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에피소드 원작 일부 수록 도서 3권 감상문
재판에서는 죄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조차 하지 않는다. 재판에서의 죄는 '형법에 죄라고 적혀 있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정부와 국회 다수당이 힘을 합쳐 '외국인 척결에 관한 법'을 제정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단 검찰은 국내에 있는 외국인들을 잡아다 기소할 것이고, 재판부 역시 이 법에 따라 재판을 진행할 것이다. 나치 치하에서는 실제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유대인 척결, 장애인에 대한 강제 불임 시술 등은 모두 법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판사를 설득하려면 판사의 언어로 이야기했어야 했다. 그런데 나의 언어로 말하면서 같은 인간인 판사가 도사처럼 내 마음을 다 알아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완전히 의뢰인의 편이 되기보다는 자꾸만 주관적이 되려는 자기를 추슬러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려고 하였더라면 오히려 더 좋은 상고이유서를 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녀의 심리적인 연대보증인이 되어서는 떼를 쓰듯 친구에게 전화를 걸기까지 했다. 김동국 변호사는 무심히 이야기하였지만 그의 말들은 나에게 거울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변호사들은 의뢰인과 상담을 하면서 사건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눈앞에 앉아 있는 대상은 사건이 아닌 한 명 한 명의 사람이다. 저마다의 생각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이니 판에 박은 해결책을 내놓을 수는 없다. 그들의 성향과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해줘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물어야 한다. 지금 마음은 어떠하며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를 말이다. 왜냐하면 의뢰인의 말이 곧 '문제지'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정확히 알아야 그에 맞는 답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