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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애취애 Jun 17. 2022

자연, 일, 사람에서 힘을 얻는 사람들

1-5 자연, 일, 사람에서 힘을 얻는 사람들

보통 연구 목적으로 혹은 편의를 위해서 사람들을 분류한다. 그룹화하면 특성 등을 정의내리기 쉽다. 인구학적 특성을 이용하면 모든 사람은 남성과 여성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사상체질로 태양, 소양, 태음, 소음으로 나눈다. MBTI 검사법도 16가지로 나누어서 사람들의 특징을 설명한다. 


나도 사람들을 자연, 일, 사람의 키워드로 나누어 보고 싶다. 어떨 때 힘이 나는가가 기준이다. 나에게 있어 가장 특이한 사람들은 자연에서 힘을 얻는 사람이다. 내 와이프가 그렇다. 


돌아보면, 나는 특정 분야에 능력치가 몰빵된 느낌이다. 게임에서 캐릭터 만들 때, 체력, 공격, 방어, 마법, 민첩 등의 요소에 능력치 배분할 때, 딴거 생각하지 않고 하나에 능력을 모조리 쏟아 부은 경우다. 뭔가 선호가 분명한 느낌이다.


학창 시절 성적도 과목이 12개라면 아주 좋게 나오는 과목 6개, 아주 나쁘게 나오는 과목 6개 해서 평균이 중간 쯤 나오는 타입이다. 과목별 성적 편차가 심한 사람이다. 심리, 적성 검사를 해도 결과가 그렇게 나온다. 


사회복지사 실습에서 다중지능 검사를 해 봤는데, 8개 영역중 어떤 영역에서는 만점 바로 밑 레벨이 나오고, 어떤 영역에서는 최하위 바로 위 레벨이 나온다. 낮은 점수가 나온 영역이 자연지능이다. 1.4점이었다. 자연에 관한 모든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로 답하고 딱 하나만 “거의 그렇지 않다”로 답하면 1.4점이 나올 수 있다. 


자연을 싫어한다가 아니다. 자연에 대해 아무런 감응이 없다. 오감에 비유하자면, 후각이 전혀 기능하지 않아 좋은 냄새, 싫은 냄새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상황과 비슷하다. 동식물에 대해 관심이 없다. 와이프가 시골길을 걸으며 꽃냄새를 맡으며, 식물을 구별하며 이름 부를 때, 감응은 커녕 그 행위가 잘 인지 되지 않는다. 로봇이나 기계로 친다면, 자연에 대한 센서가 부족한 게 아니라 거의 없는 상태다.


몇년 전에 가족과 함께 작은 산을 오른 적이 있다. 그때 아내의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이사람은 자연에 있을 때 힘을 얻고 생기가 넘치는구나’어찌해서 자연 속에 있을 때 에너지가 솟아 나는지, 그 메카니즘은 모른다. 하지만 그 결과로 아내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을 확인했다. ‘다음부터는 아내를 위해 자주 와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런 이야기를 하니, 아내는 예전부터 자신이 계곡을 가고 싶다, 텃밭이 좋다는 등 자연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고 한다. 들어도 내가 전혀 인지 못했을 뿐이다. 


자연 속에서 에너지가 나고 혹은 영감을 얻는 사람들을 나에게 있어 인지 밖에 있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다. 전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존재가 확인되는 사람들이다.


나는 일을 좋아한다. 일이 많은 게 좋다. 게임 배틀그라운드는 모르는 사람들과 팀을 이루어 상대팀을 격파하는 게임이다. 음성 채팅 기능이 있어, 처음 만난 사람들과 수다도 떨 수 있다.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팀이 되어 게임 중 이런저런 이야기할 때, 나는 평생 일하고 싶다고 했다. 죽기 전날까지 일하고 그 다음날에 죽고 싶다고 했다. 그때 헤드폰을 통해서도 공기가 차가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싸늘해 지는 분위기가 마이크를 통해서도 전해졌다. 나머지 3명의 반응이 ’뭐지 이런 별종은!’였다. 그들에게 있어 나는 그들의 인지 밖에 있는 존재였다. 전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존재는 확인되는 사람이었다.


금년에 100살이 되신 우리 할머니는 사람을 좋아한다. 일요일에 거리에 사람이 없다고 투덜대신다. 사람이 찾아오면 텐센이 업되고 긍정적 흥분에 휩쌓이신다. 그렇게도 사람이 좋을까 하는데, 그냥 받아들이고 있다.


사람들에게는 어떤 감각이 있는 것 같다. 타고난 특정 감각이 있어 그게 활성화 되면 내면에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어떤 이에게 그게 사람일 수 있고, 어떤 이에게는 자연이고, 어떤 이에게는 일(case)인 거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고, 있고 싶지 장소에 있고, 하기 싫은 일을 해도 힘이 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감으로 비유하지만, 청각이 굉장히 발달해, 좋은 소리, 나쁜 소리에 세밀하게 반응하는데, 좋은 소리를 들으면 그 기쁨과 만족이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넘쳐난다는 뜻이다. 세상을 사는 기준, 행복의 기준으로 들이댈 수 있는 잣대가 무엇인가이다. 있고 싶은 장소(자연)에 있으면 행복한 사람, 좋아하는 사람를 만나면 행복한 사람,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행복한 사람이 존재한다. 


최근 디지털 노마드도 꽂힌 이유도 비슷하다. 디지털 노마드를 추구하는 이유가 어떤 이는 자기가 있고 싶은 장소에서 일하는 게 좋아서, 어떤 이는 자기가 함께 하고 싶은 사람(가족)과 있으면서 일할 수 있어서겠지만, 나는 어디서든지 언제든지 “일”할 수 있어서다.


여담으로 내가 사람을 분류하는 키워드로 뽑은 자연, 일, 사람에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다. 한의학의 사상체질도 4가지다, 혈액형 따른 성격 분류도 4가지다. DISC라는 심리 검사도 사람을 4가지로 나누고 있다. MBTI도 4x4 해서 16가지 아닌가! 그래서 나도 하나를 더 추가해서 4가지 키워드로 만들고 싶다. 4가지이어야지 완성된 느낌이다. 앞서 말한 3가지의 키워드 - 자연(아내), 일(나), 사람(할머니)은 모두 내가 직접 경험한 케이스다. 내가 직접 보지 못했다면, 알 수 없었던 존재(자연-아내)도 있었기에, 하나를 더 경험해 4가지 분류로 완성시키고 싶다.


뭐가 있을지 궁금하다. 육하원칙으로 따지면, 사람(who), 자연(where), 일(what)이기에, 시간(when)이 생각나지만, 시간이 잘 맞을 때 에너지가 솟는 사람도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영성(초월적 존재)에 민감한 사람을 찾아볼 수도 있지만, 직접 만나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앞으로, 내가 상상해 보지 못했던 개념(기준)으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을 만나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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