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텔을 벗어난 기분? 째진다! 그립냐고?

서울 고시텔 살아본 시골녀의 생생 후기

by 글로긍지

나의 숙소 변화 과정이다.


[본가 – 기숙사 – 고시텔, 원룸, 친척 집, 친구 집(반복) – 본가]


(본가 제외) 고시텔의 비중이 가장 높다.

무려 다섯 곳이나 살았더라는 어마어마한 경험치가 있다.


보증금, 관리비, 기간 계약 걱정 따위 우습게 만들어버리는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시설.

처음에는 ‘고시텔은 무섭지 않을까? 위험하지 않을까? 비위생적이지 않을까?’ 정말 막연하게 고민했는데 막상 선택지가 없었다.


사실.

고시텔에 많이 의지했다.

당장의 보증금이 없어도 살게는 해줬잖아.


“고맙다, 고시텔들아.”


난 돈에 민감한 편이다. 월세와 생활비, 숨만 쉬어도 나가는 비용 등에 대한 고찰이 많은 편이다. 친구들이 나에게 수입과 지출에 대해 고민하면 아주 냉철하게 상담해 줄 자신이 넘칠 정도다.

헝그리정신과 독립심으로 서울에 낙하하듯 살아보면 이렇게 된다.

MBTI P(즉흥형)가 J(계획형)가 되는 마법이 벌어진다.


안정적이지 못해 불안과 두려움이 생기니까.

매달 월세 날을 세고, 계약기간이 끝나면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재고, 일터는 또 어디로 구해야 하는지 보고, 거기에 가까운 지역과 동네는 안전하고 쾌적한지 등등...

계약직, 단기 알바, 예술 분야의 일터라서 6개월 1년 단위보다는 한 달 간격의 변화가 많을 일상이었다.

마땅한 집을 찾는 시간의 비중은 컸다.


서울이나 경기도나.

지하철이 연결된 곳이라면 둘 다 괜찮다는 것도 아는데 어쨌든 일터랑 가까운 게 최고다.

그 조건에 비해 나는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고르는 편이었다.

서울, 경기 포함 내가 살고 싶은 지역은 집값이 비쌌으니까.


얼마 정도로 고가와 저렴의 경계를 정하냐고?


월세 50만 원 이상은 내 기준 비싼 축이다.

한 달 100을 버는 대학생이었을 때, 절반이 뚝- 나가니까.

실제로 50만 원 이상의 월세에 사는 또래 친구들도 많았지만, 각자의 상황과 사정이 있는 법이니.


자그마치 고시텔은 20만 원~50만 원 사이에서 해결 가능하다.

내 기억으로.

첫 고시텔 월세가 25만 원, 두 번째가 24만 원, 세 번째가 38만 원, 네 번째가 할인받아 46만 원, 다섯 번째가 52만 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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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집에서 걸을 수가 있어!”


시골 본가로 귀향하고 나는 이 말을 종종 한다.

집 안을 걸어 다닐 수 있다는 쾌감이란.


거실, 방, 부엌.

몇 발자국 더 옮길 수 있다는 거.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큰 장점이다.


고시텔은 손 뻗으면 다 닿았고,

한발 내딛으면 화장실이었고,

더 나가면 공용 복도라 내 방은 아니었으니.


“가끔 고시텔을 떠올리면 집이 엄청 크게 느껴져. 이 신비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고시텔이었어. 어쩌면 가끔 그리워질 수도.”


확신할 수는 없으나.

언젠가 그 젊은 날의 간절했던 일상을 그리워할 때는 생길 것 같다.


당시.

한 손바닥에 찰 것 같은 좁은 천장을 보며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은 자주 했었다.

대신 그 과정이 있었기에 현실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너무 미화만 한 것 같으니, 현실적인 생활을 물어보는 사람에게는 말해줘야겠다.

벌레도 나오고, 다른 방과의 불화도 무섭고, 방음 안되고, 찝찝하고, 세탁이나 요리도 불편한 점이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살게 된다면 나는 긍정적이게 생각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그래서 결론.

고시텔은 고달프지만 낭만이었고,

넓은 집을 걷는다는 것은 재밌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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