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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애취애 Jun 20. 2022

하고 싶은 일은 열심히 하는 사람

3-1 하고 싶은 일은 열심히 하는 사람

교회에서 멘토 위치에 있었던 분이 나를 보며, “하고 싶은 일은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칭찬하는 톤이 아니라, 조금 신기하다는 톤이었다. 이상한 소리다.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걸 신기하게 보는게 이상하다.


내 아내가 나를 보며 똑같은 소리를 한 적이 있다. “당신은 하고 싶은 일은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게 뭘까?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도 있나, 거꾸로 하기 싫은 일은 열심히 하고, 하고 싶은 일은 열심히 안 하는게 일반적인가? “당신은 배가 고프면 밥을 먹는군요”, 혹은 “당신은 졸리면 잠을 자네요.”라는 소리와 별 다를 바 없는 이야기다.


그래도 그 이야기를 기억에 담아 두았다. 나를 오랫동안 관찰했던 사람들에게서 나온 공통된 이야기며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상식을 상식처럼 여기지 않았던 그 말이 신기했다.“1+1=2”가 신기했던 사람들이 신기했다.


언제 한 번 지인을 만나 이 이야기를 했었던 적이 있다. 그들이 왜 그런 소리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데 혹시 아시는 게 있냐고 물었더니, 교회 멘토와 내 아내가 열심히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고 한다. 평생 한번도 열심히 살아본 적이 없으니, 열심히 사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소리를 한 거 같다는 것이다. ‘아닌 것 같은데’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아내를 지켜볼 수는 있기에 관찰해 보면, 게으르거나 불성실하고는 거리가 멀다. 나름 열심히 살고 있다.


뭐가 문제일까? 생각해 보면, 문장의 앞부분이 포인트인 것 같다. 지인은 문장의 뒷부분에 포인트를 두어 해석했다. “열심히 하는 사람”을 신기하게 느낀다, 그러니 열심히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 간주했다. 내가 보았을 때, “하고 싶은 일”이 있는게 신기했던 거다. 하고 싶은 일을 못 찾은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신기해서 그런 말을 한 거다. 


내 해석도 상식적이지는 않다.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사람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없다는 게 내 지론이다. ‘모든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가 내 지론이다. 너무 당연해서 말하기도 민망하다. 그런데 이 일로 부부간에 다툼이 일어난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니 당신도 당신이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해라” 이런 말을 하면, 아내는 짜증 혹은 분노를 발산한다. 자신은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거다. 자기가 처한 환경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만든다고 한다. 시간이 없고 체력이 없어서 못한다고 한다. 나는 시간이 없고 체력이 없어서 못하는 일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인가 라고 되묻는다. 없는 시간을 만들어 내고 체력을 길러서 하면 되지 않냐고 하면 끝없는 다툼이 시작된다. 


환경이 문제가 아니다. 자기 행복이 무엇인지를 설명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나는 책 보는 게 좋아, 그래서 책 보는 직업을 선택했어, 책 보며 연구해서 행복해.”와 같은 단순한 문장을 아내는 완성시키지 못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니, 뭘해도 열심히 할 수 없고, 하고 있어도 이게 맞는지 항상 불안정하다. 그런데 자기가 좋아하는 것, 누가 대신 찾아줄 수 있을까? 아무도 없다. 자기가 찾아야 한다. 남이 이걸 하면 네가 행복할 것 같어 라고 말해 주는 것을 하면 행복할까? 그게 진짜 행복일까? 아니다. 본인이 찾아야 한다.


아내와 함께 처음 들어가 본 식당에서 밥을 먹은 적이 있다. 가족 여행 중에 돌아오는 길, 우연히 들른 곳이었다. 뭘 먹어야 할지 다들 모른다. 나는 메뉴판을 보며, 맛있을 것 같은 메뉴를 선택하고 메뉴판을 아내에게 넘겼다. 나중에 이 일로 아내가 나에게 화를 냈다. 에티켓이 없단다.  그때는 상대방에서 무엇을 먹을 지 물어야 봐야 된다는 것이다. 


처음 온 곳이었다. 메뉴도 처음 보았다. 메뉴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뭘 알아야 이야기를 하지, 나도 모르는데, 어떻게 남의 의견을 묻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한 발 양보해서 내가 에티켓이 없는 것일 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일이 화를 낼 만한 일인가! 나의 태도를 지적할 수는 있지만, 화를 낼 만한 일이 아니었다. 


화를 낸다는 건 그 마음 속 어딘가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 해야 하는 그 자유가 부담스러워 보인다.“그냥 네가 하고 싶은 거 해”라는 말은, 자기는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고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사람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는 것 같다. 


자기는 좋아하는 거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 마음 속을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에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 알수가 없다. 아직도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고 있다. 연구하고 싶어 유학 갔고 사업하고 싶어 한국에 왔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라는 이 한 줄의 문장을 보는 태도가 우리 부부는 많이 다르다. 심지어 아내로부터 “사는 세계가 다르다.”라는 말까지 들었다. 기가 막혔다. 서로가 서로를 영원히 이해 못할 것이라는 뜻처럼 들렸다. 대화란 서로에 대한 이해를 늘리고 쌍방의 의견 차를 좁히기 위해 하는 것이다. 저렇게 말하면 앞으로 말하지 말자는 선언처럼 여겨진다. 나는 어디가 문제인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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