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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원 Dec 07. 2022

질주 본능

넌 누구냐

딸아이를 등원시키고 난 새로 이사한 작업실로 출근을 한다.

거리로 10여분, 신호 걸리면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조그마한 나만의 공간, 나만의 작업실.

들뜬 마음으로 출근을 한다.

이사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아직 설렌다.


신호에 걸렸다.

맨 앞자리다.

초록불이 켜지는 동시에 난 미친 듯이 액셀을 밟는다.

마치 경주를 하듯.


출근시간이면 지각하기 몇 분 전인 것처럼 미친 듯 달리는 차를 많이 본다.

나는 그런 상황이 아님에도 미친 듯 밟으며 달린다.

뒤차와의 거리가 멀어지면 질수록 편안함을 느낀다. 이게 도대체 무슨 본능인 걸까?


평소 나는 조용하고 사색을 즐기며, 욕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핸들만 잡으면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나오는 것 같음을 많이 느낀다.


차선을 변경하면서 브레이크 밟는 사람.

합류를 하면서 살피지 않고 그냥 들어오는 사람.

1차선에서 나만의 속도를 즐기며 천천히 가는 사람.

커브를 돌면서 차선을 느긋하게 바꾸는 사람.

비상등과 방향지시등을 필요시 사용하지 않는 사람.


그 외에도 많지만 이런 사람들만 보면 미친 듯 화가 난다.

밖으로 욕이 튀어나오지는 않지만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속으로 '아휴 정말'이라고 말하며 그들의 운전실력을 욕한다.

나는 운전을 잘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다른 차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게 운전하는 건 기본 중에 기본이라 생각한다.

물론 안전운전도 기본이다고 생각한다.


운전은 안전과 연결되어 있기에 더욱더 예민하게 받아들여 화가 많아지는 것 같다.

그래도 운전은 인격이라는 말이 있는데 나의 인격은 바닥인가 보다.


나의 이런 모습에 당황하는 건 다름 아닌 나다.

나의 또 다른 모습에 매번 놀라면서도 변화는 없다.


핸들 잡을 때 만족스러운 나를 만날 때까지 인격수양에 힘을 써야겠다.

매번 반성만 적게 되는 나의 글이 한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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