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서원 Aug 06. 2022

알 수 없는 사이

적당한 거리 유지하기

우리들은 집들이를 핑계로 모였다. 딱히 모일 이유가 없어 이사한 지 한참 지난 미니에게 집들이를 하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니 와이프에겐 너무나 미안한 일이다. 그녀의 희생으로 우리는 편안히 모일  있었다. 각자 아이들이 하나 아니면 둘씩 있어 어디선들 모임을 편안히 가질 수가 없는 상황이라 집이라는 최고의 장소를 제공받았다. 우리의 모임은 저녁 7시에 모여 새벽 2 조금 넘어까지 이어졌다.


아이들 넷, 어른 여덟이 총 열두명이 먹고 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집들이 주인공에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포트락 파티를 하기로 했다. 각자 한두 가지씩 음식을 준비해 상을 차리니 한가득이었다. 나는 직접 준비한 과일과 양념족발을 배달시켰다. 쏘이는 무침회와 직접 구운 브라우니를 준비해왔다. 미니네는 홍어삼합과 술과 음료를 준비했다. 우리가 이렇게 전체가 다 모인건 코로나 훨씬 이전이었다. 그리고 코로나를 겪으며 모일 수 없었다. 그러니 할 말이 얼마나 많겠는가. 우리는 부어라 마셔라 하며 지난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넷이나 되니 서로서로 너무 재미나게 잘 놀아주었다.


우리의 술자리가 절정을 이루었을 때 인터폰이 울렸다. 아래층에서 항의가 들어온 것이다. 조심하겠다고 하며 술자리는 계속 이어졌다. 두 번째 인터폰이 울린 건 새벽 두 시였다. 윗집이었다. 우리는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조용히 짐을 꾸렸다. 아쉽지만 반 강제로 모임은 막을 내렸다. 대리를 불러놓고 기다리며 우리는 말했다. 

"다음번 집들이는 누구네 집 할래?"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져야 했다.


학창시설 이십 대를 함께 보낸 우리들은 이제는 곧 만난 지 이십 년을 앞두고 있다. 세월이 실감 나지 않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리의 모임이 길게 갈 수 있었던 이유를 한번 생각해 보았다. 물론 중간에 떨어져 나간 멤버들이 몇 명 있긴 하다. 멤버들의 맏언니인 내가 소홀했던 것 같아 괜히 미안해진다. 그리고 남은 멤버들만 지금까지 이어온 것이다.


우리는 뿔뿔이 흩어져 산다. 한마디로 스케줄 맞추기가 정말 힘들다. 한 명은 직업군인이고, 한 명은 식당을 한다. 그 두 사람의 스케줄을 대부분 따라줘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특이점은 전화를 자주 하지 않는다. 친하지만 웃기게도 적당한 거리가 있는 사이다.

 각자 시시콜콜한 얘기를 살갑게 하는 성격들이 아니다. 그래서 각자의 세세한 삶을 잘 모른다. 그리고 말하지 않으면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남들이 보면 우리의 모임은 정말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이유로 다툼 없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


친할수록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배려도 할 수 있고, 선을 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이건 친구도 그렇지만 부부에게도 필요한 것 같다. 너무 친하다 못해 지나치게 관섭을 하다 보면 선을 넘는 일이 종종 있다. 너무 친해서 생기는 일이다. 나 또한 남편에게 잔소리하다 도를 넘어 마음을 다치게 한적도 많다. 하지만 우리의 모임을 생각해보고 부부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누가 뭐래도 하나뿐인 내편을 배려하지 않으면 누가 배려해 준단 말인가. 선, 그 적정선을 지키며 관계를 오래도록 이어 나가도록 노력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가는 날이 장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