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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oo Jul 18. 2023

더 귀하고 찬란할 수 있는, 인생

다른 이의 노고와 정성에 감사하는 삶, 30년 사서의 책 속에 담긴 지혜

딸아이가 초등학생 시절, 그때는 우리 집에 텔레비전이 있었다. 식사 때마다 우리 가족은 TV를 켜고 밥을 먹었다. 나중에는 식사를 위한 것인지 TV를 보기 위한 것인지 의문도 들었다. 그날도 우리는 TV를 틀어놓고 밥을 먹고 있었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어느 프로그램에서 한 청년이 인터뷰하는 소리가 들렸다.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계신다는 그 청년은 “서울에 와서 식당에 가보니 사람들이 밥을 남기거나 버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모습에 힘들게 쌀농사를 짓는 부모님 생각이 나서 너무 속이 상했다."라고 말했다.  




그 청년을 통해 농부를 비롯한 내 삶을 둘러싼 다른 이들의 수고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 가족의 밥상에 오를 먹거리를 위해 애쓰시는 분들의 노고를 알게 되니 고마운 마음이  생겨났다. 매일 먹던 그 음식들이 더 소중해지고 더 맛있게 느껴졌다. 그날 이후 밥을 남기거나 함부로 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외식을 하게 될 경우에는 반찬이나 밥은 먹을 만큼만 부탁을 드린다. 쌀 한 톨, 사과 한 알을 만들어 내는 농부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니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이나 물건도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생각의 각도>, 심리학 박사 이민규가 쓴 책이다. 이 책에 쌀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서 소개해 보려고 한다. 일미칠근(一米七斤)이란 말이 나온다. 쌀 한 톨이 밥상에 오르기까지 농부는 일곱 근의 땀을 흘려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쌀의 한자어인 미(米) 자는 ‘八(팔)’자와 ‘十(십)’자, 그리고 ‘八(팔)’자로 이뤄져 있는데, 이것은 한 톨의 쌀이 생산되기까지 여든여덟 번 농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 한 그릇에는 이렇듯 농사짓는 이들의 많은 노고와 정성이 들어있는 것이다. 




“남의 말을 좋게 하는 사람, 당신이면 좋겠습니다.” 어느 해 봄 전주 여행길에서 본 문구이다. 전주 로터리클럽이라는 현수막에 씌어 있는 문구였으니, 그곳에서 만든 말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남의 말을 좋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상대방이 정말 좋은 사람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말을 하는 사람이 신중하고 긍정적인 사람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어느 쪽이든 좋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반갑고 즐거운 일이다. 인향만리(人香萬里)라는 말처럼, 세상에 사람들이 하는 말만큼 힘이 센 것도 없다.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는데,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 남의 말을 좋게 하는 사람, 그 사람이 나이고 우리였으면 좋겠다.         

   



하루 한 끼니를 먹는 일도 다른 이의 손길이 없으면 안 되는 것처럼,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도 말하지 않았던가,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물론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그의 말이 와전된 것이라고 하지만, 고대 그리스의 상황을 살펴보면 당시 아테네는 도시 국가 폴리스였다. 평등과 자유를 기반으로 한 시민이 운영하는 폴리스 공동체로, 사람들은 이런 활동을 통해 안정적인 삶을 영위했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 말은 결국 사람은 본능적으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사람도 재물도, 모든 것은 소중하게 다뤄야 다시 돌아온다. 더 많이, 더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다면 더 귀하게 대하고, 더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다시 심리학 박사 이민규의 말이다. 우리는 이 광활한 우주에서 지구라는 하나의 작은 초록별에 사는 공동체 구성원이다. 나를 비롯한 다른 사람의 노고와 정성에 감사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에 대해 좋은 말을 할 수 있는 그런 멋진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번뿐인 소중한 인생이 더 귀하고 찬란해질 수 있도록. 


“인생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는 우리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달려 있다.”(존 맥스웰)

by eunjoo, [남천 꽃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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