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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원 Dec 23. 2022

새로운 인연 만들기

조금씩, 아주 천천히

평생교육원에서 상담미술을 수강했다. 벌써 한 학기가 끝이 났다.

16강을 모두 듣고 나니 계절이 바뀌어 있었다.


다닐 때는 때론 귀찮을 때도 있었고, 아파서 쉴 때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수업이 끝이 나니 이제 금요일 오전시간의 스케줄이 비었다.


갈 때마다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하는 상황에 정신이 없었는데.


마지막 수업시간에 같이 수업을 듣는 한분이 출석률 백 프로인데 선생님께 선물을 달라고 했다.

선생님 그림이 갖고 싶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살짝 놀랐다.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사람에게 작품을 달라고 요구를 한다는 게 얼마나 신뢰가 되는 일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평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에게는 요구하기 쉬운 일이지만, 작가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런 요구는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생님도 살짝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분의 의도는 수업이 끝나는 것이 아쉽고, 선생님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싶기도 아고,

어반스케치 수업도 하는 것을 알아서 쉽게 내뱉은 말인 것 같았다.


출석률이 높은 5명이 마지막 수업일에 나왔다.

나도 마지막날은 딸아이가 감기가 걸렸음에도 어린이집에 보내고 수업에 참석했다.

마지막이니 꼭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작품 5개를 준비해서 단톡방을 만들어 연락을 하겠노라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 연락이 왔다


우리는 모두 모일 수 있는 날을 잡고, 적당한 카페에 오전 10시에 모이기로 했다.

그것이 오늘이었다.

하필 강풍주의보가 뜬 오늘이었다.


나는 선생님께 드릴 선물과 함께 수업을 들은 분들께 드릴 선물을 준비했다.

선생님께는 나의 캘리그래피 작품을, 다른 분들에게는 내 책을 싸인과 함께 선물했다.

살짝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당당히 드렸다.

선물을 한다는 것에 만족하면서, 주는 기쁨이랄까.


어색할 것만 같았던 만남은 생각보다 이런저런 주제로 말을 많이 할 수 있어서 너무나 즐거웠다.

모두 점심 이후로는 바쁜 스케줄이 있어 우리의 만남은 1시간 40분이 지나 끝이 났다.


나는 이런 모임을 즐기는 성격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모임을 즐기는 성격으로 조금 바뀌었다.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을 한다는 것이 나름 새롭고 신선하고 기분이 좋았다.

우리의 수업은 끝이 났지만 가끔씩 안부를 물으며 이 인연을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물론 노력이 없으면 이 인연은 금방 끝이날 것을 알고 있다.


카페에 앉아 30대부터 50대까지의 6명의 대화를 기억한다.

그리고 소중히 생각하고 지속하고 싶다.


나의 바람처럼 길게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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