... 누군가가 잘 키우기만 하면 책임지고 팔아주겠다는 말에 나는 경험도 없고, 아는 것 하나 없었지만 식물 키우기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덜컥 시작하게 된 것이다.


우선 놀고 있는 비닐하우스들을 살펴보며 임대를 주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무슨 용기가 그리 났는지 나는 과감하게 하우스가 많은 동네에 '하우스 임대 주실 분 전화 주세요 010-000-0000'이라고 적힌 A4용지들을 전봇대에 붙이기 시작했다. 분명 전화가 많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며칠 후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하우스 몇 동 필요해요?"

얼마나 기쁘던지...

 "안녕하세요~ 아... 한 두세동 필요한데..."

"그럼 전봇대 번호 7번으로 와서 이 번호로 전화 주세요"

그렇게 얼떨결에 약속을 잡고 나는 하우스를 찾아갔다.  50대의 젊은 아저씨께서 하우스 몇 동을 보여주셨다. 생각보다 허름한 모습에 놀라긴 했지만 이곳 아니면 하우스를 못 구할 것 같아 나는 덜컥 3동을 하겠다고 말을 했다.


즉흥적으로 보였는지 아저씨는 나에게 집에 가서 고민해보고 결정을 하라고 하셨다. 성격 급한 나는 괜찮다며 바로 결정을 내렸다. 시간이 지난 후 지금 생각해보니 왜 그 아저씨께서 집에 가서 천천히 생각해보고 결정을 하라고 했는지 지금에서야 이해가 간다.


한마디로 난 2년 동안 그 세동의 하우스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지금 남은 건 빚뿐이다.

하지만 그때 그 결정을 절대 후회하지는 않는다. 난 그동안 참고 살았던 나의 갈증을 그곳에 다 풀 수 있었고, 농사를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는 것을 몸소 배웠다.





그 힘들었던 2년 동안 우리 집엔 갖은 채소들이 넘쳐났고 주변에도 많이 나눠 주었다.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배운 거지만 농사는 직업으로 하기엔 돈벌이가 안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나에게 국한된 얘기인지도…


그래도 난 돈이 생기면 땅을 살 것이고 그곳에 하우스를 지을 것이다. 그리고 각종 채소를 키워 이웃들과 나눠 먹을 것이고, 그것으로 난 힐링을 할 것이다. 농사는 나에게 밥벌이가 아닌 힐링인 것이다. 이걸 그땐 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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