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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oo Sep 22. 2023

믿음직하고 든든한 인생 멘토, 마흔에 읽는 사기 인문학

한정주 ≪마흔에 읽는 사기 인문학≫을 읽고, 책 서평  

≪사기(史記)≫는 사마천의 역사에 대한 탁월한 이해와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는 52만 6천 500자, 130편으로 이루어진 역사서다.  


들어가며


역사 평론가이자 고전연구가 한정주가 펴낸 따끈따끈한 신간이 나왔다. 3천 년 역사의 지혜를 만날 수 있는, 저자가 강의하는 고전 가운데 가장 핫한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담아 낸 ≪마흔에 읽는 사기 인문학≫(다산초당, 2023)이다. 


성공과 실패, 창업과 수성, 필승의 비법, 최고의 조직, 부(富)와 권력, 모두 6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목차에 나오는 순서대로 읽지 않고 자신이 처한 현실이나 요구에 맞는 주제를 골라 읽어도 무방하다. ≪사기(史記)≫에 들어 있는 역사적 사건과 그것을 통한 역사의 법칙과 지혜를 깨치는 재미가 쏠쏠한 교양 인문학이다. 


책 속에서 


불혹의 나이 마흔과 사마천의 ≪사기(史記)≫ 그리고 부제 ‘인생의 역경을 돌파하는 3천 년 역사의 지혜’, 이 책을 관통하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책의 내용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를 살펴보겠다. 


1. 마흔, 미혹되지 않는 나이


마흔을 일러 불혹이라 한다.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에서 공자가 언급한 ‘사십이불혹(四十以不惑)’에서 유래한 것으로, 세상에 미혹(迷惑) 되지 않는 나이란 뜻이다. 


씨를 뿌리는 봄과 땀 흘려 일하는 여름 그리고 결실을 맺는 가을과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겨울, 인생에 있어서 사십 대는 지금까지 가꿔 온 삶을 추스르며 생의 시작과 끝을 연결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불혹의 나이 마흔에는 다가올 겨울을 위해 잎 새에 이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말고 묵묵히 봄과 여름에 부지런 떨며 이룬 결실을 거둬들여야 한다.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삶을 준비하는 마흔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현실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현명하게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가 아닐까. 이것이 바로 저자가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역사가 사마천이 쓴 역사서를 통해 마흔에게 전하려는 메시지일 것이다. 


2. 사마천의 역사서 ≪사기(史記)≫는


궁형이라는 치욕스러운 형벌을 겪고 염치가 없어 부모님 묘소도 찾지 못했던 사마천이 자신의 참담한 현실을 극복하고 일군 위대한 삶의 결과물이다. 사마천은 절친 임안에게 보낸 편지에서 집필 목적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지난날 일어났던 일들을 대략 되돌아봄으로써 그 시작과 끝을 종합해 흥망성쇠의 이치를 살피려 합니다. 황제 헌원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표(表)> 10편, <본기(本紀)> 12편, <서(書)> 8편, <세가(世家)> 30편, <열전(列傳)> 70편 등 모두 130편을 지어 하늘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고 과거와 지금의 변화를 통찰해 일가의 문장을 이루고자 했습니다.”(p.8)


집필 목적은 또한 저자가 이 책의 부제 <인생의 역경을 돌파하는 3천 년 역사의 지혜>를 독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고전 가운데 사마천의 역사서를 선택한 이유일 것이다. 


3. ≪사기(史記)≫ 130편에 담긴 3천년 역사의 지혜 

     

인생에 있어서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역사의 절대 법칙은 무엇인가

     

500년 역사를 지닌 은(銀) 나라를 멸망케 한 주왕과 사후에도 거두는 이가 없어 시신이 67일 동안 방치되었던 제나라 환공. 이 두 사람이 겪은 실패를 통해 자만이야말로 몰락의 지름길이며, 가장 멀리해야 하는 덕목임을 강조한다. 자신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가장 경계해야 할 덕목이 자만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성공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마천은 주나라를 반석 위에 세워 태평성대를 가져온 주공 단을 통해, 성공을 부르는 덕목을 보여준다. 주공 단은 주(周) 나라를 세운 문왕의 아들이자 무왕의 동생으로, 아버지를 도와 주 나라를 건설하고 형이 죽은 후에는 조카를 보필해서 성왕으로 만든 인물이다. 


