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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원 Aug 24. 2022

생각 없이 저지르다 보면

끝이 보이는 시작

시골 동네로 이사를 왔다. 완전한 깡촌도 아니고 읍단위라 있을 건 다 있는 그런 시골... 하지만 내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할 만한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할 마음도 없었다. 돈은 필요한데 컴퓨터 앞에서 골머리 앓는 건 이제 더 이상 하기 싫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배가 많이 불렀었나 보다. 그땐 가릴 처지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무작정 시작한 것이 액세서리 만들어 팔기였다. 어디선가 액세서리로 성공했다는 성공담을 들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아!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똥 손은 아니지만 금손도 아닌 나의 손, 이것저것 제법 잘 따라 만들지만 그 퀄리티는 떨어지는... 그땐 몰랐다. 만들기만 하면 다 잘 팔릴 줄 알았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남편의 월급은 빚 갚는데 쓰고 남은 돈은 거의다 리본 재료를 사모았다. 그리고 가까이 살고 있는 언니를 불러 함께하자고 했다. 언니는 기꺼이 함께 해 주었고, 우리의 "닭자매"액세서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언니와 나는 함께 리본을 접고 또 접었다. 이렇게도 만들어보고, 저렇게도 만들어 보고 그렇게 하다 괜찮은 리본이 나오면 제품으로 만들어 포장을 했다. 만든 상품을 홈페이지에 올리기 위해 밖으로 나가 예쁜 자연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 올렸다. 주변이 시골이라 나름 예쁜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리본과 자연은 제법 잘 어울렸다.





그리고 주변에 "닭자매"를 알렸다. 처음에는 지인들이 하나 두 개 사주어 만드는 재미가 솔솔 했다. 계속 갈 것만 같았던 재미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지인들이 사주는 걸로 끝이난 홈페이지... 지인 찬스가 끝이 나니 홈페이지는 너무도 조용했다. 결단이 필요했다. 사다 놓은 리본 재료는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이렇게 엎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고심 끝에 강아지 액세서리를 만들기로 했다. 목걸이, 스카프 등 각종 강아지용품을 만들었다. 아는 언니가 대구에서 강아지 옷을 만들어 팔고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 위탁판매를 부탁했다. 강아지 목걸이는 조금씩 팔리긴 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수준으로는 두 여자의 배를 채워주진 못했다.


점점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막무가내로 액세서리를 팔아 성공했다는 한 권의 책을 보고 달려들었던 나의 어리석음이 돈과 시간을  모두 날린 격이 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자존심이 센 나에겐 핑계가 필요했던 것 같다. 당당하게 접을 수 있는 핑계! 절대 내가 못해서가 아닌 접을 수밖에 없는 이유... 난 그걸 돈으로 정했다. 액세서리 사업은 돈이 많이 들어 돈 없이 시작한 나로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핑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담담히 그만두었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생각해 보니 끈기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아니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전혀 없었다고 하는 게 맞는 말인 것 같다. 홍보를 위해 좀 더 노력해보지도 않고, 판매를 위해 최선을 다 한적도 없었던 것이 너무나 아쉬움으로 남는다.


남편은 시골에서 뭐라도 하려는 나를 밀어주었다. 하지만 옆에서 보기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 많은 재료비만 모았어도 아마 지금쯤 상황이 많이 달라져있지 않을까? 값비싼 경험을 했다. 지금도 창고방 한 귀퉁이에는 아까워 버리지 못한 액세서리 재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액세서리 만들기로 또 한 번의 만만치 않은 인생을 배웠다. 열정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것도 잠깐 끓었다 식는 열정은 더더욱 아니다. 공부부터 하고, 시장조사도 하고, 판로도 생각하고, 트렌드도 생각하고, 기술도 익히고...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그냥 덤벼 들었으니... 실패로 가는 직행이 아니었나 싶다. 그때 옆에서 객관적으로 지켜보았던 남편은 아마 이 실패를 예상하지 않았을까?


가끔은 하던 일을 멈추고 한 발짝 떨어져 아주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도대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무엇이 부족한지... 무조건적으로 밀어붙인다고 안될 것이 잘되진 않는다는 것을... 일도 사람도 한 발짝 떨어져서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땐 그것을 너무 몰랐었다.


다음 도전은 끝이 보이지 않는 도전을 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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