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에세이 <일상 잡담> 제18화.
나는 사서라는 내 직업이 참 마음에 든다. 좋아하는 책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 최신 지식이나 기술에 관한 정보를 가장 앞서서 접할 수 있다는 것, 변화에 따른 자기계발을 부단히 할 수 있다는 것. 그 외에도 몇 가지 이유가 더 있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 하나만 꼽으라면 도서관 냄새라고 단언할 수 있다.
아침에 출근해서 도서관 문을 열 때, 그 순간에만 맡을 수 있는 냄새가 있다. 밤새 도서관을 가득 채운 책에서 나는 특유한 냄새다, 곰팡이 냄새 같아서 싫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곰팡이 냄새와는 차원이 다르다. 축축함이 묻어 있는 쿰쿰한 곰팡이 냄새와는 달리 가뿐하면서도 선선한 느낌이 강하다.
계절로 치면 요즘 같은 초가을 아침저녁 느낌이랄까. 아침에 문을 열 때마다, 추억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그 기분을 오래 느끼고 싶어서 보통 출근 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출근한다.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입사 초부터 지키고 있는 루틴이다. 도서관 곳곳에 불을 켜고 책 향을 맡으며 산책하듯 서고를 돈다.
하루 중 유일하게 책 냄새를 온전히 맡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간밤에 잘들 지냈는지 별일은 없었는지 책들과 가볍게 아침 인사를 나눈다. 10분도 채 걸리지 않은 서고로의 짧은 아침 산책을 마치고 나면, 계절에 상관없이 도서관 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 도서관으로 들어온 바깥 공기와 섞여 더 이상 고유한 책 냄새는 나지 않는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자리로 돌아와 컴퓨터를 켜고 커피포트 전원을 올리며 그날 기분에 따라 듣고 싶은 음악을 틀어놓는다.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기에 앞서 아무도 오지 않은 도서실에서 잔잔히 들리는 음악과 고소한 커피 향이 주는 평온함은 책 냄새와 더불어 사서로 살아가면서 누리는 작은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