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상에 모든 욕은 내가 듣는 거 같다..

너는 애미,애비도 없냐??

by 가시나물효원

종종 우체국에 물건을 잠시 맡겨놓고 어디 좀 다녀오겠다고 말하는 고객들이 있다.

아무래도 왕래가 많은 곳이다 보니깐 제대로 물건을 맡아줄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어떤 고객이 검정 봉지 몇 개를 가득 가지고 와선 장 본 물건인데 잠깐 여기 다른 것 좀 더 사가지고 올 테니 좀 맡아줘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네 알겠습니다. 하고선 물건을 잠깐 두고 간 사이에 누군가가 그 봉지들을 들고나가버렸다.

또 어떤 경우는 잠깐 물건을 맡긴다고 했는데 그 물건에서 악취가 진동을 해서 다른 고객들이 불편하다고 이야기한 경우도 있었다.


한편으론 어떤 고객이 구루마를 맡긴다고 하고선 한 달이 되어도 찾아가지 않았고 결국 우체국에서 2년 넘게 보관하다가 녹이 슬고선

결국 폐기물이 되어 버리기도 했다.

고객과의 신뢰가 무너진 사건들이 많다 보니,

나는 고객들이 무얼 맡아주라고 하면

조금 껄끄럽다.


물론 시혜를 받은 고객은 고맙다는 말을 전달하곤 하지만, 몽니를 부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번에 겪은 일은

택배를 구루마에 싣고 와선 여기에 맡기고

다른 볼 일을 보고 이따 찾아가겠다는 거였다.


나는 고객에게

"짐 보관해드릴 수 없으니 가져가세요"라고 정중히

얘길 했는데


돌아온 대답은

"내가 구루마를 가지고 영등동 병원까지 갖고 가야 해"

하면서 소리를 지르는 거였다.


하는 수 없이 고객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받아놓으라고

우체국 노인일자리 근무하는 분께 부탁을 드렸다.

그분은 시니어님께 이름과 전화번호를 남기고

가셨다...


그리고 한 3시간쯤 지났을까...

그 고객은 다시 와서 구루마를 찾고 나를 향해 소리쳤다.


"너는 애미 애비도 없냐? 아주 싸가지가 없어..

물건 맡아주는 게 뭐가 어렵다고..."


"너는 부모도 없냐..."


휴...


오늘도

나의 하루 기분 날씨는 먹구름 잔뜩으로 마무리됐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음의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