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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oo Sep 19. 2023

소설가 하루키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고, 책 서평

그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그의 책을 한 권만 읽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두터운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세계적인 작가, 


‘하루키 신드롬’의 주인공,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35년 넘게 소설가로 살아온 그가 자신의 직업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에세이가 있다. 현대문학에서 2016년에 펴낸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다. 


이 책에는 취미가 아닌 업(業)으로서 소설가가 갖춰야 하는 자질과 덕목에 대한 작가 하루키의 이야기와 조언이 담겨있다. 이 책은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하루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에세이가, 소설가를 꿈꾸는 독자들에게는 필독서가 될 것이다.  

    



뭘 써야 할지 막막하다는 소설가 지망생에게 하루키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E. T]의 사례를 들어 해결책을 제시한다. 지구에 불시착한 E. T는 꼬마 엘리어트와 아이들의 도움으로 그 집 창고에 있는 잡동사니들을 모아서 모선(母船)과 연락할 수 있는 통신기를 만들어 낸다. 이 영화에서처럼 그들에게는 소설의 다양한 소재가 될 잡동사니가 가득한 창고와 자신의 소재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기발한 것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는 매직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소설을 쓰기 위해 필요한 소재가 나에게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약간만 시점을 바꾸면, 발상을 전환하면, 소재는 당신 주위에 그야말로 얼마든지 굴러다닌 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인간의 삶이란 얼핏 보기에는 아무리 시시하더라고 실은 그런 흥미로운 것을 자연스럽게 줄줄이 만들어 냅니다. 거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전한 이성을 잃지  않는다.’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키포인트입니다.”(p.137)  




소설가가 되기 위해 어떤 훈련이나 습관이 필요한지에 대한 물음에 하루키는 다독만큼 훌륭한 습관은 없다고 답한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소설의 구성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다독이라고 이야기한다. 다독을 함으로써 생기는 “아, 소설은 이렇게 이루어져 있구나!”하는 체감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설의 구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오믈렛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달걀을 깨야 한다.”(p.118)는 당연한 말처럼, 다독은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훈련이자 지녀야 할 습관이다. 


“아무튼 닥치는 대로 읽을 것, 조금이라도 많은 이야기를 내 몸에 통과시킬 것, 수많은 뛰어난 문장을 만날 것, 때로는 뛰어나지 않은 문장을 만날 것. 그것이 중요한 작업입니다. 소설가에게 없어서는 안 될 기초 체력입니다. 아직 눈이 건강하고 시간이 남아도는 동안에 이 작업을 똑똑히 해둡니다.”(p.119)  

 



소설을 쓰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으로 하루키는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라고 조언한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을 소중하게, 신중하게, 예의 바르게"(pp.167~168) 대해야함을 강조한다. 하루키는 매일 아침 네 시간이나 다섯 시간 동안 책상에 앉아 20매의 원고를 쓴다고 한다. 한 달이면 600매, 일 년이면 3,600매가 되는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시간을 컨트롤해서 내 편으로 만들기, 직업 소설가로 35년이 넘게 활동할 수 있는 하루키의 저력이자 자기 관리 비법일 것이다. 또한 ≪대성당≫을 쓴 레이먼드 카버의 말을 인용해서, 시간을 잘 관리하는 것이 소설가로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임을 강조한다.


“시간이 있었으면 좀 더 잘 썼을 텐데­. 나는 소설을 쓰는 친구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다. 지금도 그 일을 떠올리면 아연해진다. 만일 그가 써낸 이야기가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었다면 대체 무엇 때문에 소설 따위를 쓰는가. 결국 우리가 무덤까지 가져갈 것은 최선을 다했다는 만족감, 힘껏 일했다는 노동의 증거, 그것뿐이다.”(p.168) 




뜻대로 행하여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나이, 종심(從心)에 들어선 하루키는 여전히 자신이 쓴 책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한다. 이 책에는 소설가가 갖추어야 할 자질과 더불어 ‘독자’를 바라보는 하루키의 시선이 담겨 있다. 프로페셔널이 되기 위해서는 능력과 그것을 알아봐주는 대상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소설가로서 능력을 알아봐줄 대상, 독자가 있어야 직업으로서 소설가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라면 자신의 책을 읽어 줄 ‘독자’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하루키는 강조한다. 


35년 넘게 두터운 독자층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조언과 신념이 담겨있는 자전적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어쩌면 이 책이 당신을 기적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지도 모르겠다.  


“이따금 독자에게서 아주 재미있는 편지가 날아오기도 합니다. ‘이번에 나온 신간을 읽고 크게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책은 꼭 살 거예요. 열심히 해주세요.’라는 편지입니다. 나는 이런 독자를 좋아합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거기에는 틀림없는 ‘신뢰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나는 ‘다음 책’을 제대로 써야지, 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책이 그/그녀의 마음에 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p.284)


#직업_소설가 #소설가 #무라카미_하루키 #자전적에세이 

by eunjoo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브런치's 책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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