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모르파티 Oct 17. 2020

삶의 마진(margin)이 생기다.

성인을 위한 자기학습법

  나는 학생 시절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 성격은 성실한 편이어서 책상에는 꾸준히 앉아있었지만 그에 비해 성적은 기대를 훨씬 못 미쳤다. 그래서 학생 시절의 공부는 나의 크나큰 부담이었고 힘든 시간이었고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청년시절 직장생활은 공부보다는 훨씬 나았다. 새로운 일을 배운다는 것과 돈을 버는 것 그리고 나만의 세상을 조금씩 구축해 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세월이 흘러 직장에서 책임이 부과되고 가정과 자녀에 대한 책임도 막중해지며 자식 된 도리, 사회적 의무 등등 인생의 과제가 늘어나면서 삶의 무게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이 마흔을 넘기고 나니 이 삶의 무게는 어느덧 버텨내기 힘들 정도로 커지고 있었다. 승진의 정체기, 관리직으로써 고용의 불안함 등등 엄청난 무게감과 동시에 직장생활은 더 이상 나의 꿈과 기대를 실현해 줄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직장을 대신해서 나의 기대를 채워 줄 이상, 목표 등을 찾아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용기도 없었다. 왜냐하면 경제적인 현실 앞에 내 삶의 무게는 충분한 거래조건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니는 직장생활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뭔가 새로운 것을 찾고 싶었다. 몇 달 간의 조사 끝에 마침내 어느 대학의 한 프로그램에 등록해서 토요일마다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렇게 나의 공부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새로운 일상인 매주 토요일은 나를 숨 쉬게 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배움 그 자체는 무엇인가 내게 에너지를 공급해주었고 위로와 기쁨이 되었다. 그 감동이 계속해서 나를 또 다른 배움의 길로 인도하게 되었다.      



  성인학습에 대해 공부하면서 가장 큰 기쁨은 나의 경험들이 학습에 도움이 될 때이다.

  평생 공부와 연구만 한 학자들은 배움이나 책을 통해 삶의 이치를 깨닫는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은 오랜 세월 일상의 생활에서 부딪히고 깨지며, 삶의 이치를 깨닫는다. 그런데 나와 같이 사회생활의 경험을 가지고 공부를 하는 사람은 삶에서 깨달은 이치를 책에서 다시 확인하곤 한다. 그러니 책을 읽는 맛이 남 다르고 공부하는 기쁨이 그제야 뭔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내가 학생 시절 맛보지 못한 공부의 맛을 느끼니 공부가 재미없을 수가 없다.

사진출처: Pixabay


  "더 신기한 이야기를 해 볼까요?"



  위의 글(나의 히스토리)은 이미 성인학습의 이론으로 정립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바로 맥클러스키(McClusky)의 마진 이론이다. 삶의 무게는 ‘부하(load)’이며, 새 에너지는 ‘힘(power)’이다. 이 이론은 ‘힘-부담-마진 공식 power-load-margin formula’로 알려져 있다. 부담을 상쇄시키기 위해 얼마만큼의 힘을 가져야 한다. ‘마진’이란 부담과 힘 사이의 역학적 관계로 마진은 부담을 다루기 위해 요구되는 것을 넘는 잉여적 힘 또는 가용한 힘이다.     

  

  그러니까 부하가 힘보다 크게 되면 힘의 부족 상태가 되어 스트레스를 유발하거나 그 상태가 심하여 되돌릴 수 없게 될 경우 상황은 대단히 취약해져서 무너지기 쉽게 된다. 또한 마진(margin )은 부하와 힘을 조절하게 한다. 이는 부하가 크면 그 부하의 크기만큼 힘을 키우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려운 상황이 닥치게 되면 이겨내고 자하는 능력이나 의지가 커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마진(margin)은 부하와 힘의 비율에서 힘의 잉여를 남겨 다른 활동이나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마진(margin)은 성인의 정신적 건강에 필수적이며, 학습경험을 비롯한 삶을 확장시키는 또 다른 활동에 투자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맥클러스키(McClusky)의 마진 이론을 삶의 경험이 부족한 학생 시절에 배웠다면 내가 느꼈던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까? 나는 결코 불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나이를 먹고 시작한 공부는 이러한 감동 때문에 멈출 수가 없다. 계속해서 마진(margin)을 남기기 때문에 또 다른 배움에 계속해서 투자를 하는 것이다. 즐거운 투자 말이다.

이전 07화 무엇을 배울지 정했다면 어디서 배울지 선택해야겠죠!2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