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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원 Dec 19. 2022

눈을 찾아 떠나는 여행

눈을 닮은 사람

일요일 오전 남편은 밀린 일이 있다며 3~4시간 정도 일하고 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아빠와 놀 수 있는 유일한 일요일인데 아빠가 출근한 아이는 아쉬움을 달래며 유튜브를 보고 있다.

나는 어제 캘리그래피 발표회 때문에 몇 시간을 밖에서 있어서 그런지 콧물이 나기 시작했다.

잘됐다. 푹 쉬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12시를 조금 앞둔 시간에 남편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일을 빠르게 끝냈고, 지금 전라도 쪽이 폭설주의보가 내렸다고, 얼른 준비해서 눈 보러 가자고 한다.

딸아이는 그 얘기에 아빠랑 다이소 갈려고 했는데 계획이 틀어져서 별로 내켜하지 않았지만

눈밭에서도 살아남을 두꺼운 옷을 입히고 이것저것 짐을 담고 있는 엄마의 모습에 들뜨기 시작했다.

우리는 경주에서 달리고 달려 전라도 고창에 세 시간 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라도 쪽에 막 접어들 때쯤 생각보다 눈이 많지 않아 실망했는데,

목적지인 고창에 들어서고야 10센티가 가뿐히 넘는 눈을 볼 수 있었다.

10~20센티 정도의 눈이 온 세상을 덮고 있었다.





딸아이는 좋아서 눈밭을 달리고 또 달리고 엎어지고, 눈밭을 헤엄치고, 눈을 뭉치고, 굴리고 신이 난 강아지 같았다.

그 모습을 보니 감기 때문에 나가기를 망설였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항, 경주 지역을 눈을 보기가 정말 힘든 지역이다.

그렇다고 따뜻한 것도 아니고, 겨울바람에 몸과 마음이 꽁꽁 얼어붙기 일쑤다.

그러나 이런 하얀 눈을 보기라도 한다면 추위에 보상받은 느낌이 든다.


남편은 눈을 보기 위해선 장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달린다.

눈을 좋아하는 아이 같은 건 오히려 남편이다.

작년에도 눈이 오지 않아 우리는 강원도로 달려가 눈을 구경하고 오기도 했다.

눈을 좋아하고 장거리를 부지런히 달려가는 남편 덕분에 우리는 해마다 눈 구경을 할 수 있다.


이젠 내가 여벌 옷과 양말을 꼭 준비해야 하는 철저함을 키워야겠다.

그리고 창고에 넣어둔 눈썰매도 차에 항상 실어두어야겠다고 다짐하며 우리의 눈놀이는 끝이 났다.


아~

겨울은 역시 하얀 세상인데....

산과 들이 메마른 경주... 아쉽다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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