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지긋한 남자 고객이
나에게 다급하게 손짓을 한다.
“어이, 아가씨 일로 와봐요..”
나는 “네” 짧은 대답과 함께
고객이 무엇이 불편한지 여쭈었다.
난 사실 아가씨,
박양 이렇게 부르는 사람들…
솔직히 별로 안 좋아한다..
고객은 내게 ATM기기 사용이
안되는지 여쭈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무슨 이야기인지 도통 몰라서
기계의 화면을 보려고 하는 찰나
고객은
우체국 가림막에 쓰여있는 글자를 가리키며
여기에 “금기”라고 쓰여있잖아…
禁忌금기
아마, 그 어르신은 이런 뜻으로 알아들은 듯하다.
나는 꺼릴 忌기가 아닌 기 機 기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러면서 문득 문헌사서 공부 중에
요즘 사람들 문해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가던 찰나,
우체국에서 또 한 번 문해력으로
어려움을 겪은 고객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송장과 송장
길게 표시된 문구가 있으면 죽은 시체를 말하지만,
짧게 발음하는 건 말 그대로 기표지를 이야기하는 건데
어느 날 고객이 우체국에 찾아와서
본인의 생선(FIsh) 물건이 잘못 배송되었다고
노발대발 난리를 치는 게 아닌가..
영수증 있냐고 하니까 영수증도 없다고 하고….
그럼 상대방에게 송장 보내주세요 하니까…
인보이스인 송장을 죽은 시체로 알고 송장을
왜 보내냐고 펄펄 뛰는 게 아닌가…
자기는 장례를 치러질 수 없다나 뭐라나….
이건 문해력의 문제라고 봐야 하는 건지…
그 사람의 인지력이 떨어진다고 봐야 하는 건지…
문득 난감했던 하루를 기록에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