중국 첫 번째로 성강지치(成康之治)의 태평성대를 이룬 성왕의 동력이 바로 숙부 주공 단에게 어릴 적부터 가르침을 받은 겸손과 자기 경계의 태도였다.(p.35)


"항상 다른 사람을 겸손하게 대하고 어진 사람을 잃을까 경계했기 때문에, 주공은 누구보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경청했습니다."(p.34)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말처럼, 다른 사람의 말을 잘 경청하면 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주공은 겸손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말을 늘 경청했고 이로써 자신의 잘못을 경계하고 고쳐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주위에는 자연스레 능력 있는 인재가 모여들고 민심을 얻게 됩니다.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훌륭한 인재와 민심을 얻고도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한 사람은 없습니다.”(p.34)


일을 함에 있어서 창업의 전략과 수성의 전략은 무엇인가?

     

창업과 수성의 전략 편에서는 진나라 진시황의 역사를 통해, 어떠한 도리를 지녀야 하는지를 일깨워준다. 로마제국을 건설할 때 마키아벨리는 정복한 도시의 사람들을 고위직에 받아들여 그들의 능력과 인정을 십분 활용하는 전략을 폈다고 한다. 진시황도 주변 국 제후들과 다른 차별화 전략을 세웠다. 


차별화 전략과 정확한 현실 파악, 강력한 자기 통제력으로, 일관성 있게 꾸준히 천하 통일의 대업을 이뤄나갔다. 통일을 이루기 전 시기는 일곱 나라가 서로 침략을 일삼던 약육강식의 시대였다. 위의 전략과 더불어 가장 많이 사용한 것은 책략과 무력이었다.(p.113) 


천하를 얻은 후, 진시황은 불로장생의 헛된 욕망에 사로잡혀 평화의 염원을 무시한 채 여전히 공포정치를 펼쳤다. 결국 진시황이 100년에 걸쳐 이룬 대업은 15년 만에 사상누각이 되어버렸다. 저자는 중국 3천 역사 가운데 진시황의 인생 보다 흥망성쇠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사건은 없다고 한다.(p.112) 


"이루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훨씬 더 어렵고 중요하다. 천하를 얻을 때의 도리와 지킬 때의 도리는 명백하게 달라야 한다." 진나라와 진시황의 사건을 보면서 독자들이 얻게 되는 지혜이자, 사마천이 후세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천하를 얻고 창업의 뜻을 이루려는 자는 기만과 무력에 의존할 수 있지만, 천하를 지키는 자는 인의와 민심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업이 처음 창업을 했을 때는 목표를 제시하고 그것을 빠르게 달성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구성원을 다소 몰아붙이는 방법이 통하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성장을 하고 안정기에 접어든 뒤에도 똑같은 방법을 쓰면 오히려 구성원의 이탈을 부르는 것과 같습니다.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그 순간, 천하의 백성들은 진시황에게 분노와 원망의 마음을 품게 됐습니다, 진시황은 “외로이 천하를 소유할 뿐, 그 멸망은 서서 기다리는 일보다 쉽게” 됐습니다.(p.116)


마치며


세상을 더 밝게 만들어 주는 빛 


역사가의 붓이 세상을 밝힌다, (사필소세(史筆昭世). 중국 산시성에 있는 사마천의 사당 현판에 새겨진 글이다. 그가 치욕을 감내하며 써 내려간 ≪사기(史記)≫를 통해, 독자들은 2천 년이 넘는 시간을 초월한 삶의 지혜와 새로운 역사와 새로운 시대를 예견한 그의 냉철한 통찰력과 평등사상을 만나볼 수 있다. 


믿음직하고 든든한 인생 멘토 


세상을 더 밝게 만들어 주는 빛이 되는 고전이자 저자의 말처럼 최고의 인간학 교과서, ≪사기(史記)≫에 담긴 지혜를 전하는 ≪마흔에 읽는 사기 인문학≫은 이제 막 가을 문턱에 들어선 마흔의 독자들에게 믿음직하고 든든한 인생 멘토가 될 것이다.


시대를 초월한 현대를 사는 지혜


"인간사와 세상사의 성공과 실패, 흥기와 멸망의 요점을 살펴 시대와 인간과 권력의 관계를 탐구하고 과거와 현재의 변화를 통찰하는 데 있다."(p.112)


by eunjoo [마흔에 읽는 사기 인문학, 브런치's 책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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