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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원 Dec 26. 2022

화이트 크리스마스

눈이 있는 곳으로 고고!!

눈이 정말 적당한 시기에 와주었다.

비록 우리 지역에는 눈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경상도를 제외하고는 다른 곳은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때마침 크리스마스가 일요일이었다.

원래 계획은 토요일 오후 남편 퇴근과 함께 전라도로 떠나려고 했다. 펜션을 예약해 화이트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오려고 했다.

하지만 남편은 7시쯤 퇴근을 하고, 전라도까지 가면 밤 10시가 넘으니 놀지도 못하고 자야 하고, 그리고 숙소에서 바로 나와야 하고...

안 되겠다 싶어 우리는 일요일 아침에 출발하기로 했다.

딸아이는 숙소를 잡지 않아 서운해했지만 그래도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저번주에 갔다 왔던 고창이 눈이 많이 와서 다시 가고 싶었지만

딸아이에게 더 좋은 최적의 장소를 찾기로 했다.


그래서 결정한 장소는 남원에 있는 바래봉눈꽃축제장!

서둘러 딸아이만 아침을 먹이고, 편의점으로 가서 각종 간식거리를 담았다. 그리고 출발~


전라도에 들어서면서 사방은 온통 하얀 눈세상이었다.

온 세상이 하야니 마음까지 하얗게 변하는 것 같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꼈다.

아이도 하얀 세상을 감탄하며 빨리 눈을 만지고 싶어 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는 딸아이를 철저히 준비시켰다. 스키바지에 스키장갑에 그리고 부족한 것은 행사매장에 가서 팔토시, 발토시, 눈만 나오는 모자를 구비해 똘똘 감싸고 나서야 실컷 놀아라는 말을 할 수 있었다.


아이는 썰매장에 가기도 전에 눈밭에 주저앉아 눈을 만지고, 누워도 보고 눈오리도 만들고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에 나는 손 시린 것도 잊은 채 아이의 모습을 폰에 담고 또 담았다.


실컷 놀고 눈썰매장으로 이동을 하는데 아이는 겁을 먹기 시작했다.

눈썰매 타고 싶지 않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눈썰매를 태워주기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어쩔 수 없이 나만 탔다.


"엄마 타는 거 잘 봐~"


캬악! 아이들 틈에서 나만 비명을 지르며 내려갔다. 그것도 혼자 사선으로.

그 모습을 위에서 아빠품에 안긴 딸아이는 어떻게 지켜보았을까?


결국 눈썰매를 타지 않고, 눈오리만 실컷 만들고 우리는 식당으로 이동했다.


배를 두둑이 채우고 아쉬워 어디를 가야 할지 망설이다가 광한루에 가기로 했다.

광한루에 도착해서 나는 눈오리를, 딸아이는 눈사람을, 아빠는 눈뭉치를 열심히 만들었다.


물고기밥을 주려고 먹이도 샀지만 얼어붙은 연못은 물고기를 찾기가 싶지 않았다.

어렵게 물이 쫄쫄 나오는 곳에 모여있는 잉어들을 발견했지만 먹이를 먹지 않았다. 따뜻한 물이 나오는 곳에서 자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다행히도 물고기밥은 원앙과 오리들에게 줄 수 있었다.

배가 고팠는지 오리와 원앙들은 우르르 몰려들어 딸아이가 주는 밥을 받아먹었다.


광한루 밖으로 나와 원예촌을 둘러보았다. 얼음썰매도 준비되어 있어서 한참을 타고 전통놀이도 체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카페에 들러 핫쵸코와 츄러스를 먹으며 몸을 녹였다.


5시가 넘어서야 남원을 떠나 집으로 향했다.

딸아이는 눈놀이에 지쳤는지 금방 잠이 들었고 동네에 도착해서야 일어났다.

동네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딸아이와 처음으로 함께한 화이트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었던 날이었다.

딸아이는 만족스러웠는지 말했다.

"엄마, 오늘 정말 재밌었다 그렇지?"

"웅 엄마도 오늘 너무 재밌었어"

"맞아 맞아 최고였어"


매번 주말마다 여행을 다니지만 딸아이가 이렇게까지 만족을 해주니 기쁘지 않을 수가 없다.


음... 다음 주엔 또 어디를 가지?

어디를 가야 딸아이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나에게 숙제가 생겼다. 즐거운 숙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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