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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oo Sep 05. 2023

여행과 독서의 콜라보레이션

앞서 나가는 지혜, 30년 사서의 책 속에 담긴 지혜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 탓에 초겨울부터 늦봄까지 장갑과 목도리를 끼고 산지 오래다. 아침에 집을 나서며 습관처럼 장갑을 꼈다. 오늘따라 장갑 낀 손이 유난히 답답했다. 잠시 망설이다 장갑을 벗었다. 손이 시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기분이 상쾌해졌다. 아침 공기에서도 찬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입춘(立春)이 지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정말 봄이 왔나 보다. 여기저기서 여행 소식이 들린다. 특히, 코로나19로 막혔던 하늘길이 열리면서 주변 사람들은 국내 여행보다는 해외여행을 많이들 간다. 한시 학자 '장유승'은 공동 저서 ≪하루 한 시≫(샘터사, 2015)에서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유"


“굳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해외로 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색다른 경험에 대한 욕구가 가장 클 것이다. 익숙한 곳을 벗어나 낯선 곳을 여행하며 얻는 색다른 경험은 여행의 쾌감을 배가시킨다. 


익숙한 공간에서 반복되는 일상에서는 아무런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낯선 환경 속에서의 색다른 경험은 변화와 발전의 계기를 제공한다.”(p.48, 하루 한시, 샘터사, 2015)




그러나 여행을 떠난 모든 사람이 여행을 변화와 발전의 기회로 만들지는 못한다. 여행의 경험을 통해 새로워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 사이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 것일까? 


"여행을 통해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조선 말기의 학자이자 개화사상가 강위(姜瑋)가 쓴 한시에서 그 차이점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1800년대 조선시대에도 21세기에 사는 우리들 못지않게 해외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이 바로 강위다.   


讀書破萬卷 遠遊窮萬里  

만 권의 책을 독파하고 
만 리 먼 곳을 유람한다.

-오한응(吳翰應, 1854 ~? ), <동유초에 쓰다[東遊艸題詞]>, 
≪고환당수초(古歡堂收艸)≫


위의 한시를 보면, 독서와 여행에 대한 강위(姜瑋)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다. 개화사상가로서 조선의 앞날을 내다볼 수 있었던 그의 통찰력은 ‘만 리의 유람’과 ‘만 권의 독파’에서 기인한 것이리라. 

 



강위는 과거에 뜻을 두고 정진했다. 하지만 문신이 될 수 없었던 무반 신분으로 인해, 과거를 포기하고 학문과 문학에 전념하게 되었다. 1880년 수신사 김홍집을 수행하여 일본에 다녀온 것이 계기가 되어 강위의 본격적인 해외여행이 시작되었다. 이때 지은 시를 엮어서 만든 그의 책이 ≪동유초(東遊艸)≫다. 


안타깝게도 강위의 시문은 갑신정변의 여파로 대부분 삭제되었다. 문집과 해외여행기 ≪담초(談草)≫와 ≪동문자모분해(東文字母分解)≫ 등은 ≪강위전집(姜瑋全集)≫으로 영인, 간행되었다.(출처: 한국민족문화 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여행은 독서를 통해 완성된다" 


책 읽기에도 어딘가로 떠나기에도 좋은 계절, 가을이 우리 곁에 왔다. 이번 '책담知'에는 독서와 여행의 계절 가을을 맞아 올해 2월 블로그에 작성했던 글을 수정해서 실었다. 한시 학자 장유승의 여행과 독서에 대한 단상으로 책 속에 담긴 지혜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마친다. 


"나를 찾기 위해, 

또는 나를 바꾸기 위해 

여행을 떠났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채 돌아왔다면, 


그 원인은 

여행 경험의 부족이 아니라 

독서 경험의 부족에 있다.


독서가 뒷받침되지 않는 여행은 공허할 뿐이다.

여행이 변화와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면

독서는 필수다."

-장유승, (p.49, 하루 한시, 샘터사, 2015)

by eunjoo [우도, 가을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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