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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원 Aug 01. 2022

위층에 사는 죄인

나는 엘리베이터 없는 아파트 6층에 산다. 어린아이를 키우며 아파트에 산다는 건 아래층에 죄를 짓는 일이다. 그 죄를 짓고 산지가 벌써 5년이다. 아이가 기어 다닐 때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그러나 걸음을 배우고 장난감을 만지며 놀면서부터 나의 온 신경은 아이의 행동에 집중되었다. 

"율아! 사뿐사뿐" 

"율아! 5층에서 올라오겠어 조심조심"

하루에도 수십 번 같은 말을 하는 것도 지치지만, 신나게 놀지도 못하게 하는 것만 같아 아이에게도 언제나 미안했다.

     

‘아! 이사 가고 싶다.’ 

뛰고 싶어도 뛸 수 없고, 공놀이도 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야 하는 것이 싫었다. 마당이 있는 주택을 갈망 한지도 5년이 되었다.     


나는 항상 5층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기를 바랐다. 나의 바람과 상관없이, 아니 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자주 마주치곤 한다. 어느 날은 아파트 화단을 정리하고 있던 5층 아저씨께서 나를 보고 아는 척을 하였다. 나는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한마디 하셨다.

"혹시 집에 러닝머신 있어요?"

"아... 네... 왜요? 시끄러워요?"

"바닥에 매트 깔았어요?"

"네... 3중으로 깔았는데..."

"저희 집도 옛날에 100만 원짜리 러닝머신 샀는데 3일 만에 다른 집 줬어요"

"아...."

한 마디로 러닝머신 소음이 거슬린다는 소리였다. 어색한 대화가 끝나고 집으로 올라와 거실에 있던 러닝머신을 끙끙거리며 베란다로 옮겼다. 그런데도 마음은 시원하지가 않았다. 러닝머신을 옮긴다고 사는 소리를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원 시간에 맞춰 율이를 데리러 내려가던 차에 5층 아주머니를 만났다. 무거워 보이는 큰 박스를 내려놓고 있었다. 힘겨워 보였다.

"안녕하세요! 힘드시죠? 제가 들어드릴까요?"

"아뇨, 괜찮아요."

"아니에요. 너무 무거워 보여요. 제가 들어드릴게요."

나는 얼른 박스를 들고 위층 계단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니요! 여기가 우리 집이에요."

5층 아주머니는 당황하며 큰소리로 외쳤다. 헉! 5층이었다. 무거운 짐을 들고 5층까지 올라온 아주머니가 자신의 집 현관문을 열기 위해 짐을 마악 내려놓던 상황이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무거워서 쉬고 있는 줄 알았다. 어찌나 부끄럽던지 큰소리로 웃으며 얼른 인사하고 도망치듯 내려왔다.     


5층 사람들에게는 항상 죄인 같은 마음이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뭐라도 해드려야겠단 생각에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과도한 부담감이 부른 참사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조심을 하겠지만, 나의 죄인 같은 마음을 조금 내려놓아야겠다. 그리고 하루빨리 이사를 가야겠다. 아담한 집이지만 마당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그런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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