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서원 Jan 16. 2023

또다시 눈을 찾아 떠나다

눈을 찾아 떠나는 여행

아침에 눈을 떠서 날씨를 확인한다.

역시나 이곳은 푸근하고 흐리다.     


남편은 강원도와 전라도를 살피며 눈의 상태를 파악한다.

전국이 비 소식이지만 강원도 산간지역이 대설특보가 떴다.     


딸아에게 어젯밤 준비해 놓은 샌드위치와 우유로 아침을 챙겨주었다.

그리고 따뜻하게 내복과 함께 옷을 입혔다.

또 여분의 옷과 스키장갑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서둘러도 10시가 넘었다.

우리는 편의점에 들러 간단하게 간식과 커피를 사서 내비게이션에 정동진을 찍고 출발했다.

가는 내내 약간의 빗발이 계속되었다.

삼척쯤 올라갔을까 눈과 비가 함께 내리는 걸 발견했다.

삼척을 강릉에 들어서자 온통 하얀 세상이었다. 하지만 눈과 비가 함께여서 발 내딛는 곳마다 질퍽질퍽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딸아이는 그 물 같은 눈 위를 달리고 달렸다. 물이 여기저기 튀었다.

정동진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시간여행박물관에서 아이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인 보물 찾기를 하고 조금만 선물을 받고 나왔다.     


3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눈이 너무나 아쉬워 우리는 늦은 시간임에도 대관령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눈만 오기를 바라며 우리는 달렸다.

고속도로에서 바라본 대관령은 온통 눈세상이었다.

강릉은 저리 가라였다. 우리의 입에서는 감탄사만 쏟아져 나왔다. 나뭇가지 위에 올라붙은 눈꽃들을 보니 너무나 아름다웠다.      


“여기야!!”

나는 소리를 질렀다.

여기서 내리자는 뜻이었다.     

남편은 대관령 IC에서 내렸다. 우리는 네비에 삼양목장을 목적지로 바꿨다

가는 길에 여기저기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고 아이들과 노는 모습들이 간간이 보였다.     

우리도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주차를 했다.     

딸아이에게 스키바지를 갈아입혔고, 스키장잡도 끼고 모자까지 쓰고 철저히 준비시켰다.

나는 삼각대와 장갑을 꼈다.

남편은 눈썰매와 눈뭉치는 장비를 챙겼다.     



다른 가족들도 많이 놀고 있는 장소여서 딸아이는 더욱 신이 나 있었다.

입구부터 눈썰매에 올라타고 이동을 했다.

딸아이는 ‘종소리 울려라 종소리 울려~’ 그 누가 시키지 않아도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신이 난 모습에 나도 기분이 좋아 그런 딸아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또 담았다.     

신나는 눈놀이는 부츠와 장갑 사이로 눈이 들어가면서 그만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제 출발하자는 말에 딸아이는 아직 눈사람을 못 만들었다며 더 있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다.

서둘러 눈사람 만들기를 도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적당한 크기의 눈사람을 만들 수 있었다.

인증샷을 찍고 나서야 눈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차 안에서 눈을 털고 입은 옷을 모두 갈아입고 나서야 출발을 했다.

신나게 논 여운이 남이 있었는지 딸아이는 상기되어 있었다.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 상당히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몇 장 안 되지만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의식하지 않으면 자꾸 잊어 먹는 가족사진.     

딸아이는 가족사진 몇 장을 어린이집 선생님께 보내달라고 말한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선생님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한다.     


신나게 논 모습을 보며 선생님과 얘기를 나누고 싶은가 보다 하고 생각을 해보며 선생님께 몇 장의 사진을 보내고 나서야 딸아이는 신나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스르르 잠이 들었다.     

저녁 9시가 되어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강원도가 조금만 더 가까우면 이런 눈놀이를 주말마다 다닐 수 있을 텐 데라고 아쉬워해본다.     

남편은 전라도 눈과 강원도의 눈의 차이점을 뜬금없이 물었다.     

나는 전라도 눈은 들판에 내린 눈같이 편안한 느낌이라면

강원도의 눈은 높은 산에 내린 눈처럼 볼거리와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 스타일은 강원도의 눈이라는 말도 함께.     


올겨울은 주말 내내 눈을 찾아 떠나거나 얼음썰매를 타거나 눈썰매를 타거나 정말 겨울을 제대로 즐기고 있다. 그전까지만 해도 딸아이가 어려 뭘 해도 제대로 즐기기가 힘들었는데 5살이 된 지금은 정말이지 겨울을 만끽하고 있다.     


아마 여섯 살의 겨울은 더더욱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이동하면서 차 안에서 많이 잤지만 신나게 놀아서 피곤했는지 집에서도 씻고 바로 잠든 딸아이의 모습을 보며 다리를 주물려 주었다.     

이렇게 신나게 놀면서 씩씩하게 자라줘서 고마워, 가끔 말 안 듣고, 고집부려도 되니까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사랑한다 내 딸.

다음 주엔 또 어디로 갈까?

작가의 이전글 양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