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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원 Dec 13. 2022

두 할머니

어느 할머니의 일방적인 수다

아이의 하원길에서 매일 마주치는 할머니가 있다.

손녀딸을 등하원 시키는 할머니였다.

같은 아파트라 오며 가며 자주 마주치는 얼굴이라 가끔씩 아이를 기다리며 이야기도 하기도 한다.

어느 순간부터는 다섯 살 우리 아이와 3살 할머니 손녀딸이 놀이터에서 같이 한 시간가량 놀다가 집에 들어가는 일이 당연하게 된 시점이다.


해가짧아진 겨울.

더 이상 놀기 힘들어 아이들을 달래며 그만 집에 들어가기를 권한다.

아이들은 겨우겨우 놀이터에서 발길을 돌렸다.

그냥 들어가기 아쉬운지 두 아이는 킥보드를 타며 주차장을 누볐다.


어쩔 수 없이 아파트 입구에 앉아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나가던 한 할머니와 손녀딸 할머니가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더니 할머니 옆 계단에 앉아 두 할머니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그 할머니는 궁금증이 많은 할머니였다.

손녀딸의 할머니에게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은지 질문을 계속하는 모습이었다.

손녀딸 봐주면 용돈은 두둑이 주냐?

누구네 할머니 요즘 뭐하냐?

누구와 연락하고 지내냐?


조금 떨어진 곳에 앉은 나였지만 그 대화들이 고스란히 들려왔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 할머니는 뭐가 그리 궁금한 걸까?

남들 어찌 사는 것이 궁금한 걸까?

그 궁금증을 풀고 나면 그 후 어떻게 달라질까?


갑자기 그 할머니의 평소 생활을 상상해 보았다.

누구를 만나 궁금한 것들을 묻고 그 들은 내용들을 또 누군가에게 얘기를 하겠지.


딱히 사는 재미가 없어서 수다 떠는 걸로 재미를 붙이겠지.

말을 옮긴다는 단점은 생각하지도 않겠지.


꼬치꼬치 캐묻고 질문만 쏟아붓는 할머니와

무심히 글쎄, 몰라, 잘 지내겠지 등 무심히 대답을 간략하게 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살피며


젊은이들이나 나이 든 어르신들이나 정말 비슷함을 느꼈다.


하지만 항상 말조심을 해야 하는 것도 똑같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리고 손녀딸 할머니의 대답에서 왠지 조심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은 그냥 느낌적인 느낌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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