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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원 Aug 23. 2022

빗속의 떡볶이

갑자기 내린 비

빗속의 떡볶이


남편의 퇴근과 동시에 우리는 집을 나섰다. 6시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우선 분식집으로 가서 떡볶이와 참치 김밥, 진미 김밥 그리고 김말이 튀김 2개를 주문했다. 그 사이 남편은 편의점으로 달려가 음료수와 물을 준비해서 왔다. 말하지 않아도 호흡이 척척 맞았다. 이게 바로 12년이나 함께 살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딸아이는 그저 신이 나 콧노래를 부른다. 남편은 퇴근 시간은 일정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남편이 칼퇴를 하는 날에는 집에 붙어 있지 않는다. 드라이브를 간다거나, 마트에 가거나 일단 집을 나서고 본다. 오늘은 바닷가에서 자리를 펴고 저녁을 먹기로 했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불꽃놀이도 하고, 밥도 먹고, 바람 쐬다 들어오려는 계획이었다.



포항 영일만항으로 출발한 우리는 차 안에서 아이브의 ‘Love Dive’를 따라 부르며 딸아이의 흥을 한껏 올려 주었다. 영일만항은 주말이면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캠핑족들에겐 인기가 있는 곳이다. 차박을 하는 사람들도 많고, 적당히 놀다 가는 차들로 언제나 붐빈다. 그래서 우리는 주말을 피해 평일 저녁에 가끔씩 나와 불꽃놀이를 하고 들어간다. 매번 불꽃놀이를 할 때마다 딸아이는 기분이 좋아 ‘아빠 최고!’라고 외친다.



더운 날씨로 인해 평일에도 이곳은 인기가 있었다. 우리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세팅하기 시작했다. 우선 의자 셋, 테이블 하나, 그리고 조명을 차에서 내려 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준비해 온 음식을 테이블에 펼쳤다. 남편이 좋아하는 떡볶이를 뜯는 순간 무언가가 떨어졌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빗방울이었다. 많이 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먹기로 했다. 맛있게 김밥을 먹고 있는데 빗방울 수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엄마, 비와!”

“안 되겠다. 얼른 먹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몇 번 씹고 삼키기를 하며 먹는 게 아니라 해치웠다. 김밥 맛집인데. 음미도 못하고 삼켜야 하니 마음이 좋지 못했다. 이곳에 몇 번 왔었지만 비를 만난 건 처음이었다. 서둘러 쓰레기를 정리하고 식탁과 의자를 모두 트렁크에 실었다. 하지만 딸아이가 좋아하는 불꽃놀이를 하지 못하고 돌아가려 하니 아이는 울상을 지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설명하며 달래었다. 아쉽지만 짧고 굵게 끝난 저녁시간이었다. 우리는 집으로 달렸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떨어지던 빗방울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스쳐가는 비였던 것이었다. 하필 조금만 늦게 올 것이지. 타이밍을 원망하며 그래도 김밥은 맛있었다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남편은 다음번엔 컵라면을 먹어 보고 싶다고 한다. 다음번엔 비가 오더라도 차 안에서 느긋하게 먹겠노라고 다짐하며 우리의 짧고 굵은 빗속의 저녁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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