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메기의 계절
한 달이 되었다. 엄마와 병원에 다녀온 지.
이번엔 혈압약, 당뇨약, 간경화약 중에 간경화약이 빠지게 되었다.
그것만으로 약봉투가 홀쭉해졌다.
하지만 혈액검사 결과를 보니 한숨이 또 나온다.
당검사에서 식이섬유가 풍부한 현미 백 프로를 먹으라 했으나 흰쌀밥만 먹는 엄마다.
그리고 많이 걷고, 비타민도 많이 먹어야 한다.
다리가 아파서 못 걷고, 많이 먹어야 하는 비타민도 한두 개만 먹고,
생수를 먹으라 해도 정수물만 먹는 엄마다.
대사증후군 관련 공부와 운동을 병원에서 요일을 정해놓고 해 주지만 엄마는 그것도 참가하지 않는다.
도대체 왜 건강에 적극적이지 않는 걸까.
다음혈액검사에도 변함이 없으면 고지혈증 약까지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고지혈증 약을 먹게 되면 근육통이 올 수 있다는데 무조건 약 먹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검색을 해 보았다.
고지혈증에 좋은 음식. 양파, 토마토, 통곡물, 오이, 고추, 견과류, 고구마, 올리브유, 등 푸른 생선, 비트
아휴 그냥 엄마가 가장 먹기 쉬운 비트즙이나 시켜야겠다.
며칠 후 엄마가 과메기가 먹고 싶다고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는 무엇이든 언니에게 얘기한다. 항상 엄마를 데리고 병원이나 바람 쐬러 가는 건 나인데,
이상하게 무엇이든 언니에게만 이야기한다.
나를 어려워한다기보다는 언니를 편안하게 생각하는 건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과메기 사러 구료포 가자고 얘기를 했다.
처음엔 괜찮다고 많이 추우니 다음에 가자고 했지만 몇 번 말하니 결국 준비하겠다고 한다.
엄마와 구룡포로 과메기를 사러 가면서 아빠가 살아계실 땐 겨울마다 과메기를 많이 먹었다고 했다.
다듬어지지 않은 과메기를 사 와서 옥상 빨랫줄에 걸어놓고 먹을 때마다 몇 개씩 빼내서 먹었다고 한다.
겨우내 옥상 빨랫줄에 걸려 바람에 흔들거리던 과메기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껍질을 까고 먹을 수 있도록 손질을 하면 먹을 수 있는 양보다 쓰레기가 더 많이 나오는 통과메기.
아빠가 안 계신 지금은 엄마는 잘 손질된 과메기를 산다.
그리고 초장과 김으로 맛있게 한 끼를 먹는다.
엄마의 먹거리는 아빠가 없음으로 많이 간소화되었다.
오늘도 아마 과메기를 혼자 먹으며 아빠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엄마의 깊은 속내는 알 수 없으나 무언가를 먹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일까? 슬픔일까? 추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