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에서 직업기초능력 과목들을 강의하고 있다. 미래의 직업인으로서 갖춰야 할 직무능력에 대한 과목이다. 이 과목들은 대인관계능력, 자기개발능력, 의사소통능력, 문제해결능력 등 과거 직장생활을 할 때는 교육을 받기는 커녕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던 것들이다.
그저 현장에서 어깨너머로 혹은 실전에서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몸으로 배웠던 것들이다. 그렇다 보니 수업을 하다 보면 배우는 학생들보다 가르치는 내가 더 재미있을 때가 많다.
이미지 출처: Pixabay
그런 이유로 나는 직업능력 분야도 관심이 많다. 얼마 전 퀀텀런이라는 미래 트렌드 전망 조사 기관에서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30년까지 생존 가능한 50대 글로벌 기업’의 인재상을 분석해서 15개의 직업기초능력을 선정 발표한 것이다. 이 자료는 4차 산업혁명 전문가 250여 명이 중요성을 평가했다고 하니 신뢰도 높은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이 자료에는 과거(5년 전)와 현재, 그리고 미래(10년 후)의 직업기초능력의 순위를 나열하고 있다. 상위 능력의 순위 변화가 눈길을 끈다.
과거(5년 전)와 현재 직업기초능력 중요도 1,2위의 순위에 랭크되었던 ‘열정’은 미래(10년 후)의 중요도에서 9위로 뚝 떨어져 있다. 그리고 과거 10위 권 밖에 있던 항목들이 상위권으로 진입해 있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 중에서 ‘인지적 부담 관리’라는 항목은 과거 14, 9위였으나 미래 중요도에는 4위로 떠올랐고 ‘기계협업능력’도 과거 15, 13위였던 것이 미래 중요도에는 5위에 랭크되었다.
미래형 직업기초능력 중요성 순위
미래(10년 후) 직업기초능력 상위권을 보면 ‘위기대처능력’, ‘대응력’, ‘미래 예측력’이다. 이 능력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굳이 몰라도 병이 되지는 않겠지만, 전문가들이 연구해서 알려줄 때까지 그냥 기다리면 되는 것일까?
우리는 이런 문제제기를 하기도 전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는 위기 속에 살고 있다. 그러니까 ‘위기대처능력, 대응력, 미래 예측력’들은 우리의 미래 문제가 아닌 지극히 극명한 현재 문제이며 전 세계적인 문제이다. 그러니까 이 능력들은 포스트 코로나의 위기에 대응하고 다음을 예측하는 현재에 꼭 필요한 능력이 돼 버렸다.
나는 이 3가지 능력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보고자 하였다. 일단 내가 공부하는 방식대로 찾아보고 알아보았다. 그러한 결과 나의 결론은 간단하다. 정보가 ‘없다’이다. 물론 나의 정보 조사력이 떨어져 못 찾은 것 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와 같은 일반인이 몇 날을 조사해도 만족할 만한 자료를 찾지 못했다는 것은 신뢰성과 타당성을 일부 포기하고서라도 연구된 결과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불안한 것이다. 이런 위기상황을 겪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대응책도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는 만약이란 가정이 두려운 것이고, 단 몇% 정도의 가능성뿐 이라 해도 못 미더운 것이다.
그나마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응책이란 과거의 비정상적인 것들에 대한 표준을 만드는 것이다. 사람을 멀리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기준이 되고, 누구의 결혼식, 친척분의 장례식도 안 가는 것이 미덕이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은 여전하다.
그렇다면 전 세계의 바이러스 전문가들이 해결책을 내놓기 전까지 우리가 느끼는 환경적 불안감을 포함하여 개인적인 불안요소들을 극복할 뭔가 효율적인 방법은 없는 것일까? 굳이 기간의 제한을 두는 것도 무의미하겠다. 이번 바이러스가 종식되더라도 또 다른 강력한 것이 나타날 수도 있고, 어차피 인간의 삶에서 불안감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불안감을 없애는 방법!
물론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성인학습 전문가로서 제안은 이런 것이다.
다른 어떤 것에 심취하여 불안감을 잊게 해주는 방법, 그러니까 어떤 것에 심취하는 ‘몰입’이라는 방법이다. 몰입은 자신이 즐거운 일을 하고 있때 또는 그 외에 다른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느껴지는 감정 상태이다.
또 몰입을 개인이 활동 그 외의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완전히 심취한 주관적 심리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칙센트미하이와 나카무라(Csikszentmihalyi & Nakamura, 1989)).
실제로 어느 불면증 환자가 불면증의 두렵고 불안한 마음을 ‘색연필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에 집중하고 심취해서 치유할 수 있었다는 TV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이런 경우는 학습 상황에서의 몰입이라고 할 수 있다.
학습 몰입이란 학습자가 학습과정을 수행하면서 학습활동에 완전히 심취해 몰두한 상태(Steele & Fullagar, 2009)로, 이러한 몰입의 경험은 그 자체가 학습자에게 만족감을 제공하고 내재적 동기를 향상시킨다.
이 같은 학습 몰입은 학습자의 학습 흥미 유발과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능력개발, 즐거움, 창의성 등의 발휘로 최고 수준의 학습경험 및 자아존중감 등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혹은 하루 중에 몰입이 가능한 시간은 아마 1~2시간 이내일 것이다. 이 시간 동안 뭔가에 몰입하는 경험을 해 보는 것이다. 좋은 책을 읽는다던지, 손으로 할 수 있는 공작 거리를 찾는다던지, 운동이나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이든 자신에게 흥미가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학습의 몰입을 경험한다는 것은 그 시간만큼은 나에게는 불안감을 치유해주는 시간이 될 것이고, 양질의 정신적 에너지인 자아존중감이 공급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런 양질의 정신에너지가 자주 공급된다면 불안감의 치유를 넘어서 행복감까지 맛보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런 경험이 배움의 쓰임새라고 할 수 있다. 배움은 반드시 학습자의 행동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행동의 변화를 이끌지 못하는 배움은 지식과의 접촉, 정보를 접해본 정도, 그냥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할 수 있지 결코 그것을 배움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분주한 일상이지만 자칫 방심하면 밀려오는 불안감을 학습의 몰입으로 정신에너지를 공급받는 배움을 쓰임새로 사용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