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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원 Dec 21. 2022

눈 길을 달리는 기분

도로 마비

이곳 경주에서 12월에 눈을 본다는 건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몇 년 만인지 12월 그것도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눈이 내렸다. 


새벽부터 내렸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온통 하얀 세상으로 바뀌어있었다.

해봐야 고작 3~4cm 정도이지만 어찌나 기쁜지..

딸아이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서둘러 아침밥을 먹고 단단히 준비를 시켰다.

어린이집 등원하기 전 한바탕 눈놀이를 하고 가겠다는 딸아이에게 눈놀이에 필요한 것들을 챙겼다.

장갑, 눈뭉치는 도구...


주차장에 내려와 나는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차에 쌓인 눈을 치웠고, 딸아이는 눈을 뭉치고 있었다.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내려주었다.

어린이집은 벌써 먼저 온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눈을 즐기고 있었다.

율이도 소리를 지르며 아이들에게로 달려갔다.

일반 장갑을 낀 것이 걱정이 되어 문구점에 들러 스키장갑을 사다 주고 나서야 안심하고 나는 작업실로 출근을 할 수 있었다.


오늘은 작업실에 쌓아두었던 눈썰매와 눈뭉치는 도구들을 챙겨서 집으로 가야겠다.


내린 눈에 비해 도로는 엉망이었다.

동네를 빠져나와 큰길에 합류하니 차들이 줄을 서서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런 일이 이쪽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보니 아마 모두들 멘붕에 빠진 것 같다.


천천히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차들을 지켜보았다.

덤프트럭이 브레이크를 잡으로 뒷바퀴가 살짝 미끄러져 옆으로 틀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제발 큰 차들 옆에서 가지 말아야지 했지만 그 큰 차는 가는 내내 내차옆을 맴돌았다.


평소 15분이면 도착할 거리인데 1시간 20분이 걸려 도착했다.


먼저 나는 커피물을 끓이고, 난로 불을 켰다. 

그리고 길고양이 밥그릇에 사료와 통조림을 섞어 매일 먹으러 오는 곳에 놓아주고 나서야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몸을 녹일 수 있었다.


처음 눈길을 달려본 짜릿한 마음을 다시 회상하며 글로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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