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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원 Jan 18. 2023

다시 다잡기

새 마음, 새 기분

딸아이를 등원시키고 미용실로 향했다.

자주 가지는 않지만 그나마 몇 번 가본 미용실이 문을 열지 않았다.

9시 15분. 

혹시나 해서 문 앞에 적어놓은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사장님 언제 오세요?"

"몇 시에 오시려고?"

"지금 가게 문 앞이에요 “

"아 조금만 기다리세요. 지금 읍내거든요. 30분까지 갈게요 “

"네"    


통화가 끝나고 휴대폰으로 전자책을 보며 사장님을 기다렸다.

짬짬이 독서하기는 나의 새로운 취미가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이 조금도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짬이 생기니 좋았다.     

15분은 금방 지나갔고, 사장님은 가게 문을 열지 못했다.

"또 이런다"     

번호키와 문틀 구멍이 잘 맞지 않아 가끔 이런다고 하셨다.

몇 번을 실랑이를 벌이다 사장님께서는 포기하고 가게 뒤편으로 가더니 창문을 넘어 실내로 들어갔다.     

종종 있었는 것처럼 창문을 넘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어휴. 아들이 어떻게 하라고 했는데 못하겠네"

"전문가를 불러서 구멍을 다시 어떻게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라고 말하며 관심을 표했다.  

   

머리를 자르며 코로나 이후로 처음으로 미용실에 왔다는 것을 말했다.

사장님은 놀라시며 머리를 잘랐다.     

3년 동안 나의 머리는 단발에서 가슴까지 길었다.

머리도 다듬고 마음도 다시 다잡을 겸 설날 전에 머리를 하러 어렵게 시간 내어 온 것이라 말했다.     

사장님께서도 머리를 새로 하면 머리도 가볍지만 마음도 가뿐하고 좋을 거라고 말했다.     

주절주절 이 얘기 저 얘기하며 머리를 다 하고 나서 가게에 붙어있는 '곱창김 25,000원'이라는 문구를 보았다.    

사장님께 곱창김이 어떤 거냐고 물어보니 사장님도 잘 모르는데 찾는 사람이 많아서 가져다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언니가 생김을 자주 구워 먹는 모습이 머리에 스쳤다.

설 전이니 선물할 겸 두 개를 달라했다.

하나는 내가 먹고, 하나는 언니네집에 선물을 할 생각이었다.     

계산을 하고 나서 사장님과 명절인사도 잊지 않고 하였다.

문 앞에서 배웅하며 바라보는 사장님의 모습이 너무나 정겹다. 

그리고 선물이라며 국물용 멸치를 하나 챙겨주었다.

아. 이게 바로 시골의 정이구나라고 생각하며 나는 운전을 하는 내내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엄마집에 주려고 실어놓은 돼지고기 선물세트를 배달하러 엄마집에 들렀다.

그리고 엄마에게 생김을 좋아하냐고 물었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는다는 엄마의 말에 김을 반반 나누었다.     

그리고 서둘러 작업실로 향했다.


아 이제 고스란히 나만의 시간이다.     

오늘은 생각하고 있던 그림책스토리를 32p로 구성을 짜기로 마음먹고 왔는데 벌써 시간이 점심을 향해간다.     

언니에게 김을 선물로 주고 함께 점심을 먹고 나면 또 시간이 훌쩍 가고 없어 딸아이 픽업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24시간이 부족해...     


오롯이 나만의 작업을 위해 하루 온종일 있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오전에 볼일을 좀 보면 오전이 사라져 버린다.

점심을 먹고 나면 4시는 금방이다.     

언제나 부족한 시간인데 새삼스레 시간부족 타령을 해본다.     

점심을 빨리 먹고 서둘러 스토리보드라도 작성해 봐야겠다.     


오늘도 파이팅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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