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에 들어올 때부터 약간의 낌새가
이상한 사람은 티가 난다.
유심히 살펴보니 익산시 정신건강센터 쇼핑백을 들고
요리조리 왔다 갔다 하신다.
"내가 요즘 정신이 요즘 오락가락해서 힘들어.."
몇 번을 설명하고 일처리를 끝내드렸다.
그 후 1시간쯤 다시 와선 내게
"나 사실은 아까 바지에 오줌 쌌어.. 집에 가는 길에
화장실이 없었거든"이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60대쯤 보이는데.. 휴.. 그냥 안타까웠다.
며칠 후 다시 찾아온 고객
자기에게 친절하게 대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한다.
금융에서도 어렵게 업무를 마쳤고..
그 고객은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계속 몇 번을 내게
마치 스무고개 놀이마냥
"내가 금방 그 찍는 거 어디 뒀지... 그거!. 찍는 거.."
나는 혹시 "도장 찾으세요?"
"어"
"도장 단어가 생각이 안 났어..."
그 고객이 업무를 마친 후 내게 조용히 다가와선
16,000원을 건넨다.
"직원들하고 윌 사 먹어, 내가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윌 사러 못 가"
마음만 받겠다고 했는데도 극구 내 책상에 놓고
가버렸다.
다시 오면 돌려드리려고 아직도 내 책상서랍엔
16,000원이 그대로 있다..
내가 고객에게 돈을 돌려주려고 기다리듯
그 고객도 본인의 맑은 정신이 오길 기다리겠지?
빨리 돌아오셨으면 좋겠다.
그분의 정신도...
내 서랍의 돈 주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