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의 품격을 읽고 생각한 것
당시는 책이 귀하던 시절이었어요. 칸트도 책을 일일이 필사하여 필사본을 만들었는데, 그 방식이 매우 독특하고 과학적입니다. 백색간지를 많이 넣고, 줄 사이의 간격을 넓게 하고, 노트 가장자리는 비워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자신의 생각을 적으면서 발전시켜 나갔지요.
다산 선생은 먼저 저술해야 할 분야의 우선순위를 정해 일러줍니다. 당시 유교의 가치가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에 있다면 무엇보다 경륜經綸에 목적을 두어야 하는데, 다산 선생은 오히려 경전經典에 대한 저서를 첫 번째로 놓으셨습니다. 이는 인문사회학의 근본이 되는 부분에 대한 저서가 참으로 가치 있고 지속적인 것임을 강조하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