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나 이미?
내려오기 전, 몇 차례 들었던 말이다. 왜 사람들이 과로사를 하는지 그때 체감했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내가 과로라는 것도 인지할 수 없을 만큼 신체 감각이 떨어졌었다.
하루 평균 3시간의 수면, 7kg가량의 무거운 가방을 딱정벌레 앞날개처럼 이고 서울경기를 대중교통으로 수없이 돌아다니며, 밥시간엔 편의점 음식을 입에 급히 욱여넣고 살 정도로 바빴다. 샤워는 아침 6시에 잠을 깨기 위한 용도로 했고, 새벽에는 억지로 수면 유도 영상을 틀어놓으며 잠에 들었다.
내 욕심을 위한다지만 안타깝게도 주된 일은 열정페이.
(소득은 배움으로 퉁 쳤다)
그나마 추가 알바를 일주일에 2탕 뛰어서 수입이 한 달 100만 원에서 120만 원이었다.
“성공이 고팠다!"
드라마나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었고, 단편 영화 연출도 노리고 싶었으며, 남 모르게 유튜브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장편 시나리오를 써 공모전에 내고, 단편도 꾸준히 쓰고, 연출이든 스탭이든 영화를 찍으러 다니고, 대학교 A 학점도 충실하게 노리고, 생계유지 알바도 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유튜브 영상도 거의 매일 만들어 올렸다.
그런데 이렇게 가다간.
꿈만 많고 비효율적으로 신체만 망치는. 결국 이룬 것은 없어서 남들을 보면 부러워하는.
“즉, 열심히만 하는 사람이 될 것 같아 굉장히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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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시골로 왔다.
7년의 서울 살이를 청산했다.
(이유와 원인은 여럿인데 나중에 천천히 풀어볼 예정이다.)
의외로 돈은 조금 더 벌고 여유도 건강도 벌었다. 최근, 부모님께 용돈도 서울에 살 때보다는 더 드렸다. 서울 가서 성공한다고 떵떵거린 딸이 쓴 부모님 돈을 갚기엔 한참 멀었지만, 꾸준히 갚을 거다.
아침에는 할 일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소설이나 수필, 글을 읽고 영감거리를 찾으며 영상을 조금 찍는다.
오후에는 글 관련 본업, 드라마 기획안 준비, 집안 물건 상품 홍보를 맡는다.
저녁에는 영상 편집, 운동을 한다.
난 예나 지금이나 욕심껏 N잡러다. 그건 그렇다 치고.
전에는 힐링이 뭔지 잘 모르는 인간이었다면, 시골에 와서는 가장 좋아하는 힐링이 생겼다. 산책하는 영상을 찍어 편집하는 일이다.
자연 풍경과 산책 과정을 모아 자연스럽고 잔잔하게 이어 붙인다. 곧 유튜브로 싹 풀 거다.
그리고 전에는 제쳐뒀던,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고찰하고 있다. 철학, 심리 공부, 에세이 읽기, 가족, 나 챙기기, 자연, 시골의 평화...
그러다.
최근, 충격적인 성공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나는 지금 성공했다는 것이다!?
성공은 돈과 권력, 명예, 인기가 아니라,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어디로 가는지 알며,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그 사람은 성공한 것”
이라니.
가치 있는 이상을 점진적으로 실현해 가는 과정과 정신이라니.
성공하면 부차적인 게 따르긴 하다만, 돈이나 명예, 권력, 결과물은 그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 뇌리에 와닿은 뒤.
문득, 내가 다르게 여겨졌다.
그래. 나는 시골에 와서 내가 성공했다는 진실을 깨달아버렸다.
#. 오늘의 명대사 드라마 <대행사>
"길 같은 건 필요 없습니다. 길을 찾지 마세요. 그냥 하는 일을 계속하면 되는 겁니다. 그러다가 성공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걸 길이라고 부르는 법이니까."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수 있는데도요."
"실패가 두려우신 겁니까? 제가 사람을 잘못 봤나 봅니다. 성공이든 실패든 상무님 방법으로 하세요. 혹시 압니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