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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oo Aug 30. 2023

파랑새는 지금 내 안에 있다  

내 곁에 있는 행복을 느끼는 삶, 30년 사서의 책 속에 담긴 지혜 


"온종일 찾아다닌 봄은"   

 <오도시(悟道詩)>, ≪학림옥로(學林玉露)≫


盡日尋春不見春 芒鞋踏遍隴頭雲 

歸來笑拈梅花嗅 春來枝頭已十分


온종일 찾아다녀도 봄이 보이지 않아

농두산 구름 속을 두루 헤매고 다녔지 

돌아와 미소 띠며 매화 향기 맡으니

봄은 가지 끝에 이미 무르익어 있었네.

 

-작자 미상, (p.137, 하루 한시, 샘터사)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서"

 ≪파랑새(L’Oiseau Bleu)≫(시공주니어, 2015)


행복을 안겨준다는 파랑새를 찾아 환상의 나라를 여행하는 틸틸과 미틸 남매의 이야기,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파랑새(L’Oiseau Bleu)≫는 누구나 한번쯤 읽어 봤을 것이다. 


남매가 환상 속을 누비다가 잠에서 깨어나는 이야기를 통해,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곁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때 인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문학 작품이다. 



 

“행복: 틸틸이 우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대! 틸틸, 네가 아는 행복은 우리뿐이야! 우리는 늘 네 곁에 있어! 언제나 너와 함께 먹고, 마시고, 잠들고, 깨어나고, 숨 쉬면서 지내 왔단 말이야!


틸틸: 음, 어렴풋이 기억이 날 것 같기도 해. 그런데 너희를 뭐라고 부르는지 알고 싶은데……. 


행복: 그래, 어쩌면 네가 모르는 게 당연할지도 몰라……. 난 ‘집에 있는 행복들’의 대장이야. 여기 있는 친구들은 모두 너희 집에 사는 행복들이고.


틸틸: 우리 집에 행복이 이렇게 많다고?”(p.136, 파랑새, 시공주니어, 2015)


행복과 틸틸이 나누는 대화다. 행복은 틸틸에게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 자신들에게 좀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틸틸 남매가 사는 집에 존재한다는 행복은 이런 것들이다. 


'건강하게 지내는 행복’,  ‘맑은 공기의 행복’, ‘부모를 사랑하는 행복’, ‘파란 하늘의 행복’, ‘숲의 행복’, ‘햇빛이 비치는 시간의 행복’, ‘봄의 행복’ 등 참으로 다양한 행복이 이미 그곳에 있었다. (p.137, 파랑새, 시공주니어, 2015) 




"항상 내 곁에 있는 것, 행복이다"


≪하루 한시≫(샘터사, 2015)의 저자 이국진은 희곡 ≪파랑새(L’Oiseau Bleu)≫는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가 쓴 〈어린 왕자(Le Petit Prince)〉처럼 아이들보다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말한다. 끊임없이 파랑새를 쫓는 틸틸과 미틸 남매의 모습이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과 닮았기 때문이란다. 


중국 송나라 때 승려가 썼다고 전해지는 서두의 <오도시(悟道詩)>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은 항상 가까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바로 이것이 현대를 사는 우리가 이 한시를 통해 깨닫게 되는 삶의 진리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 ‘행복하다’는 현재 진행형의 말을 잊지 않는 것이 지금 내 곁 있는 파랑새를 놓치지 않는 지혜로움일 것이다.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지난가을 어느 맑은 오후였다방에 누워 창밖을 봤다하얀 구름이 흘러가는 파아란 하늘을 바라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그날 느꼈던 편안함이 내가 브런치에서 작가님들과 나누고 싶은 행복이다내 곁에 있는 파랑새의 온기를 느끼고 내 집에 심은 매화의 향기를 음미할 줄 아는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책 속에 담긴 지혜를 찾아 떠나는 여행 ‘책담는 그날 나의 독백으로 마치겠다


“행복이 이거지. 

행복이란 이렇듯 소소한 것이다. 잔잔하니 고요하고 포근한 이 느낌. 행복하다” 

by eunjoo [2023 봄날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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